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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때문에 살아난 아베, 조기 총선 승부수 건다

지지율 회복으로 힘을 얻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의원 조기 해산’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커졌다. 성공할 경우 아베 총리의 장기집권은 물론 개헌에도 한발 가까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베 총리가 28일 소집될 예정인 임시국회에서 중의원 해산을 선언할 의향을 굳혔다고 지지통신 등이 17일 전했다. 선거일은 다음달 22일이나 29일이 유력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한 뒤 22일 귀국 후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그동안 아베 내각은 현 중의원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2월쯤, 헌법개정안 통과를 묻는 국민투표와 함께 중의원 선거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자위대를 명기하는 방식의 헌법 개정안도 별도로 마련했다. 그러나 공모죄법 통과 강행 이후 가케(加計)학원 스캔들과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 등 악재가 계속되자 이 방안은 구심력을 잃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북한발 핵·미사일 위기였다. 북한의 도발 국면에서 아베 총리가 전화 정상외교 등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자 내각 지지율도 상승했다. 최근 일부 조사에선 지지율이 50%를 넘는 등 가케학원 스캔들 이전인 6월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자 자민당 내에선 “지금 상황이라면 자민당의 과반수 확보가 확실하다”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임시국회를 예정대로 진행할 경우 가케학원 문제에 대한 야당의 추궁이 계속될 게 뻔한 상황이어서 모처럼 회복한 지지율이 다시 떨어질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0일 아소 다로(麻生 太郎) 부총리 겸 재무상, 11일 자민당 니카이 도시히로(二階 俊博) 간사장과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를 차례로 만나 조기해산 의향을 전달했다.
 
야당이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도 중의원 해산을 앞당긴 배경이 됐다. 민진당은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신임 당대표 체제에서 의원들이 잇따라 탈당하는 등 갈피를 잃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를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 움직임은 아직 가시화되기 전이다. 고이케 지사의 측근인 와카사 마사루(若狹勝) 중의원이 이끄는 ‘일본 퍼스트’가 차기 중의원 선거에 대비해 설립한 후보자 양성 학교는 16일 문을 막 연 상태다. 기존 야당과 고이케 신당이 힘을 합치는 경우가 가장 우려스러운 자민당으로서는 지금이 중의원 선거를 치를 적기였던 셈이다.
 
이처럼 아베 총리가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은 결국 장기집권과 개헌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지지세력으로 과반수를 확보한다면, 아베 총리는 내년 9월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3연임에도 한발 다가서게 된다. 3선을 할 경우 아베 총리는 2021년 9월까지 재임하게 되며, 2006년~2007년 1차 집권기간을 포함해 재임일 3000일을 넘기는 최장수 총리로 기록된다.
 
이렇게 되면 개헌을 위한 시간도 벌 수 있다. 현재 자민당 내에선 이시바 시게루(石場茂) 간사장 등이 ‘자위대 명기안(案)’에 반대하고 있고, 연정파트너인 공명당도 개헌에 신중한 입장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자위대 명기안’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개헌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물론 아베 총리의 구상대로 총선 과반→3연임→개헌까지 해치울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국민 여론에 달려있다.
 
야당은 조기 총선 체제로 태세를 전환했다. 야3당(민진, 사민, 자유당)은 대표회동을 갖고 임시국회 운영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선거 준비가 더 시급하다며 회동을 취소했다. 고이케 신당의 창당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지난 16일 긴급 회의를 갖고 선거준비를 서두를 것을 각 지역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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