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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절대반지’ 핵무기의 마법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을 안다. 그의 비유는 실감 난다. “북한은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 한 풀(траву·트라부)을 먹더라도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5일 브릭스 회의 기자회견) 그는 그렇게 북한을 비호한다. 러시아는 평양의 역사를 축적해 왔다. 푸틴의 절묘한 단어 선택도 그 덕분일 것이다.
 
북한의 핵 야욕은 집요하다. 그것은 초근목피(草根木皮)의 독종 자세에서 나온다. 유엔의 대북 압박과 제재는 시원치 않다. 채찍은 화끈하지 못하다. 북한은 풀과 나무껍질로 버틴다. 그들은 체제의 역량을 쏟았다. 그 집념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6차 핵실험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 성취는 일관성의 북한식 쾌거다.
 
북한은 핵의 매력을 터득했다. 그것은 ‘절대반지’의 매력이다. 절대반지는 마법이다. 불리한 판세를 단숨에 역전시킨다. 진정한 게임 체인저(changer)다. 북한은 가난하고 오랫동안 멸시를 당했다. 지금은 남을 겁주는 공포의 생산국이다. 핵무기는 야욕의 자기 증식(增殖)을 한다. 개발 단계에선 자국의 안전 보호용이다. 최종 단계에서 욕심은 확장 번식한다. 공세적 협박수단으로 격상한다. 미국 LA 공격, 한반도 적화통일을 위협한다. 이제 북한의 핵무장은 최후의 실전배치만 남겼다.
 
절대반지의 운명은 기묘하다. 손가락에서 빼는 순간 파탄이 예고된다. 푸틴은 이라크와 리비아를 거론했다. 리비아의 카다피 말로는 비참했다. 핵무기 개발 포기의 대가였다. 푸틴은 이중적이다. 그는 2014년 크림반도(우크라이나 땅)를 점령했다. 그것은 협정 위반이다.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포기했다. 그 대신 영토 보장의 약속을 받았다(부다페스트 양해각서). 하지만 힘이 없으면 평화를 지킬 수 없다. 핵 없는 나라의 비극이다.
 
북한은 절대반지를 절대 빼지 않는다. 북한 외교는 영악하다. 그 방식은 미치광이 흉내와 불확실성이다. 그들은 대화 무대로 복귀할 것이다. 그 전환은 미사일 발사처럼 기습적일 것이다. 그것은 미국과의 평화 협상이다. 거래의 핵심은 핵무기 동결(凍結)이다. 완성 후 동결은 기만이다. 창고에 보관하는 정도다. 언제라도 다시 꺼내 쓸 수 있다. 한국에는 악몽이다.
 
북한은 야욕을 단계적으로 조절한다. 김정은의 목표는 주한미군 철수다. 북한은 한국을 핵무기 인질로 삼을 것이다. 오랜 인질 상태는 괴상한 집단심리를 낳는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다. 상황의 수용과 포기, 북한에 동정적 여론이 퍼진다.
 
미국은 화려한 정밀무기를 내세운다. 하지만 선제 타격은 어렵다. 북한은 은폐에 능숙하다. 핵무기는 깊은 산 지하 갱도에 숨겨져 있다.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최대 200대)를 몽땅 찾기는 벅차다. 미군 전략폭격기들은 목표물 상당수를 파괴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반격을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체를 망가뜨려야 한다. 그 전략은 불가능하다.
 
김정은 참수작전도 가상 시나리오에 머물 것이다. 미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 신화의 재연은 힘들다. 평양의 특성은 은둔이다. 젊은 지도자는 빈 라덴의 처지도 아니다. 첨단 무기는 의외의 변수를 만난다. 미군 괌 기지에 폭격기 B-B1 ‘랜서’가 있다. 지난해 9월 북한 5차 핵실험 때다. 랜서는 한반도로 즉시 날지 못했다. 기상 악화 때문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 전략은 강온(强穩)을 오간다. 북한 핵무기 억제의 묘수가 없어서다.
 
핵무기 대응 방식은 뚜렷하다. 하나는 북한의 자선에 기대는 것이다. 그 선택의 기조는 평화다. 하지만 굴욕의 처신이다. 아니면 핵으로 맞서는 것이다. 전술핵의 재배치, 자위적 핵무장이다. 그것은 물귀신 작전이다. 그게 공포의 균형이다. 핵무기 없는 나라는 구리 반지 신세다. 절대반지 나라는 그 소박한 처지를 얕잡아 본다. 구리 반지 끼고 협상 무대에 나설 수 있겠는가. 발언권도 미약하다. 매케인(미 상원 군사위원장)은 미군 전술핵의 재배치를 거론했다. 그는 베트남 전쟁의 조종사 출신이다. 그 전쟁에서 미군은 실패했다. 그는 승리의 요소로 투지를 꼽는다. 핵의 세계는 리더십 의지의 대결 무대다.
 
문재인 정부는 핵과 거리를 둔다. 하지만 핵무기 검토 의지는 최소한 표시해야 한다. 그것은 안보주인의식의 표출이다. 대화를 위한 비장의 전략카드가 된다. 그 의지 표명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준다. 미국 여론은 한국의 대비태세를 재평가한다. 중국의 자세도 변할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반복했다. 그 지루한 소리에 한국은 말려들었다. 중국은 동북아의 핵무기 확산을 경계한다. 그래야 북한에 대한 중국의 모호한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절대반지에 한국의 운명이 걸려 있다. 정권의 체통도 거기에 달려 있다.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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