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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우주풍선 설계, 토끼 해부 … 일반고들 뭉쳐 품앗이 수업

연합형 선택 교육과정은
일반고 간 협력수업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학교 혼자 힘으로는 개설하기 힘든 과학실험, 예체능 실기 교육, 직업·진로 교육 등을 3~4개 일반고가 힘을 합해 함께 운영하는 과정입니다. 각 학교가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수업을 개설하고 학생들은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듣는 식입니다. 지난해 2학기 서울에서 시작한 이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학생 수는 1년 만에 5배(242→1313명) 증가했을 정도로 학생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무료로 수업이 진행되고, 활동 과정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수 있어 학생부종합전형 등 대입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이번 주 ‘열려라공부’에서는 일반고 간 협력수업에 대해 소개합니다.

대진여고 ‘연합형 선택 교육 과정’ 수업인 과제연구에 참가한 학생들이 성층권을 관찰하기 위해 14일 저녁 우주풍선(고무풍선에 헬륨가스를 채워 띄우는 기구)을 만들고 있다. 연합형 교육 과정은 인접한 3~4개 일반고가 힙을 합쳐 진행하는 학교 간 협력수업이다. 이날 수업에는 대진여고뿐 아니라 인근의 대진고와 상명고 학생들이 함께 참가했다.[강정현 기자]

대진여고 ‘연합형 선택 교육 과정’ 수업인 과제연구에 참가한 학생들이 성층권을 관찰하기 위해 14일 저녁 우주풍선(고무풍선에 헬륨가스를 채워 띄우는 기구)을 만들고 있다. 연합형 교육 과정은 인접한 3~4개 일반고가 힙을 합쳐 진행하는 학교 간 협력수업이다. 이날 수업에는 대진여고뿐 아니라 인근의 대진고와 상명고 학생들이 함께 참가했다.[강정현 기자]

지난 14일 오후 7시 서울 중계동의 일반고인 대진여고. 정규수업이 모두 끝난 시간인데 물리실험실에서 남학생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20㎞ 높이 성층권은 영하 50도까지 떨어지잖아. 온·습도 센서나 카메라 배터리가 빨리 방전될 것 같은데….” 목소리의 주인공은 인근의 일반고 남학교인 대진고 2학년 남상형군이었다.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어. 스티로폼 박스 안에 핫팩을 넣으면 어떨까.” 이 학교 2학년 전유빈양이 남군에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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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군과 전양은 가로 세로 각 25㎝, 높이 20㎝의 스티로폼 박스를 활용해 성층권의 풍경을 촬영하고 온·습도를 측정하는 우주 풍선을 설계 중이다. 이 시간 대진여고엔 전양 등 이 학교 재학생, 남군 같은 대진고 학생, 남녀공학이며 역시 일반고인 상명고 학생 등 60여 명이 모여 있었다. 남군과 전양이 듣는 과제연구를 포함해 생명과학실험·화학실험·국제경제 등 4개 과목 수업이 열렸다. 한 반에 20명이 넘지 않는 소규모 수업이다.
 
과제연구 수업에서 남군과 전양의 조는 ‘우주 풍선을 이용한 성층권 관찰’이라는 주제였고, 다른 조들은 ‘바이오 연료 만들기’ ‘과학 수사대(혈흔 채취)’‘아두이노 실험’ 등의 과제탐구가 진행됐다.
 
전양과 남군이 속한 조를 지켜보던 허윤주 대진여고 물리 교사는 “영하의 온도에서 배터리가 빨리 방전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아주 잘 짚었다”고 칭찬했다. 같은 조의 정든봄(대진여고 2학년)양은 실험보고서에 ‘핫팩 준비’ 등을 적었다.
 
매년 11월 다음 학기 참가학생 모집
 
지난 1학기 마포고의 로봇기초 수업 장면. 이 수업은 연합형 선택 교육과정으로 운영돼 인근의 경복여고와 동양고 학생들도 함께 수업을 들었다.[사진 마포고]

지난 1학기 마포고의 로봇기초 수업 장면. 이 수업은 연합형 선택 교육과정으로 운영돼 인근의 경복여고와 동양고 학생들도 함께 수업을 들었다.[사진 마포고]

대진여고·대진고·상명고 등 이 세 일반고는 지난해 2학기 이후로 이 같은 ‘연합형 선택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세 학교 학생이 함께 듣기 때문에 ‘연합’이며, 희망 학생만 듣는다는 점에서 ‘선택’이다. 개별 학교 안에서 운영하기 어려운 심화·전문 교과를 3~4개 학교가 힘을 합쳐 개설·운영한다.
 
학기 단위로 진행하며 학교별로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수업을 개설한다. 대진고에선 ‘3D모델링’, 상명고에선 문장론과 영상제작의 이해 수업을 한다.
 
서울에선 이런 연합형 선택 교육과정을 하는 그룹이 모두 8개(24개 학교)다. 서울시교육청 지원으로 지난해 2학기 이후 생겨났다. 교육청이 강사비와 교재·물품구입비 등을 댄다. 학생들은 무료로 수업을 듣는다.
 
‘연합형 선택 교육과정’은 정규과목이어서 교내활동으로 인정받고 학생부에도 기록된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서라벌고에서 연합형 선택 교육과정으로 생명과학실험을 담당하는 윤경희 교사는 “연합형 선택 교육과정을 들으면 대입 학생부 종합전형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학생의 전공적합성과 탐구능력, 열정·잠재력을 보여주기에 매우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는 “발표·토론과 실험·프로젝트 등 학생 중심 수업이고 수업당 학생 수가 많지 않아 담당 교사가 학생의 활동 내용을 꼼꼼하게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형 선택 교육과정은 ‘일반고 키우기’ 목적도 있다. 한양대 국중대 입학사정관 팀장은 “일반고에선 특목고·자사고에 비해 전문·심화교과가 부족할 수 있다. 연합형 선택 교육과정은 일반고 학생들이 본인의 관심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하면서 전공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기 좋은 소재다. 대학에서도 이 과정을 관심 있게 주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형 교육과정은 새 정부가 추진 중인 고교학점제 시범 모델과도 비슷하다. 고교학점제는 개별 고교 안에서 대학처럼 학생이 과목을 선택해 학점을 이수하고 졸업하는 제도다. 궁극적으로는 단위 학교별로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연합형 교육과정 같은 중간 단계를 거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예체능 실기, 진로직업 등 협력수업도
마포고의 로봇기초 수업에 참가한 한 학생이 제작한 ‘물절약 샤워기’. [사진 마포고]

마포고의 로봇기초 수업에 참가한 한 학생이 제작한 ‘물절약 샤워기’. [사진 마포고]

 
이 교육과정에 참가하는 학생은 지난해 242명에서 올해 1313명으로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참가 학생들은 진로와 전공탐색에 효과적이라며 만족해한다. 대진여고의 생명과학실험 수업에 참가 중인 상명고 2학년 윤하은(16)양도 이런 반응을 보였다. 윤양은 “연합형 수업은 실험 위주여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고 좋아했다. 윤양은 생명공학과 진학을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연합형 수업에서 토끼 해부 실험을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처음엔 무서웠는데 나도 모르게 흠뻑 빠져 집중을 하더라고요. 제가 생명공학과에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꿈이 확고해졌죠.”
 
다른 학교를 다니는 친구와 사귈 기회가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경복여고 2학년 강효경(16)양은 지난 1학기에 마포고에서 로봇기초 수업을 들었다. 기계공학과 진학을 바라고 있다. 강양은 “남학생들과는 어울릴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연합형 수업을 들으면서 나처럼 공대를 목표로 하는 남학생 친구들로부터 대입 정보도 많이 얻었던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연합형 교육과정 그룹에 들어 있지 않은 학교 학생도 타 일반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서울에서 47개가 지정된 거점학교에서 가능하다. 이들 학교에 과학실험, 예체능 실기 교육, 진로·직업 교육 등 53개 ‘협력수업’이 개설돼 있다. 협력수업은 서울의 일반고 또는 자율형공립고 재학생이라면 지원이 가능하다. 학생 4000여 명이 협력수업을 듣는다.
 
협력수업 역시 무료이며 수업의 질이 높다. 거점학교인 서울 선정고에서 미술 수업을 총괄하는 이짐량 교사는 “미술 분야 협력수업은 예술고 강의 경력을 갖춘 강사나 학원 원장급 전문강사가 많이 한다. 예술고의 교육과정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다. 서양화·디자인·애니메이션 등 세부전공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연합형 교육과정과 거점학교는 매해 11월에 다음 학기 참가 학생을 모집한다. 서울교육청의 ‘학교 간 협력 교육과정’ 사이트(www.sen.go.kr/collacampus)에서 개설 학교·과목을 안내하고 있다. 서울교육청 김나영 중등교육과정팀 장학사는 “과목당 1년에 많게는 2000만원까지 교육청에서 지원한다. 일반고가 정규수업에서는 하기 어려운 실험·프로젝트 등 진로·적성 개발 수업을 개설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내년에는 지원 학교 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현진·이태윤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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