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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블루 보틀' 이 105조 매출 네슬레에 인수된 까닭은.

요즘 소비자들은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건강과 맛, 신선도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가공식품, 포장 식품에 주력하는 대형 업체들은 건강과 자연, 신선함에 초점을 맞춘 틈새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이런 변화하는 소비자 입맛을 잡기 위해 글로벌 식품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인수합병(M&A)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형 골리앗이 틈새(niche)시장을 휩쓰는 다윗을 사들여 틈새 브랜드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블루 보틀

블루 보틀

스위스 로잔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식음료 회사 네슬레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고급 커피 브랜드 블루 보틀을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채식주의 식품업체 스윗 어스 푸드를 사들이기도 했다. [로잔 AP=연합뉴스]

스위스 로잔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식음료 회사 네슬레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고급 커피 브랜드 블루 보틀을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채식주의 식품업체 스윗 어스 푸드를 사들이기도 했다. [로잔 AP=연합뉴스]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블루 보틀'이 스위스의 식음료 회사 네슬레에 인수됐다. 네슬레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의 고급 커피 브랜드 '블루 보틀(Blue Bottle)'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네슬레가 블루 보틀 지분 68%를 약 4억2500만 달러(약 4800억원)에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블루 보틀은 2002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한 차고에서 제임스 프리먼이 창업했다. 프리먼은 교향악단의 클라리넷 연주자였다. 연주 투어를 다니면서 동료 단원들을 위해 커피를 만들어 주는 걸 즐겼다. 어느 날 전문 음악가의 길을 접고 자신의 또 다른 열정인 커피를 업으로 삼기로 했다.  
 
블루 보틀 커피 매장은 미국과 일본에 총 50여개에 불과하다. 작은 규모이지만 기업 가치는 약 7000억원으로 평가받으며 스타트업의 신화를 새로 썼다. 스타트업 성공 스토리와 실리콘밸리의 IT 맨들이 즐겨 마신다는 이유로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네슬레가 블루 보틀을 사들인 것은 고급 커피 소매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한 전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획일화된 맛과 분위기의 커피에 물린 고객들이 전문 커피(specialty coffee)로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에 따르면 블루 보틀 같은 틈새 브랜드들이 점차 늘어나 현재 미국 전체 커피 소비의 15~20%를 차지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네슬레는 네스카페 브랜드와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 등 인스턴트 커피 시장의 강자다. 하지만 고급 커피 시장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최근 네슬레는 미국 커피 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해 주주들의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2016년 네슬레의 매출액은 895억 스위스프랑(약 105조원)이다. 반면 블루 보틀의 매출액은 9400만 달러(1064억원) 수준이다.  
 
네슬레의 식품 스타트업 인수는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지난 6월에는 건강식 배달 업체 후레쉬리(Freshly)를 인수했다. 이달 7일에는 채식주의 식품업체 스윗 어스 푸드(Sweet Earth Foods)를 사들였다. 같은 날 네슬레와 경쟁 관계인 영국 식음료 업체 유니레버는 유기농 허브차 제조업체 푸카 허브(Pukka Herbs)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6월 영국 주류업체 디아지오는 배우 조지 클루니가 2013년 공동 창업한 테킬라 브랜드 카사미고스(Casamigos)를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에 인수했다.  
 
배우 조지 클루니는 2013년 친구들과 테킬라 브랜드 카사아미고를 공동 창업했다. 창업 4년만에 카사아미고를 영국 주류업체 디아지오에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약 1조1300억원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배우 조지 클루니는 2013년 친구들과 테킬라 브랜드 카사아미고를 공동 창업했다. 창업 4년만에 카사아미고를 영국 주류업체 디아지오에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약 1조1300억원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이 같은 인수 거래가 활발한 이유는 스타트업이 휩쓰는 틈새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WSJ는 “디아지오가 클루니의 보드카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해마다 5% 넘게 성장하는 테킬라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채식주의 시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네슬레에 따르면 비건(veganㆍ고기는 물론 우유, 달걀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 식품 등 식물에서 추출한 재료로 만드는 채식주의 식품 시장은 해마다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유니레버가 인수한 유기농 차 브랜드 푸카 허브는 매출액이 3000만 파운드(약 461억원)로, 작은 편이지만 지난 3년 간 해마다 30%씩 성장했다. 현재 유기농 차 시장에서 세계 6위에 올라 있다.  
 
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의 호프 리 애널리스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유기농 차 시장에서 존재감이 유니레버가 푸카를 인수함으로써 단숨에 경쟁사를 따라 잡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대형 업체의 틈새시장 유망주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유망주 기업의 독특한 가치가 이익에 집착하는 대형 업체의 상술 등에 의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블루 보틀

블루 보틀

 
블루 보틀의 페이스북에는 “더 이상 블루 보틀의 팬이 되지 않겠다”는 고객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환경에 관심있는 소비자들은 네슬레의 생수 사업이 수원지에 피해를 입힌다고 주장하며 네슬레를 비윤리적, 반환경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비즈니스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17일 “독특한 개성을 보여준 수제 맥주 업체들이 대형 주류 회사에 인수된 후 소비자의 비판과 불매 운동이 일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친환경 이미지의 화장품 브랜드 바디샵(Body Shop)이 2006년 프랑스 화장품 그룹 로레알에 인수됐지만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커피계의 애플 '블루 보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블루 보틀 커피 매장에 커피 원두가 진열돼 있다. 푸른 병 모양의 간결한 로고가 블루 보틀 커피의 상징이다. [샌프란시스코 AFP=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블루 보틀 커피 매장에 커피 원두가 진열돼 있다. 푸른 병 모양의 간결한 로고가 블루 보틀 커피의 상징이다. [샌프란시스코 AFP=연합뉴스]

  
 블루 보틀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은 WSJ 인터뷰에서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너무 단순한 대답이겠지만, 누구나 맛있는 커피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블루 보틀은 로스팅한지 2주 이내의 원두만 사용하고, 원두는 한 번에 적은 양으로 나눠 볶아내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를 낸다는 철학으로 운영된다. 
블루 보틀

블루 보틀

 
빈티지 커피 기계와 단순한 로고 디자인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인테리어가 실리콘밸리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매장에서는 바리스타가 느리게 커피를 내려준다. 빠른 속도, 다양한 메뉴로 대중을 파고든 스타벅스와 달리 느린 커피, 단순한 메뉴로 승부했다. 
 
‘대중 커피계에 스타벅스가 있다면, 고급 커피계에는 블루 보틀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트렌드 리더들 사이에서 핫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애플ㆍ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IT 인력과 창업자들이 자주 찾는 커피로 유명해졌다. 록그룹 U2의 싱어 보노, 트위터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 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 등 실리콘밸리의 일부 투자자들은 아예 거금을 투자했다. 네슬레에 인수되기 전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액은 총 1억2000만 달러에 달했다.  
 
블루 보틀은 오클랜드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다시 뉴욕과 마이애미 등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 2015년 도쿄에 진출했다. 블루 보틀 커피는 해외 여행을 다녀오거나 현지에 사는 사람들을 타고 국내에까지 알려졌다. 
 
커피 애호가와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도쿄의 블루 보틀 커피를 방문해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게 유행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블루 보틀 매장[연합뉴스].

블루 보틀 매장[연합뉴스].

 
이 때문에 국내 기업과 자본가들이 블루 보틀 커피를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접촉했지만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네슬레의 자본이 투입되면 블루 보틀이 전 세계로 진출하기가 수월해 질 것”이라며 “아시아 중에서도 특히 한국과 중국에 블루 보틀이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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