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취재일기] 마녀사냥터 된 240번 버스

이 현 사회 2부 기자

이 현 사회 2부 기자

평범한 목요일 아침, 버스 앞문으로 올라타 교통카드를 찍고 빈자리를 ‘탐색’한다. 빈 의자까지 세 걸음쯤 남았을 때 버스 기사는 “손잡이 꽉 잡으세요” 채근하며 문을 닫고 액셀을 밟는다. 서울의 익숙한 출근 풍경이다. 내릴 때도 마음이 급하다. 양손에 짐을 든 할머니가 뒤뚱거리며 내리는 순간에는 승객들 시선이 뒷문에 꽂힌다. ‘왜 빨리 안 내리나’ 버스 기사보다 승객들 눈치가 더 무서울 때도 있다.
 
이번 주에 ‘240번 버스’ 이야기로 인터넷 세상이 시끄러웠다. 지난 11일 밤 한 인터넷 카페에 “5살도 안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버스에서 내리고 뒷문이 닫혔고, 엄마는 못 내렸다”고 올라온 목격담은 “아주머니가 울부짖었다” “다음 역에서 엄마가 울며 뛰어나가는데 (버스 기사가) 큰소리로 욕을 하더라”는 상황 설명으로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가 진상 조사에 나섰다. 욕설이나 비명은 없었다. 시는 버스회사와 운전기사의 규정 위반은 아니라며 “버스 안이 혼잡해 운전기사의 상황 파악이 늦었고, 이미 차선을 변경한 상태라 사고 위험 때문에 다음 정류소에서 문을 여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버스 기사를 향했던 공분은 이틀 만에 아이 엄마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관련 기사에 글을 올린 적도 없는 아이 엄마를 “무고 혐의로 수사하라”는 댓글도 달렸다. 사건을 알린 첫 글이 여성 회원이 많은 커뮤니티에 올라왔다는 이유로 “‘맘충’이 문제”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화풀이 대상을 겨누듯 쏟아지는 ‘말의 화살’은 정작 진실도, ‘진짜 문제’도 맞히지 못했다. 세 살배기 딸을 키우는 이모(31)씨는 “아이 엄마나 버스 기사가 욕을 먹을 게 아니라 승·하차를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버스운행 문화가 중요한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아이 둘을 키우는 류모(36)씨는 “버스 기사뿐 아니라 승객들, 나아가 사회 전체가 ‘교통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아이를 데리고 버스 타는 엄마들이 왜 불안감을 느껴야 하느냐”고 말했다.
 
연수 중인 선배가 전하는 영국 브라이튼의 버스 풍경은 서울과 달랐다. 이층 버스는 승객들이 일어나 계단을 다 내려올 때까지 정류장에 조용히 멈춰 기다린다. 어린이나 노인이 타고 내릴 때는 이동식 경사로를 이용해 시간이 더 걸리지만, 재촉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은 없다. 240번 버스가 갈등으로 내달린 건 누구 한 사람 탓이 아니다.
 
이 현 사회2부 기자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북핵위기 심화 및 동북아 안보환경 변화 등 미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017년 7월 1일 개소했습니다.
연구소는 대학과 정부출연 연구 기관 등과 연계해 학술행사를 개최하며, 정기적으로 자문회의를 열고 다양한 시각과 차별화된 이슈를 제시합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