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시론] 전술핵 필요 없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전술핵은 군사적으로 쓸모가 없다. 미국이 전술핵을 감축한 이유는 군사기술 발전으로 전략핵의 정확도가 향상된 덕분이다. 멀리서 쏴도 정확하고 가까이서 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면 항공기 탑재 투하 폭탄인 B-61 계열일 텐데, 전략핵보다 대응도 빠르지 않다. 트라이던트 핵미사일은 한반도 해상 인근에 산재한 미국 핵추진 잠수함에서 발사하는데 30분 내로 쏠 수 있다. 미 캘리포니아 공군기지에서 평양으로 발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30분이면 충분하다. 가까이 있다고 꼭 신속한 건 아니다.
 
북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핵 억지의 관점에서 봐도 전술핵은 의미가 없다. 전술핵 도입은 미국이 결정하고 미국이 운용한다. 핵 억지 주체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일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공동운영 개념을 거론하지만 유럽에서도 발사의 결정권한은 미국이 가졌다. 미국은 북한 핵의 억지와 관련해 전략핵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미 정치인이 전술핵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지만 군사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심리적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지만 한반도는 이미 재래식 군사력만으로도 공포의 균형 상태다. 미국을 위협할 전략핵이 목표인 북한에 전술핵은 억지 효과가 없다. 과거 한국에 전술핵이 존재했던 시절, 한때 많게는 950여 기나 있었던 1960년대에 무장공비가 청와대를 노리고 침투한 1·21 사태가 일어나고 푸에블로호가 나포되고 울진·삼척 지구에 무장공비가 침투했다. 핵 억지 상황에서 전면전은 피할 수 있지만 제한전쟁은 일어날 수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카길 분쟁은 핵 보유 상황에서 벌어졌고, 핵을 보유한 중국과 인도는 지금도 국경분쟁을 겪고 있다. 한반도에서 여전히 우려되는 것은 제한전쟁이고 핵 억지가 재래식 분쟁을 예방할 수 없다.
 
물론 북한의 핵 보유 상황에 대비 역량을 갖추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한·미 양국 사이에 확장억지, 즉 핵우산 운영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한국군도 탄두중량을 늘리고 보복능력을 강화하고 이른바 킬 체인을 보완해야 한다. 심리적 억지는 튼튼한 안보로 뒷받침되는 것이지 정치적 구호만으로 얻기 어렵다.
 
전술핵은 얻을 것이 거의 없고, 대신 잃을 것은 너무 분명하다. 전술핵 도입은 북핵 해결의 포기를 의미한다.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우리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깨자는 주장이다. 그러면 더 이상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할 수 없다. 핵 억지 상황을 전제로 전술핵과 북핵 포기를 거래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북한이 우리의 전술핵과 자신들의 전략핵을 맞바꾸려 하겠는가?
 
전술핵을 중국·러시아의 태도를 압박하기 위한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국제규범에 어긋나고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압박이 되겠는가? 오히려 ‘실현 가능성 없는 의도’만으로 한국은 중국·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다. 사드 문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전술핵 도입은 공포의 균형을 넘어 한반도 내 공포의 일상화를 의미한다. 주요 전술핵인 B-61 계열은 대체로 F-16이나 F-15E 전투기에 장착될 것이다. 한국군의 전투기와 차이가 없다. 그러면 우리 전투기가 뜰 때마다 한반도는 핵 공격 가능성이라는 ‘최대의 긴장’ 상황을 연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잃을 것 없는 북한을 상대로 잃을 것 많은 우리가 과연 공포의 일상화를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금융시장은, 외국인 관광객은, 우리 경제는 어찌 될까? 군사안보만 생각하던 시대는 지났다.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안보다. 포괄안보 시대에 전술핵 도입은 어울리지 않는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니다.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과거의 실패 경험만 반복하면서 ‘방법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협상을 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어려워졌다. 그래도 우리는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하나라도 늘려 매우 위험한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이 중요한 순간에 왜 죽는 길을 가자고 선동하는가? 위기의 순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집단 지혜이고 초당적 협력이며 국민적 합의다. 작전통제권 환수를 연기한 사람들이 실현 가능성도 적으면서 소모적인 전술핵 도입을 주장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정략적인 안보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안보를 생각할 때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북핵위기 심화 및 동북아 안보환경 변화 등 미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017년 7월 1일 개소했습니다.
연구소는 대학과 정부출연 연구 기관 등과 연계해 학술행사를 개최하며, 정기적으로 자문회의를 열고 다양한 시각과 차별화된 이슈를 제시합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