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여행기자의 미모맛집]30 전망 원하면 2층 44번을 외쳐라!

대전 '더 리스'의 토시살 스테이크.

대전 '더 리스'의 토시살 스테이크.

지난 8월 대전으로 출장을 갔다. 여행기자로서 대전으로 향하기는 처음이었다. 전국 여행 명소를 부지런히 찾아다니고 발굴하는 게 밥벌이인데, 대전은 늘 선택지에서 비껴있었다. 대전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심심한 사과를 표하는 바이나, 대전은 정말 심심하고 재미없는 도시라고만 생각했다.  
더 리스에서 바라본 대청호.

더 리스에서 바라본 대청호.

그런데 출장 중 대전의 진풍경을 봤다. 대청호였다. 1981년 대청댐이 들어서면서 조성된 그 인공호수 말이다. 깊고, 넓고, 잔잔했던 대청호는 호수 주변으로 나무가 우거져 인공의 느낌을 찾기 쉽지 않았다. 자연 그 자체였다. 그간 이 풍경을 몰라봐주어 미안하기까지 했다. 자연호수와 인공호수를 합쳐 우리나라에서 소양호·충주호에 이어 3번째로 수량이 많은 대청호는 대전에 대한 편견을 깡그리 없앨 만했다. 생각해보니 대통령 별장 청남대도 바로 대청호 전망을 품고 있었다. 
더 리스는 복층 구조의 레스토랑이다. 가장 전망 좋은 자리에 앉고 싶다면 2층 44번 자리를 요구할 것!

더 리스는 복층 구조의 레스토랑이다. 가장 전망 좋은 자리에 앉고 싶다면 2층 44번 자리를 요구할 것!

브라질식 바비큐 ‘슈하스코’ 전문점 ‘더 리스(042-283-9922)’는 나라님도 휴식 공간 안에 끌어들였던 대청호 풍경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자리에 들어서 있다. 둘레만 80㎞에 달해 ‘육지 속의 바다’로 불리는 대청호 아닌가. 대청호 주변 어디서나 널찍한 호수가 보인다. 그런데도 뭇 사람들이 대청호 주변에서도 굳이 더 리스의 전망을 최고로 꼽는 데는 이유가 있다. 더 리스에서 나무 한 그루가 외따로 있는 대청호 안의 작은 섬, 일명 ‘슬픈연가 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은 무인도는 2005년 권상우·김희선 등 당대 청춘스타가 총출연했던 드라마 ‘슬픈연가’ 촬영지라 아직도 슬픈연가 섬으로 불린다. 이 전망 덕에 더 리스는 대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개팅 명소, 계모임 장소, 연회장소가 됐다. 
하지만 분위기로만 승부하는 식당이었으면 ‘여행기자의 미모맛집’에 소개할 일은 없었을 거다. 어쨌든 맛집이라고 부르려면 맛으로 승부해야 하니 말이다. 더 리스를 꼭 가보라고 추천해준 이는 대전에서 20년 째 활동하고 있는 맛칼럼리스트 이성희씨였다. 사실 대전까지 가서 쇠고기·돼지고기 등을 꼬챙이에 꽂아 구운 슈하스코를 먹을 이유가 있나 싶었는데, 내공 있는 맛칼럼리스트가 워낙 ‘강추’하는 바람에 그의 안목을 믿고 갔다.
더 리스에서는 재료를 꼬챙이에 꿰 숯불에 굽는 브라질식 바비큐 슈하스코를 맛볼 수 있다.

더 리스에서는 재료를 꼬챙이에 꿰 숯불에 굽는 브라질식 바비큐 슈하스코를 맛볼 수 있다.

숯불 열기로 후끈후끈한 더 리스 주방.

숯불 열기로 후끈후끈한 더 리스 주방.

“2008년 개업해서 10년째 영업해 오고 있는 식당인데 무슨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겠나 싶었죠. 그런데 어느날 바비큐 맛이 ‘갑자기’, 그리고 ‘급격히’ 맛있어졌어요. ”
이성희씨 말인즉슨 자신도 더 리스는 ‘전망은 빼어난 식당’이라고만 생각했단다. 고기 맛은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여겼는데 요즘 들어 맛이 ‘환골탈태’해 신기할 정도란다. 호기심을 갖고 자리에 앉아 슈하스코 정식(점심 2만3000원, 저녁 2만9000원)을 주문했다. 셰프가 고기 덩어리를 통째로 꼬챙이에 꽂아 숯불에 익힌 슈하스코를 접시에 썰어줬다.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할 게 없지만, 숯불구이를 한입 맛보고는 자못 놀랐다. 잡내가 없어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고기인데도 깔끔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소시지·닭고기·돼지목살·안창살·토시살이 차례로 식탁에 올랐다. 고기 종류마다 부위마다 차이나는 풍미도 확실히 느껴졌다. 연달아 고기를 먹어도 물리지 않아 접시를 말끔히 비웠다. 마지막으로 나온 구운 파인애플로 입가심을 했다.  
찬으로 곁들여지는 남미식 옥수수와 감자구이.

찬으로 곁들여지는 남미식 옥수수와 감자구이.

개업한 이래로 비슷한 재료, 같은 조리 방식을 쓰고 있다는 더 리스가 갑자기 맛을 끌어올리게 된 비결이 궁금했다. 더 리스 이성수 대표는 원재료 중에 딱 하나 소금을 바꿨다고 귀띔했다. 국산 천일염을 쓰다가 2017년 7월부터 안데스산맥에서 채취한 암염 소금으로 음식 간을 맞추고 있단다. 천일염은 염전에 바닷물을 가둬 바닷물을 증발해 얻는 소금이다. 암염은 융기한 땅에 호수처럼 고여 있던 바닷물이 수억 년에 걸쳐 말라버린 소금호수에서 채취한다.
“소금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다가 우연히 안데스산맥에서 채취한 소금을 먹어보고는 놀랐어요. 고기를 구워도 냄새가 없고, 소금을 공기 중에 방치해도 노랗게 변색되지 않았죠. 암염으로 담근 김치나 장맛도 천일염으로 담근 것과 확실히 차이가 났어요.”
식재료는 맛의 차이를 만든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었던 더 리스를 환골탈태하게 만든 작은 변화는 바로 '소금'.

식재료는 맛의 차이를 만든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었던 더 리스를 환골탈태하게 만든 작은 변화는 바로 '소금'.

이 대표는 곧 전 직원을 불러들여 천일염으로 구운 고기, 암염으로 구운 고기 둘을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했다. 결과는 암염 뿌린 고기의 압승. 그날로 아르헨티나산 고급 소금을 직수입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가 권해준 안데스 소금을 그냥 손가락으로 찍어서 맛보니 맛에 예민하지 않은 혀에도 일반 소금과 다르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천일염 특유의 쓴맛이 없고 달짝지근하기까지 했다. 결국 아무리 잔재주를 부려도 맛은 식재료에 달렸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 식당이었다. 
관련기사
글·사진=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