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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 빼겠다”…사립유치원들 오락가락에 학부모 뿔났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집단휴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한유총은 17일 오후 국회에서 최정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휴업 철회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조문규 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집단휴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한유총은 17일 오후 국회에서 최정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휴업 철회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조문규 기자]

“주말 내내 천국과 지옥을 오갔어요. 우리 집뿐 아니라 친정·시댁까지 모두 ‘멘붕’이었어요. 사립유치원들이 휴업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다시 한다고 하니…. 집단 휴업이 무슨 유치원생 장난도 아니고 이게 뭐 하자는 건가요. 휴업 철회한다는 것도 이제 믿을 수가 없어요. 아니, 학부모와 아이들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피해를 봐야 하나요.”
-6살 딸 둔 직장맘 이모(38·서울 목동)씨
 
“사립유치원에 우리 애 그만 보낼래요. 돈 더 내더라도 차라리 유아대상 영어학원에 보낼까 싶어요. 아이들을 볼모 삼아 자신들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곳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이번에는 휴업 않고 넘어간다고 해도, 정부가 자신들의 뜻과 어긋나는 정책 내놓으면 언제 또 집단 휴업을 강행할지 모르는 것 아닌가요. 아이 키우는 게 왜 이렇게 아슬아슬한 살얼음판 걷는 것 같은지 모르겠어요.”
-5살 아들 둔 직장맘 김모(37·서울 마천동)씨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이 단단히 뿔났다. 사립유치원들이 ‘휴업 강행(14일)→철회(15일)→강행(16일)→철회(17일)’ 등 지난 4일 사이에 집단휴업을 놓고서 오락가락하면서다. 이 때문에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은 18일 아이를 맡길 곳이나 사람을 구했다가, 없던 일로 했다가, 다시 구하는 수고를 되풀이해야 했다. 
 
 국공립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싶지만 이것이 쉽지 않아 부득이 아이를 사립에 보내온 학부모들은 이번 일 때문에 사립유치원로부터 마음이 멀어지게 생겼다.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온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은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부모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으나 학부모 신뢰를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국 사립유치원 4200곳 중 3500곳이 모인 한유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8일 휴업 없이 유치원을 정상 운영한다. 휴업, 휴업 철회, 철회 번복 등으로 학부모들과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유아교육정책 파트너로 인정하고 정책참여를 보장한 만큼 그동안 협의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유아교육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날 한유총은 휴업 공식 철회를 최정혜 이사장, 그리고 16개 시도별 지회장 등 명의로 발표했다. 한유총은 “15일 교육부와 휴업 철회에 합의한 이후 이를 번복한 것은 임시기구인 투쟁위원회 의견으로 한유총 전체의 공식 입장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유총에 따르면 투쟁위원회 추이호 위원장은 한유총 탈퇴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로써 유치원 집단 휴업은 일단락 됐다. 하지만 18일에 휴업하는 유치원이 한 곳도 없을지에 대해선 한유총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별로, 개별 유치원별로 휴업에 대한 입장 차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17일 공식 발표까지도 일부 지회장은 휴업 강행 의지를 보여 한유총 집행부가 이들을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다. 
 
 소수이지만 18일에 일부 유치원이 휴업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는 것이다. 최성균 한유총 사무국장은 “휴업과 관련해서는 이제는 투쟁위원회가 아니라 각 유치원별로 결정하고 있다. 휴업 하는 곳이 혹시라도 나올지,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한유총 차원에서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한유총과 함께 휴업 철회를 발표하고서도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교육부, 그리고 시·도교육청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17일 현재도 지역 내 유치원의 휴업 여부와 휴업시 대책을 학부모에게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있다. 유치원이 정상 운영되지 않을 경우 학부모가 의존해야 할 ‘임시 돌봄 지원서비스’에 대한 안내 역시 부족하다는 게 학부모들 인식이다.  
최정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왼쪽)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부와 긴급 회동 뒤 오는 18일로예정된 집단 휴업 철회를 발표했다. 하지만 한유총은 10시간 후 다시 휴업 철회를 번복했다. 왼쪽 둘째부터 유은혜 민주당 의원, 박춘란 교육부 차관. [강정현 기자]

최정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왼쪽)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부와 긴급 회동 뒤 오는 18일로예정된 집단 휴업 철회를 발표했다. 하지만 한유총은 10시간 후 다시 휴업 철회를 번복했다. 왼쪽 둘째부터 유은혜 민주당 의원, 박춘란 교육부 차관. [강정현 기자]

 5살 딸을 둔 김모(37·서울 가락동)씨는 “휴업 철회를 여전히 믿을 수 없어 임시 돌봄지원서비스를 신청하려고 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다. 그런데 홈페이지에서 이 서비스를 신청하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불만스러워 했다. 김씨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유치원도 믿을 수 없고, 정부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혜손 서울교육청 유아교육과장은 “서울시에선 18일 휴업하는 유치원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학부모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유치원별로 학부모들에게 정상 운영한다는 소식을 휴대전화 문자로 보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들이 적어도 18일엔 집단휴업 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불씨는 살아 있다. 사립유치원들은 정부에 ▶국공립 유치원 확대 중단 ▶사립유치원 학부모 지원금 인상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나친 감사 중단 등을 요구해왔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18일 집단휴업하겠다고 예고했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교육부와 한유총 만남에선 ‘적극 협의한다’는 방향에만 양측이 합의했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들 요구는 사실상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익현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은 “사립유치원의 요구 중 교육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건 사실 거의 없다. 하지만 중장기적 차원에서 사립유치원 유아학비 지원금 인상 등을 검토하면서 갈등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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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희·박형수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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