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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내 안의 몬스터

이영희 중앙SUNDAY 기자

이영희 중앙SUNDAY 기자

영화 ‘몬스터 콜’(사진)을 본 후 며칠 동안 영화 내용이 머릿속을 뱅뱅 도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미국 작가 패트릭 네스가 쓴 청소년 소설이 원작이란 이야기에, 외로운 소년의 친구가 돼 주는 착한 괴물이 나오는 따뜻한 영화를 기대하며 극장을 찾았다. 하지만 영화는 서늘하게 뒤통수를 친다. 포근한 위로로 다독이는 대신 너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냐고 집요하게 묻는다. 진짜가 아닌 것들을 붙들고 헤매다 “대부분 엉망으로 끝나 버리고 마는” 그런 삶들에 대한 이야기다.
 
열두 살 소년 코너(루이스 맥두걸)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린다. 땅이 흔들려 집이 무너지고, 사랑하는 엄마가 구덩이로 떨어지는 꿈이다. 코너는 엄마를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꿈속 마주 잡은 손은 자꾸 미끄러진다. 현실 속의 엄마(펠리시티 존스)는 낫기 힘든 병에 걸렸고, 아빠는 곁을 떠난 지 오래다. 엄격한 할머니(시고니 위버)와 다투고, 학교에선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지옥 같은 일상. 어느 밤, 집 앞 언덕 위 나무가 몸을 비틀더니 거대한 ‘나무 괴물’이 코너의 앞에 나타난다.
 
영화 ‘몬스터 콜’

영화 ‘몬스터 콜’

“내가 너에게 세 가지의 이야기를 해 줄 거야. 그다음 이야기는 네가 해야 해. 그건 너의 악몽에 관한 이야기야.” 괴물의 요구는 난데없다. 코너가 극심한 분노에 휩싸일 때마다 등장해 알쏭달쏭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고는 “네 이야기를 하라”고 다그친다. 혹독하기만 한 세상에 맞서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 가던 코너는 결국 괴물의 윽박지름에 못 이겨 속마음을 꺼내 놓는다. 엄마의 병이 낫기를 기도하지만, 동시에 엄마로 인한 이 고통이 빨리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소년의 아픈 진실. “인간은 복잡한 동물이야, 고통스러운 진실보다 거짓 위로가 필요할 때도 있지. 하지만 중요한 건 진실을 말하는 것이야.”
 
얼마 전 한 모임에 다녀와 침울해진 적이 있다. 그날 대화 주제가 된 누군가에 대해 과할 정도로 험담을 늘어놓던 내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였다. 다른 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분노를 쏟아낼 대상을 악착같이 찾아내 걸렸다 싶으면 잔혹하게 두드려 패기를 반복하는 사람들. 나무 괴물은 말한다. 진짜 나를 파괴하는 것이 무엇인지 끈질기게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피하고 싶던 내 안의 몬스터와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거라고.  
 
이영희 중앙SUNDA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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