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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년 만에 후손 통해 만난 여운형·심훈·손기정

여운형·심훈·손기정과 81년 만에 이들을 대신해 만난 후손 여인성·심천보·이준승씨(왼쪽부터). [사진 당진시]

여운형·심훈·손기정과 81년 만에 이들을 대신해 만난 후손 여인성·심천보·이준승씨(왼쪽부터). [사진 당진시]

20일 오전 충남 당진시 필경사에서 열린 심훈 추모제에 반가운 손님 3명이 찾았다. 작가 심훈 선생의 종손 심천보, 독립운동가 여운형 선생의 동생(여운홍) 손자 여인성, 마라톤 손기정 선수의 외손자 이준승씨다.
 
일제강점기 독립과 국민의 자긍심 고취에 앞장섰던 심훈(1901~1936)은 농촌계몽운동 소설인 『상록수』의 작가로 독립운동가인 여운형(1886~1947)과 가까운 사이였다. 여운형이 1933년 조선중앙일보 사장으로 있을 때 심훈이 ‘직녀성’ 등을 연재했고 학예부장으로 발탁돼 인연이 깊어졌다고 한다.
 
1935년 조선체육회를 설립한 여운형은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 손기정(1912~ 2002)이 대표선수로 선발되자 기금을 모아 훈련을 지원했다. 1936년 8월 9일 손기정이 금메달을 따자 여운형은 조선중앙일보에 일장기를 지운 사진을 올리면서 이 사실을 알렸다. 심훈이 호외 뒷면에 그날의 감격을 표현한 시 ‘오오, 조선의 남아여!’를 남기며 세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16일 『상록수』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상경했던 심훈이 장티푸스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세 사람이 모일 기회가 사라지게 됐다. 여운형은 심훈의 유작인 ‘오오, 조선의 남아여!’를 눈물로 읊었다고 한다. 손기정은 1947년 여운형이 극우파 일원에게 암살당했을 때 그의 관을 직접 운구하기도 했다.
 
여운형·심훈·손기정(사진 왼쪽부터).[사진 당진시]

여운형·심훈·손기정(사진 왼쪽부터).[사진 당진시]

갑작스러운 심훈의 죽음, 10여 년 뒤 여운형의 죽음으로 생전에 함께하지 못했던 세 사람을 대신해 후손들이 81년 만에 만나 선조들의 인연을 다시 이어가게 됐다.
 
지난해 11월 손기정 평화마라톤대회와 지난 8월 손기정 기념관에 ‘오오, 조선의 남아여!’ 시비 제막을 통해 심훈과 손기정의 인연이 알려진데 이어 여운형과의 관계가 새로 알려지면서 세 사람의 인연이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당시 마라톤대회에 참석한 심천보씨는 손기정 선수를 기리며 심훈을 대신해 ‘오오, 조선의 남아여!’를 낭독했다고 한다. 지난 1일에는 서울 손기정체육공원에 ‘오오, 조선의 남아여!’ 시비가 건립되기도 했다.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세 명의 후손은 “세 분의 유지를 받들어 후손들이 선양사업에 다 같이 노력하자”고 뜻을 모았다. 여인성씨는 1936년 자신의 큰할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심훈의 시 ‘오오, 조선의 남아여!’를 직접 낭독했다.
 
당진시는 22~24일 열리는 심훈 상록문화제 때 그의 문학작품과 관련 있는 여운형·손기정 체험행사를 마련키로 했다.
 
당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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