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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_this week] 못생겨야 뜬다!

2017 가을겨울 컬렉션에 선보인 발렌시아가의 스니커즈. [사진 퍼스트뷰코리아]

2017 가을겨울 컬렉션에 선보인 발렌시아가의 스니커즈. [사진 퍼스트뷰코리아]

올 가을 스타일 좀 아는 남자가 되고 싶다면 시선을 낮춰라. 옷이 아닌 발에 해답이 있다. 바로 스니커즈다. 물론 주요 남성복 브랜드들이 구두 대신 스니커즈를 주력 아이템으로 선보인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2017년 초를 기점으로 180도 다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지난 3~4년간 대세를 이루던 미니멀한 디자인이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못난이 스니커즈'가 반격을 가하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영락없는 트레킹화처럼 보인다는 게 특징인데, 신발 끈 매듭 장식부터 울퉁불퉁한 고무창까지 한마디로 뭔가 묵직해 보이는 게 공통점이다. 또 몇 년을 신발장에 처박아 둔 것처럼 때 탄 것 같은 색을 '새로운 디자인'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혹시라도 남의 신발에 밟힐까 두려울 만큼 새하얀 색에 납작한 밑창이 특징이던 과거 스니커즈와는 영 딴판인 셈이다. 이 둔탁하고 낡은 운동화의 등장에 업계는 대놓고 '못난(Ugly)' 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와 협업한 아디다스의 '오즈위고'. 새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냈다. [사진 핀터레스트]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와 협업한 아디다스의 '오즈위고'. 새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냈다. [사진 핀터레스트]

못난이 스니커즈에 포문을 연 건 스포츠 브랜드다. 아디다스가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 뮤지션 칸예 웨스트와 각각 협업한 '오즈위고(Ozweego)' '이지 러너(Yeezy Runner)'에다 리복이 베트멍과 손잡고 만든 '인스타 펌프 퓨리(Insta Pump Fury)'가 대표 3인방이다. 
예쁘지 않아서 더 눈이 가는 이 스니커즈들은 모델 카일리 제너, 지지 하디드 등 패셔니스타들이 신고 나오면서 일찌감치 화제가 됐고, 매니어들 사이에선 반드시 소장해야 할 아이템으로 꼽혔다. 전세계의 각종 패션 매체들은 '어글리 스니커즈 베스트 10'을 최신 유행 정보 기사로 쏟아냈다. 국내에서는 서울 청담동 편집숍인 분더샵이 2017년 1월 독점 판매한 인스타 펌프 퓨리 800여 족이 판매 당일 전부 팔리는 기록을 낳았다.  
리복과 베트멍이 협업한 '인스타 펌프 퓨리'. 국내에서도 하루 만에 판매 전량이 소진됐다. [중앙포토]

리복과 베트멍이 협업한 '인스타 펌프 퓨리'. 국내에서도 하루 만에 판매 전량이 소진됐다. [중앙포토]

인스타 펌프를 신은 가수 지드래곤의 모습. [사진 지드래곤 인스타그램]

인스타 펌프를 신은 가수 지드래곤의 모습. [사진 지드래곤 인스타그램]

이쯤되자 럭셔리 브랜드들도 옆 동네 불구경 하듯 무관심하기가 힘들게 됐다. 2017년 가을·겨울부터 2018년 봄·여름까지, 남성복 컬렉션은 못난이 스니커즈가 주류라고 선언했다. 발렌시아가를 필두로, 에트로·디올 옴므·랑방·디스퀘어 등 웬만한 패션하우스들이 달라진 트렌드에 동참했다. 특히 트렌드 선두주자인 구찌가 2018 크루즈 컬렉션에서 그간의 스니커즈와 전혀 다른, 투박하고 때 탄 스니커즈를 선보이며 정점을 찍었다. 이를 두고 패션계에선 "남성복 시장에 넘버원 상품이 이미 정해졌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어글리 스니커즈가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란 예언 아닌 확신이었다.  
2018 크루즈 컬렉션에 나온 구찌 스니커즈. 기존과 다른 스트리트 감성을 담았다. [사진 핀터레스트]

2018 크루즈 컬렉션에 나온 구찌 스니커즈. 기존과 다른 스트리트 감성을 담았다. [사진 핀터레스트]

디올 옴므가 2018 봄여름 컬렉션에 선보인 스니커즈. [사진 퍼스트뷰코리아]

디올 옴므가 2018 봄여름 컬렉션에 선보인 스니커즈. [사진 퍼스트뷰코리아]

요즘 트렌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발렌시아가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는 이렇게 말했다. "못생긴 것이 진짜 멋진 것이다. "
말장난 같지만 절대 역설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정말 그렇다. 못난이 스니커즈의 등장에는 최근 유행 키워드가 모두 응축돼 있다. 몇 년째 자리를 굳혀가는 스트리트 패션의 강세가 가장 먼저 꼽힌다. 분더샵의 연문주 바이어는 "허벅지와 허리를 죄어 오는 날렵한 슈트 대신 대신 헐렁한 바지와 큼지막한 점퍼가 대세가 되면서 여기에 맞춰 신발이 달라지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전체적인 균형에 맞춰 운동화 역시 사이즈를 키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에트로의 2017 가을겨울 컬렉션 스니커즈. [사진 퍼스트뷰코리아]

에트로의 2017 가을겨울 컬렉션 스니커즈. [사진 퍼스트뷰코리아]

베트멍의 2017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퍼스트뷰코리아]

베트멍의 2017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퍼스트뷰코리아]

여기에 놈코어(Norm core) 스타일의 확대도 한 몫 했다. '남과 다르게, 더 멋지게 입어 보겠어'라는 게 일반적 욕망이라면, 놈코어 스타일은 남들과 비슷하면서도 편안한 옷차림이 진짜 쿨하다는 걸 표방한다. 청바지에 티셔츠, 운동화를 신은 무심한 옷차림이 오히려 멋지다는 공식이다.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패션쇼 피날레에서 삼선 운동복(마크 제이콥스)이나 맨투맨 티셔츠·반바지(스콧 스턴버그)를 입은 건 대표적인 예다. 좀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역시 살아생전 공식석상에서 늘 뉴발란스 운동화를 신었다.  
1982년 론칭한 아디다스 EQT 솔루션. [사진 핀터레스트]

1982년 론칭한 아디다스 EQT 솔루션. [사진 핀터레스트]

이와함께 요몇년 이어지고 있는 복고 무드가 방점을 찍었다. 못난이 스니커즈를 구분 짓는 두툼한 고무창은 1982년 뉴발란스의 990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이지 러너는 1998년 아디다스가 만든 'EQT 솔루션'에서 영감을 받아 나왔다. 영국 매체인 비즈니스오브패션나 가디언 등에서는 아예 '옛날 아버지들이 마트 갈 땐 신는 운동화'라는 의미에서 '대드 슈즈(Dad Shoes)'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일부러 낡고 때 탄듯한 스니커즈 역시 뽀송뽀송한 새 제품보다 세월의 흔적을 인위적으로나마 드러낸 것이다.  
둔탁한 스니커즈에는 일자 라인 청바지가 가장 무난하다. [사진 퍼스트뷰코리아]

둔탁한 스니커즈에는 일자 라인 청바지가 가장 무난하다. [사진 퍼스트뷰코리아]

못난이 스니커즈는 스타일링 난이도로 따지자면 중상급이다. 이영표 패션 컨설턴트는 "모양이 워낙 튀어서 시선이 저절로 간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면서 "최대한 무난하게 신으려면 일자 슬림 라인의 청바지나 운동복 바지와 짝지으라"고 제안한다. 상대적으로 재킷이나 티셔츠는 품이 넉넉하더라도 어색함이 덜 할 수 있다. 만약 밑창이 컬러풀할 땐 그 중 한 가지를 상의 컬러와 맞춰도 좋다. 
재킷 차림이라도 아래 위를 차분하게 통일시키면 비즈니스 캐주얼과도 잘 어울린다. [사진 퍼스트뷰코리아]

재킷 차림이라도 아래 위를 차분하게 통일시키면 비즈니스 캐주얼과도 잘 어울린다. [사진 퍼스트뷰코리아]

좀더 멋을 부리고 싶을 땐 오버사이즈 트렌드에 맞춰 전체적으로 풍성한 실루엣을 살린다. [사진 퍼스트뷰코리아]

좀더 멋을 부리고 싶을 땐 오버사이즈 트렌드에 맞춰 전체적으로 풍성한 실루엣을 살린다. [사진 퍼스트뷰코리아]

좀더 멋스럽게 입고 싶다면 서수경 스타일리스트의 조언이 도움이 된다. 일단 비즈니스 캐주얼에 도전할 것. 길이가 짧고 칼라가 없는 블루종 점퍼에 체크 바지, 셔츠와 카디건같은 비즈니스 캐주얼과 의외로 어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바지통 역시 스니커즈의 묵직함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낙낙한 것이 차라리 자연스럽다. 서 스타일리스트는 "운동화 컬러와 맞춰 아래위를 통일하고 양말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고수다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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