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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꿈주민’을 아시나요?…환영받지 못한 탈북민 대체명 공모

북한을 탈출해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이들을 부르는 공식 명칭은 '북한이탈주민'이다. 북한이탈주민지원법이 그렇게 규정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이 명칭을 바꾸는 행사를 추진했다. “여섯 글자로 길어 발음하기 어렵고, ‘이탈’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는 이유였다. 새로운 이름을 찾는 공모전이 4주간 진행됐다.
 
 
경기도 안성의 하나원에서 남한 사회 적응 교육을 받고 있는 탈북 여성들이 투표 체험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경기도 안성의 하나원에서 남한 사회 적응 교육을 받고 있는 탈북 여성들이 투표 체험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시 자치행정과에 따르면 공모에는 1017건이 접수됐다. 서울시 북한이탈주민지원 지역협의회 위원들의 심사로 이 중 10건의 후보작이 선정됐다. 최종 당선작을 정하기 위해 후보작을 두고 서울시의 모바일 투표 애플리케이션인 ‘엠보팅’ 등을 통한 공개투표가 진행됐다. 그 결과 총 169표 중 58표(17.2%·2개 중복투표)를 얻은 최우수작이 나왔다. 
 
‘새꿈주민.’ 최우수작은 ‘새로운 꿈을 키우기 위해 탈북한 주민’을 의미하는 용어였다. 그 이후 새 이름은 어떻게 됐을까.

 
서울시가 실시한 북한이탈주민 대체명 공모 결과 '새꿈주민'이 1위로 선정됐다. [사진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가 실시한 북한이탈주민 대체명 공모 결과 '새꿈주민'이 1위로 선정됐다. [사진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가 실시한 북한이탈주민 대체명 공모에서 선정된 용어의 제안 이유. [사진 서울시]

서울시가 실시한 북한이탈주민 대체명 공모에서 선정된 용어의 제안 이유. [사진 서울시]

 
서울시는 지난 7월 20일 공모 결과를 시민참여 웹사이트인 ‘내손안에 서울’에 공지했다. 별도의 보도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최우수작으로 선정되는 용어를 통일부에 제안한다”는 당초 계획도 흐지부지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북한이탈주민의 명칭을 바꾸는 건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인데, 이는 통일부 소관이다. 서울시와 통일부 간 업무 혼선을 초래할 수 있어 후속 조치 없이 내부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의욕적으로 행사를 추진했지만 막판에 통일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의견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서울시의 공모가 시작될 때부터 일부 북한이탈주민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양강도 혜산 출신인 대학생 송모(23)씨는 “나는 북한에서 왔지만 한국에 온 이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떳떳하게 살고 싶다. 다른 용어에 적응하는 것도 이제 귀찮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북한이탈주민 100쌍이 서울 올림픽공원서 합동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 [중앙포토]

지난 2015년 북한이탈주민 100쌍이 서울 올림픽공원서 합동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 [중앙포토]

 
실제로 북한이탈주민을 부르는 용어는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1960년대 ‘월남귀순자’를 시작으로 1970년대 ‘귀순용사’, 1990년대 ‘귀순북한동포’나 ‘북한이탈주민’, 2000년대 ‘새터민’ 등으로 바뀌었다. 실생활에선 ‘탈북자’, ‘탈북민’, ‘새터민’, ‘북한이탈주민’ 등이 혼용되고 있다.
 
함북 무산 출신인 박영철(35) 탈북청년모임 ‘위드유’ 대표는 “용어가 꼬리표를 만드는 것 같아 달갑지 않다. 그냥 ‘이북 출신’, ‘이남 출신’이라고 부르는 게 정감 있고 좋다”고 말했다. 평북 영천 출신인 최모(51)씨도 “우리를 특정 용어로 지칭하는 건 좀 서운하다”고 털어놨다. 
 
평북 의주 출신인 안찬일(63)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이름이라는 건 당사자가 좋아해야 하고 당사자에게 물어서 지어야지, 남에게 묻고 짓는 이름은 의미가 없다. 새 명칭을 만들더라도 통일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갈 사람들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LH 서울강서권 주거복지센터에서 열린 '집 이야기' 토크 콘서트에서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LH 서울강서권 주거복지센터에서 열린 '집 이야기' 토크 콘서트에서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이름을 바꾸려는 시도는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목표를 달성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선거에서 패배한 뒤 이미지 쇄신을 위해 정당의 이름을 바꾸는 정치권의 현상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0일 열린 ‘집 이야기’ 토크 콘서트에서 ‘임대주택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꿔달라’는 요청에 “임대주택의 용어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엔 이름만 바꾸면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언어 저변에 깔린 차별적 요소를 제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의미가 있지만, 결국 당사자들의 생활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면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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