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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초중고 자살학생 10명 중 8명, 정부 정신 검사에선 ‘정상군’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2학년 A양이 지난 4월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교 측이 작성해 교육부에 제출한 A양의 ‘학생 자살사안 보고서’에는 A양이 예전에도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A양은 2016년 교육부가 전국 초ㆍ중ㆍ고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정서ㆍ행동 특성 검사’(특성검사)를 받았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정신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자살을 막기 위해 2012년부터 전국의 모든 초ㆍ중ㆍ고생을 대상으로 1인당 4차례(초등 1ㆍ4학년, 중ㆍ고등 1학년) 특성검사를 해왔다.  특성검사 결과에 따라 학생들은 ‘정상군’과 학교 내 관리를 요하는 ‘일반관리 대상’, 전문기관 의뢰가 필요한 ‘우선관리 대상’으로 나뉜다.
 
그런데 자살시도 경력까지 있는 A양이었지만 특성검사에서는 ‘정상군’으로 분류됐다. 특성검사를 통한 자살 위험 학생 분류→각급 교육청에 마련된 Wee센터 등 전문기관에서 치료 지원→위험학생 추적 관찰이 교육부가 마련한 자살예방 시스템의 골격이다. 하지만 A양의 경우 정상군에 속하는 바람에 상담이나 Wee센터 치료도 받아보지 못한채 결국 자살했다.
 
보고서에는 숨진 학생이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실시 여부와 검사 결과, 이에 따른 교내외 기관 연계 조치 내역을 기재하도록 돼 있다. [자료=이철규 의원실]

보고서에는 숨진 학생이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실시 여부와 검사 결과, 이에 따른 교내외 기관 연계 조치 내역을 기재하도록 돼 있다. [자료=이철규 의원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입수한 ‘학생 자살 사안보고서’에 따르면 A양을 포함해 초ㆍ중ㆍ고생 179명(초등학생 6명, 중학생 46명, 고등학생 127명)이 지난해부터 올해 8월21일까지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2015년 93명(교육부 집계)이었던 자살학생수는 2016년 108명으로 늘었고, 올해 8월 21일까지 다시 71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마련한 자살 예방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자살한 179명 중 특성검사를 받은 학생은 154명이었으나, 이중 A양을 포함해 129명(83.8%)이 검사 결과  ‘정상’으로 분류된 뒤 나중에 목숨을 끊었다. 자살예방 시스템의 첫 단계인 특성검사부터 오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특성검사 문항은 총 63개다. 개별 문항에 대해 ‘전혀 아니다(0)-조금 그렇다(1)-그렇다(2)-매우 그렇다(3)’ 중 하나를 고르는 식이다. 자살과 관련한 문항은 ‘자해를 한 적 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구체적으로 자살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등이다. ‘이유없이 우울하거나 짜증이 난다’, ‘화를 참지 못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 ‘놀림이나 괴롭힘(언어폭력, 사이버폭력, 신체적 폭력)을 당해 힘들다’는 문항도 들어있다.
 
검사지는 총 63개 문항으로 돼 있다. 이 검사지를 통해 학생의 정신건강 위험 상태가 1차 판단된다. [자료=이철규 의원실]

검사지는 총 63개 문항으로 돼 있다. 이 검사지를 통해 학생의 정신건강 위험 상태가 1차 판단된다. [자료=이철규 의원실]

박형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검사 문항에 가정 환경에 대한 질문은 빠져 있고, 자살 관련 문항이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냐’는 등 지나치게 직설적”이라며 “형식적인 검사를 탈피하기 위한 검사지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단계에서 자살 고위험군 학생을 걸러냈다고 하더라도 다음 단계의 예방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자살 학생 중 특성검사에서 우선관리 대상으로 분류된 경우는 18명(11.6%), 일반관리 대상은 7명(4.6%)이었다.
 
이중 우선관리대상으로 분류된 경기도의 중학교 3학년 B군은 담임교사와 상담하는데 그쳤고, 위기 학생을 돕는 Wee센터나 정신과 진료를 받지 않았다. 결국 B군은 지난해 12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철규 의원실이 입수한 179명의 학생자살 사안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학교측이 자살 이유를 정확하게 작성해놓은 경우도 드물었다. ‘학생이 어떠한 이유로 자살을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문항에 학교측은 “원인미상”, “평소 밝고 활달한 성품을 지닌 학생으로서 요인을 짐작하기 어려움”, “학업 스트레스 혹은 가정문제가 있었을 것이라 짐작 됨” 등으로 썼다. 분석결과 179명의 자살보고서에 학교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같이 학교측에 책임이 돌아갈 사유가 적힌 경우는 한건도 없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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