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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거실로 쑥, 냉장고는 메뉴 제안

비엔날레전시관 앞에 설치된 박승호의 ‘디 아크(The Arch)’(왼쪽)와 ‘프로파간다 그리드(Propaganda Grid)’

비엔날레전시관 앞에 설치된 박승호의 ‘디 아크(The Arch)’(왼쪽)와 ‘프로파간다 그리드(Propaganda Grid)’

‘오래된 미래’ 전시관 전경

‘오래된 미래’ 전시관 전경

오세헌의 ‘오픈 카이트’. 연의 기본 디자인 데이터를 공유하면 원하는 사람 누구나 다운로드 받아 3D 프린터로 출력해 자신이 원하는 모양과 크기의 연을 만들 수 있게 한 프로젝트다.

오세헌의 ‘오픈 카이트’. 연의 기본 디자인 데이터를 공유하면 원하는 사람 누구나 다운로드 받아 3D 프린터로 출력해 자신이 원하는 모양과 크기의 연을 만들 수 있게 한 프로젝트다.

베란다로 향한 문이 열리는가 했더니 열린 공간 벽을 타고 자동차 한 대가 올라온다. 차 옆문이 열리자 자동으로 주행하는 차 안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던 여성이 내리며 거실 TV를 켠다. 차에서 상영 중이던 드라마가 거실 TV로 이어지고, 운전석 의자를 90도 돌리니 자동차는 거실 한 켠 휴식 공간이 된다. 현대자동차가 제7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선보이고 있는 차와 집이 결합한 미래의 모빌리티 디자인이다.

 
지난 8일 시작해 다음 달 23일까지 광주 비엔날레전시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에서 열리는 2017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주제는 ‘미래들(Futures).’ 4차 산업혁명이 바꿔 놓을 근미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디자인의 역할을 탐구하는 자리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지은 집, 미세 먼지를 걸러주는 휴대용 공기청정기 등 머지않아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올 신통방통한 물건이 대거 선보인다. 기후변화, 인구 절벽 등 시대의 조건 하에서 관계와 연대를 통해 새로운 삶을 구성하려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시도도 엿볼 수 있다. 

3D 프린터 등을 이용해 건축물을 설계하는 독일 건축가 마이클 한스마이어의 ‘광주 가제보’

3D 프린터 등을 이용해 건축물을 설계하는 독일 건축가 마이클 한스마이어의 ‘광주 가제보’

차와 주거공간을 결합한 현대자동차의 ‘모빌리티 비전 콘셉트’

차와 주거공간을 결합한 현대자동차의 ‘모빌리티 비전 콘셉트’

토마스 트웨이츠의 ‘염소인간’. 알프스 염소 목장에서 실제 염소처럼 살아보는 실험이다.

토마스 트웨이츠의 ‘염소인간’. 알프스 염소 목장에서 실제 염소처럼 살아보는 실험이다.

장동훈 SADI 원장

장동훈 SADI 원장

이번 디자인비엔날레는 어렵지 않다. 그동안의 디자인비엔날레가 작품 전시를 통한 문화·예술 담론 제시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 행사는 “실용적이고 대중적인 전시, 경제적인 성과 창출이라는 디자인 본연의 역할에 부합하는 행사로 만들려 했다”는 게 총감독을 맡은 장동훈(59) SADI(삼성디자인교육원) 원장의 설명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실체가 잡히지 않았던 변화를 가시적으로 제안해 일반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려 했다. 이런 취지에 따라 기업과 대학의 참여도 대폭 확대됐다. 삼성전자·기아현대차 등을 비롯한 국내외 367개 기업이 참여했고, 영국 왕립예술학교(RCA), 이탈리아 밀라노 공과대학, 고려대, SADI 등 국내외 대학 14개 팀의 청년 디자이너 100여 명이 출품했다. 
 
움직이는 쓰레기통, 멀미 없는 자동차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에 닥쳐올 위험을 알려주는 ‘미래 예측 기계’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에 닥쳐올 위험을 알려주는 ‘미래 예측 기계’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가는 쓰레기통 로봇 ‘트레이서’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가는 쓰레기통 로봇 ‘트레이서’

방향 표시등과 브레이크등 역할을 하는 LED 조명을 장착한 ‘루모스 헬멧’

방향 표시등과 브레이크등 역할을 하는 LED 조명을 장착한 ‘루모스 헬멧’

자율주행차 운행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해볼 수 있는 자동차

자율주행차 운행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해볼 수 있는 자동차

광주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에서 열리는 메인 전시는 4개의 주제로 나눠 진행된다. 시작은 ‘오래된 미래’다. 과거 인류가 어떤 미래를 꿈꿨고, 그것이 얼마나 실현되었는지를 자료로 소개하는 아카이브 전시다. 입구에 들어서면 천장에 걸린 대형 스크린으로 1929년 개봉한 프리츠 랑의 SF영화 ‘달세계의 여인(Woman in the Moon)’이 상영 중이다. 당시에는 상상만 가능했던 달세계의 신비로운 풍경을 담은 영화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연대기는 1900년 이후 일어난 세계사의 주요 사건과 세상을 바꾼 과학적 발견을 소개한다. 반대편에선 1970년대 이전까지 한국의 단행본과 잡지, 만화 등 다양한 책에서 묘사한 미래상을 살핀다. 만화가 이정문(76)이 1965년에 그린 2000년의 세상은 어땠을까. 소형 휴대전화, 청소 로봇, 전기 자동차…, 대부분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것들이다.
 
두 번째 섹션 ‘미래를 디자인하다’가 이번 비엔날레 전시의 핵심이다.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 될 아이디어 제품들, 미래의 집과 도시, 자동차, 쇼핑 라이프 등이 소개된다. 필요할 땐 찾기 힘든 길거리 쓰레기통, 주황색의 바퀴 달린 쓰레기통 로봇 ‘트레이서’는 사람들의 밀집도를 인지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휴지통이다. 가족들의 현재 기분을 알려주는 전광판이 있다면, 늘 웃음이 넘치는 가정이 될 수 있을까. 영국 에버리트스위스대 컴퓨터공학과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해피 라이프’는 호흡과 맥박 등의 인체신호를 분석해 개인의 감정 상태를 색깔로 표시해주는 알림판이다. 기분이 괜찮을 땐 초록불이, 스트레스가 심할 땐 빨간 불이 들어온다. 가족들의 컨디션을 미리 알아차리고 배려하라는 제안이다.
 
삼성전자는 미래 가전을 체험해보는 부스를 마련했다. 냉장고가 스스로 안에 있는 재료를 파악해 조리가 가능한 메뉴와 레시피를 알려준다. 냉장고에 부착된 태블릿을 이용해 필요한 재료를 즉시 주문할 수도 있다. 미세 먼지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에어 엄브렐라(Air Umbrella)에도 관람객들의 관심이 높았다. 우산 모양으로 만들어진 휴대용 공기청정기로, 상단에 부착된 공기정화기에서 나온 깨끗한 공기가 우산 내부를 순환한다.
 
관람객의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미래의 운송수단’ 섹션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장착한 다양한 미래 자동차가 총출동했다. 제너럴모터스에서 개발 중인 2인승 자율주행 자동차는 초소형으로 이동성을 극대화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을 위해 고안된 침대형 자율주행차, 움직이는 카페 역할을 하는 자동차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소개된다. 자율주행차에는 다양한 문제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RCA가 연구 중인 360도 시야 보장 자율주행차는 차 안에서 책이나 스마트폰을 볼 때 느끼는 멀미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RCA에서 자동차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데일 헤로우 학장은 “자율주행차에는 여러 윤리적 문제도 뒤따른다. 예를 들어 갑자기 도로에서 보행자가 튀어나왔을 경우, 차를 벽에 부딪혀 보행자를 보호할 것인가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보행자를 다치게 할 것인가 등의 문제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은 미래 사회에 어떻게 답할까
베트남 장인 드 란타냐가 만든 500개의 등으로 이뤄진 ‘아시안 하모니’

베트남 장인 드 란타냐가 만든 500개의 등으로 이뤄진 ‘아시안 하모니’

조영각의 ‘비트 봇 밴드’

조영각의 ‘비트 봇 밴드’

폐품을 활용해 만든 저스트프로젝트의 소품들

폐품을 활용해 만든 저스트프로젝트의 소품들

글로리홀과 식물상점의 ‘식물을 위한 물이끼탄과 동굴전구’. 식물의 성장을 돕는 조명이다.

글로리홀과 식물상점의 ‘식물을 위한 물이끼탄과 동굴전구’. 식물의 성장을 돕는 조명이다.

인공지능, 로봇 기술, 드론 등 새로운 세대의 기술이 가장 많이 바꿔 놓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쇼핑 분야다. ‘미래 쇼핑라이프’ 섹션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볼거리가 많다. 이미 실용화된 아마존의 ‘대쉬 버튼(Dash Button)’은 제품 이름이 적힌 타원형의 작은 버튼으로, 냉장고나 세탁기 등에 붙여 놓았다가 세제나 우유 등의 생필품이 떨어지면 바로 눌러 주문할 수 있다. ‘3D 의(衣) 프린터’는 빠른 개발을 희망하게 하는 제품이다. 온라인으로 옷의 데이터를 구매해 집에서 3D 프린터로 출력해 입는다는 아이디어다.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3D 프린터 기술을 이용해 창업 사례를 소개하는 ‘미래를 창업하라’ 섹션과 전시장 1층에서 열리고 있는 ‘디자인 페어 : 십 년 후 새로운 정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디자인 페어’에는 저성장·기후변화라는 문제에 대한 대안을 디자인에서 찾고자 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의 다양한 제품이 나온다. 냉장고 없이 식재료를 보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스튜디오 지현 다비드의 ‘냉장고에서 음식을 구하라’ 프로젝트, 직물에 떨어진 빗방울 문양을 프린팅해 ‘날씨를 입다’를 실현한 네덜란드 디자이너 알리키 판 더르 크라위스의 패션 소품 등이 흥미롭다. 저스트프로젝트가 버려진 과자 껍데기를 조각조각 바느질해 만든 가방도 패셔너블하다. 이 섹션을 기획한 ‘10년후 연구소’의 송성희 대표는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는 오늘의 디자이너들이 직면한 가장 강력한 질문 중 하나다. 관계와 연대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으로 이에 답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시도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번쯤 들러봐야 할 특별 프로그램도 많다. 광주 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The 4th Media Art’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과 예술이 어우러진 미디어 아트 작품 10여 점을 선보인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비엔날레 기간 내내 지역 디자인 우수 제품을 전시하고, 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국내외 바이어 초청 상담회, 디자인 마켓 등을 연다.
 
 
광주(전남) 글·사진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 광주디자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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