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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고혜련의 내 사랑 웬수(10) "남편들아, 아내가 잔소리하는 이유 아니?"

“빨리 좀 일어나라. 속옷 좀 갈아입어라. 트림이나 방귀는 소리 내지 말고 하라. 변기에 오줌 좀 튀기지 마라. 밥 먹고 들어올 때는 전화를 미리 해라. TV 좀 그만 보고 일찍 자라. 자기 전 꼭 이를 닦아라.”
 
나를 포함한 아내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남편에게 해대는 잔소리의 상위 목록이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마치 어린 자식에게 엄마가 하는 닦달로 들릴 판이다. 잔소리를 녹음기 틀어놓 듯한 ‘가해자’인 내가 들어도 심한데, 듣는 사람은 얼마나 지겨울까 상상이 가긴 한다.
 
잔소리 스트레스. [사진 Gratisography]

잔소리 스트레스. [사진 Gratisography]

 
문제는 이 소리를 수십 년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투명인간에게 해댄 듯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긴가 된다. 참, 내 경우 담배 좀 그만 피우라는 잔소리는 얼마 전부터 빠지게 됐다. 그건 내 잔소리가 먹힌 게 아니고 건강검진 결과, 몸에 이상에 생겨 저 스스로 끊은 거다. ‘과연 그게 잘 될까?’ 했는데, 정말 단칼에 끊어버리더라.
 
“어이구, 일찍 죽긴 싫은가 보네. 그럼 다른 것도 그렇게 해보시지”라고 한마디 했으나 그는 노코멘트로 일관한다. 결국 아내가 평생 내뱉은 소리는 ‘웬 옆집 견공이 짖으시나?’ 정도로 받아들인다는 소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렇게 되면 아내는 가해자라기보다 피해자라고 해야 옳다.
 
‘철부지’ 남편 때문에 나처럼 열 내는 주부가 많고도 많다. 젊든 늙든 남편은 정말 어떤 땐 ‘무뇌아’ 같아 “저러고도 밖에서 밥벌이하는 게 신기할 때가 많다”는 여성들이 부지기수다.
 
남편 깨우기 힘들어. [사진 pakutaso]

남편 깨우기 힘들어. [사진 pakutaso]

 
“아침마다 전쟁이에요. 애들 깨우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50이 다 되어가는 남편을 깨워야 한다니….” 아파트 단지에서 개설 중인 아쿠아로빅 오전반 단골 지각생인 그녀가 매번 입버릇처럼 하는 푸념이다. 같은 반 주부들은 “깨우지 마. 한 번 크게 당하게 해야 정신을 차리지”라고 조언한다. 그녀 역시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란다.
 
그렇게 벼르다가도 막상 출장으로 새벽에 국제선을 탄다거나 회사 오너에게 브리핑을 하는 등 ‘사활’이 걸린 일이 있을 때는 깨우지 않고는 못 배긴단다. 혼자 못 일어나는 버르장머리를 고칠까 해서 평소 출근 시간에 몇 번 지각도 하게 했지만 그러다 해고당할까 무서워 다시 매일 깨우는 신세가 됐단다.
 
'잔소리 이혼'
 
그런데 괘씸한 건 새벽 골프 모임 갈 때는 시계의 경보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해놓고 거뜬하게 일어나니 얼마나 얄미운지 모른다는 거다. 그러니 ‘저 인간이 나를 일부러 약 올리려는 거 아냐?’하는 의구심마저 든다니 이해가 간다.
 
삶이 나날이 팍팍해져서인지 최근에는 ‘잔소리 이혼’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이다. 특히 살 만큼 살아온 중년의 부부는 슬슬 권태기도 와서 상대가 꼴도 보기 싫어지는 데다 남편이 무반응으로 일관하니 잔소리가 더 집요해지고 자극적이 되어가는 거다.
 
결국 부부 파경. [중앙포토]

결국 부부 파경. [중앙포토]

 
그러니 잔소리가 말다툼이 되고 결국 이혼으로 끝장을 보기도 한다. 이혼으로 가는 싸움은 대부분 사실 별거 아닌 것에서 시작해 나중에 원인 분석을 해보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인 경우가 허다하다. 
 
중년의 아내는 갱년기를 겪으면서 남성 호르몬 증가로 더욱 거세지는 데 반해 남자는 그 반대가 되니 더욱더 아내의 잔소리가 심해지는 거란다. 게다가 잔소리는 함께 있는 시간에 비례한다고 하니 은퇴를 앞둔 남편들은 앞날이 깜깜할 수밖에. 잔소리는 서로를 지치게 하고 어느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제로섬 게임’이다.
 
여자들은 말한다. “잔소리도 애정이다” “정말 미워지고 싫어지면 잔소리도 안 나온다”며 “잔소리를 고맙게 여기라”고까지 말한다. 그리고 “정 싫으면 잔소리 안 듣게 하면 될 거 아니냐”고 따진다. 잔소리하는 여자들도 그놈의 잔소리와 이별하고 싶다.
 
고혜련 (주)제이커뮤니케이션 대표 hrko3217@hotmail.com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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