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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국정원', MBC·KBS도 장악 시도 포착…"원세훈 지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중앙포토]

원세훈 전 국정원장. [중앙포토]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MBC와 KBS 등 주요 방송사를 장악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 문건을 만든 것으로 확인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17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 TF 관계자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3월 국정원은 당시 원세훈 원장 지시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또 두 달 뒤인 2010년 5월에는 ‘KBS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 여부’ 문건을 만들어 KBS 내부 인사 동향 파악과 함께 인사 개입을 시도했다. 
 
이 시기에 국정원이 연예인 등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던 것처럼 방송사 주요 간부와 프로듀서(PD)들을 관리 대상 목록에 올려 방송 프로그램 편성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으로 짐작된다. 국정원 TF 관계자는 “이런 문건들은 청와대에도 보고됐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이 작성된 2010년 3월엔 김재철 신임 사장이 취임했다. 앞서 3개월 전인 2009년 12월에 MBC에선 경영진이 대폭 물갈이되는 ‘일괄 사표 사태’가 벌어졌다. 방송 편성 문제와 관련해 김세영 당시 부사장 겸 편성본부장과 송재종 보도본부장 등 경영진이 일괄 사표를 냈고, MBC 대주주인 방문진은 이를 수리했다. 
 
당시 방송계 안팎에선 “이명박 정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MBC 방송 편성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불편한 사람들을 솎아냈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국정원 TF가 발견한 MBC 문건에는 공영방송 잔재 청산, 고강도 인적쇄신, 편파프로 퇴출에 초점을 맞춰 체질 개선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국정원은 한 PD가 만든 다큐멘터리 작품을 방송대상 수상작 선정에서 탈락시키도록 MBC에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해 4월에도 한 라디오 PD를 지방으로 발령나도록 유도했다. 이듬해 4월엔 원 전 원장 지시에 따라 특정 라디오 진행자를 퇴출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KBS에 대해서도 ‘KBS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 여부’ 문건이 작성됐다. 국정원은 KBS 내 인사 동향을 파악하고 인사 개입까지 시도했다고 한다. 국정원 TF 관계자는 “KBS와 관련해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실 등이 직접 문건 작성을 지시했고 이후 진행사항을 보고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국정원 TF는 SBS와 관련한 언론 장악 계획 문건은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원 전 원장 지시로 SBS에 2010년 10월 환경 특집 프로그램에서 4대강 사업 비판을 자제하라는 압력을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 TF는 “이 같은 활동들은 국정원 내 ‘좌파 연예인 대응TF’와 각 방송사 담당 정보관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검찰 수사는 이 문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건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주변 참고인들을 불러 국정원의 언론 장악 계획이 실제로 실행됐는지를 조사한 뒤 MB 정부 때의 국정원이 시도한 방송 장악의 규모와 범위 등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김재철 전 사장 등 방송사 주요 경영진이 대거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원 전 원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당시 방송사 장악 시도를 보고했는지도 수사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검찰은 19일 방송·문화예술인에 대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방송인 김미화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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