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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우의 뉴스로 만나는 뉴욕] 유엔총회장 맨 앞줄에 북 이용호 … 트럼프 연설 때 눈싸움?

2010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주변은 철통같은 경비가 이뤄졌다. 총 1700m 길이의 방호벽이 세워지고, 오후 10시까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다.
 
20개국 정상이 모이는데 경비가 이 정도이라면 100여 개국의 정상이 모일 경우엔 어떨까. 해마다 이 정도의 정상이 모이는 행사가 있다. 매년 9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일반 토의(General Debate)’다. 올해 72차 유엔총회의 일반토의 또한 어김없이 19일(현지시간)부터 1주일 동안 진행된다.
 
국제평화와 안전, 국제협력 촉진 등을 모토로 삼고있는 유엔의 최고기관인 유엔총회인 만큼 193개 회원국에서 고위급 인사들이 속속 몰려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18일 뉴욕에 도착해 3박5일 간의 일정을 소화한다.
 
지난 12일 유엔 총회 의장인 미로슬라프 라이차크 슬로바키아 외무장관이 총회 개막을 선언하고 있다. 일반토의는 19일 시작한다. [뉴욕 신화=연합뉴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 12일 유엔 총회 의장인 미로슬라프 라이차크 슬로바키아 외무장관이 총회 개막을 선언하고 있다. 일반토의는 19일 시작한다. [뉴욕 신화=연합뉴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유엔주재 한국대표부에 따르면 유엔에 참석을 통보한 고위급 인사들은 총 196명이다. 국가원수가 90명, 부통령 5명, 정부수반 37명, 부총리 3명, 장관 56명 등이 각국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물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등이 주목받는 인물들이다. 북한도 이용호 외무상이 참석한다고 유엔 사무국에 알렸다.
 
뉴욕경찰은 행사 기간 중 유엔본부 주변의 도로를 통제한다. 유엔본부 앞 도로인 1번 애비뉴는 물론이고, 한 블록 건너인 2번 애비뉴 쪽에서 유엔본부로 들어오는 도로가 차단된다. 각국 대표들의 차량편의를 위해 차선 하나를 비워놓는게 관행이다.
 
총회 참석 인사들이 묵는 호텔 입구와 유엔본부로 연결되는 인도에서도 무기와 폭발물 소지 여부를 검색한다. 유엔 사무국 관계자는 “올해는 북핵으로 세계 정세가 어지럽고,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시위가 빈발할 예정이어서 검문검색이 훨씬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조연설 첫 타자는 브라질 … 미국이 그 다음
 
올해 유엔총회의 주제는 ‘사람을 근본으로’다. ‘지속가능한 지구 상에서 모든 사람이 평화와 품위있는 삶 추구’라는 부제가 붙었다. 19일부터 진행되는 일반토의에서는 각국 수석대표들이 연단에 올라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를 주제로 15분 동안 기조연설을 하게 된다. 주제는 제한이 없다. 발언순서는 관례에 따라 항상 브라질이 맨 처음이고, 유엔이 있는 미국이 두번째다. 세번째부터는 유엔사무국이 참석자 직책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이에 따라 19일에 미국과 프랑스, 20일 일본, 21일 한국·러시아·중국, 25일 북한 등으로 발언 일정이 잡힌 상태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메시지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을 비롯한 잇단 도발 때문이다.
 
올해 기조연설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유엔무대에 데뷔하는 신임 대통령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접견하고 취임 후 처음 참석하는 유엔 총회에 대한 ‘과외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는 19일 이전에 북한 이용호 외무상이 미국에 입국한다면, 맨 앞줄에 앉은 이 외무상이 북한을 강력하게 비난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마주하는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유엔총회장 자리 배치는 사무총장이 매년 총회 개막전 맨 앞줄 왼쪽 끝 자리에 앉을 국가를 추첨으로 결정한 다음 확정된다. 이후 뒷줄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국호의 영어 알파벳 순으로 채운다. 맨 뒷줄까지 채운 다음에는 맨 앞줄 남은 자리가 채워진다. 이번에 당첨된 국가가 E로 시작하는 에콰도르이기 때문에 D로 시작하는 북한(DPRK)은 맨 앞줄 8석 중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북한의 이용호 외무상 또한 기조연설을 신청한 상태다. 이 외무상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등이 폐지되지 않을 경우 어떠한 경우에도 핵·미사일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비공개 채널 재가동 될지 관심
 
유엔은 세계 각국이 목소리를 높이는 무대이다보니 예상치못한 해프닝도 발생한다. 2011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는 통치 40년 동안 단 한차례도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다가 2009년 처음 연단에 올라 온갖 기행을 저질렀다. 15분으로 예정된 연설을 96분 동안 끌었고, 유엔헌장을 찢어서 의장석으로 던지기도 했다. 이미 고인이 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2006년 유엔총회에서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을 가리켜 악마라고 지칭해 총회장을 술렁이게 했다.
 
각국 정상들의 기조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뉴욕 일대에서는 최고위급 인사들의 활발한 외교활동이 벌어진다. 이중 21일 오찬을 겸해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는 많은 주목을 끈다. 회의 주제는 당연히 북한 도발에 대한 대책이다. 지난 15일에도 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을 강력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채택하는 등 대응을 했지만 북한은 꿈쩍도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3국 정상회의에서 나올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유엔총회를 계기로 ‘북·미 뉴욕채널’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송환 당시 미 국무부의 조셉 윤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박성일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의 물밑 접촉은 활발했다. 하지만 이후 공개적으로 확인되진 않았지만 뉴욕채널은 다소 소강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위기 때 가장 활발히 접촉해야 하는 것이 비밀채널이기 때문에 현재도 양측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유엔 관계자의 전언이다. 따라서 일각에선 이용호 외무상이 뉴욕에 머무는 동안 또다른 북·미 간 비공개 접촉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심재우 뉴욕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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