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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 공방 휘둘려 … 공론화위 ‘46억짜리 여론조사’ 되나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시민참여단 첫 모임이 지난 16일 충남 천안 교보생명 연수원에서 열렸다. 오리엔테이션장 입구에 포토라인이 설치돼 있다. 이날 공론화위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 취재진의 시민참여단 개별 접촉을 엄격히 통제했다. 총 500명의 시민참여단 중 478명이 참석했다. [천안=연합뉴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시민참여단 첫 모임이 지난 16일 충남 천안 교보생명 연수원에서 열렸다. 오리엔테이션장 입구에 포토라인이 설치돼 있다. 이날 공론화위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 취재진의 시민참여단 개별 접촉을 엄격히 통제했다. 총 500명의 시민참여단 중 478명이 참석했다. [천안=연합뉴스]

“원전은 안전하지 않다. 탈원전은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전 안전규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 참석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말이다. 본인과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이 주최한 토론회였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 8월에도 탈원전 토론회를 열었다. 8월 30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등 야당 의원은 ‘원전의 진실, 거꾸로 가는 한국’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원전 찬성 측 전문가가 대거 발제자로 나왔다. 김 의원은 “공론화위원회에 원전 문제를 맡기는 것은 헌법과 국회를 무시한 비상식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뜻을 듣겠다’며 시작한 신고리 5, 6호기 건설 공론화가 정치권의 물 흐리기에 혼탁 양상이다. 익명을 원한 한 교수는 “공론화 기간 중 열리는 토론회는 탈원전 찬반을 지지하는 정치인이 세(勢)를 규합하는 용도”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중심을 잃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장관부터 대놓고 관여하고 있다. 백운규 장관은 12일 경주 월성 원전을 방문한 자리에선 “신규 원전 건설과 원전 수명 연장은 후손에게 숙제를 전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원칙을 언급한 것일 뿐 공론화에 영향을 줄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원전 건설 중단의 최대 명분인 ‘탈원전’을 언급하면서 공론화와는 별개라는 이상한 논리다. 산업부는 ‘에너지전환정보센터’ 홈페이지도 열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홍보하는 사이트다. 사이트 개설 전 공론화위가 자제를 요청했지만 산업부는 강행했다. 링(공론화위)을 만들어 놓고 링 밖에서 싸우는 꼴이다.
 
이러니 공론화에 참여하는 찬반 양측도 서로 ‘운동장이 기울었다’고 주장한다. 건설 중단 측인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 6호기 백지화시민행동’이 한 차례 참여 중단을 시사하기도 했다. 자료집 문구와 목차 구성 등이 갈등의 원인이다.
 
어느 쪽이라도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 이번 공론조사는 의미가 없다. 2001년 불교계와 환경단체의 반발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터널 공사가 중단되자 정부는 공론조사 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불교계가 공론조사를 거부하면서 합의는 무산됐다. 다시 공사가 진행된 건 1조5746억원이라는 손실을 내고서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공론화가 끝나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쪽은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공론화가 ‘46억원짜리 여론조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불씨는 여전하다. 공개된 일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찬반 비율이 엇비슷하다. 만약 최종 결과가 0.1%포인트 차이에 그치는 등 박빙이면 어떻게 할 것인지, 1차 조사와 최종 결과 사이의 의견 변화율은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대칭적 전달을 방해하는 그 어떤 행위도 차단해야 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손을 떼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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