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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법대 박차고 나온 초보 돕는 선배 농부 “농촌은 좋은 직장이자 삶터”

충남 홍성군 홍동마을 문당리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귀농 청년 이신웅씨(26·왼쪽)와 이씨의 멘토 주하늬(35)씨가 함께 작업 중이다. 최승식 기자

충남 홍성군 홍동마을 문당리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귀농 청년 이신웅씨(26·왼쪽)와 이씨의 멘토 주하늬(35)씨가 함께 작업 중이다. 최승식 기자

5일 오후 충남 홍성군 홍동면(홍동마을) 문당리. 한 청년이 비닐하우스 흙밭을 맨발로 성큼성큼 걸었다. 고랑에 앉아 시금치를 들여다 보던 다른 청년이 "신웅아 호미 좀 찾아줘"고 말한다. 둘이 나란히 앉아 잡초를 뽑기 시작한다. 
이신웅(26)씨는 초보 농부다. 토박이 3세 농부 주하늬(35)씨의 직원이다. 이씨는 3년 전 대전의 대학 법학과 학생이었다. 세 학기를 마치자 학교를 그만뒀다. 지인의 소개로 풀무학교 전공부(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의 전문대학 과정)를 알게 돼 농부가 됐다. 2년 숙식하며 유기농업을 배웠다. 학교를 마치고 주씨와 '멘토-멘티' 관계가 됐다. 올해는 논 800평을 빌려 우렁이 농법으로 벼농사를 시작했다.  
9일 리셋코리아 보건복지분과 위원인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분과장)·조상미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이 이신웅씨를 인터뷰했다.
 
리셋코리아 보건복지분과 송인한·조상미·오건호 위원이 기자와 함께 9일 홍동마을 자율방범대 사무실에서 두 청년 농민을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오건호]

리셋코리아 보건복지분과 송인한·조상미·오건호 위원이 기자와 함께 9일 홍동마을 자율방범대 사무실에서 두 청년 농민을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오건호]

농부가 된 이유는.
학창시절부터 해가 떠있을 때 밖에 있을 기회가 거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거대한 기계의 부품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땀 흘리는 홍동마을의 모습이 정말 행복해보였다.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았나.
걱정 많이 하셨다. 한달쯤 지났을 때 ‘정말 취업 안 할거냐’고 물으시더라. 전공부를 마치고 하늬형의 멘티가 되니 걱정이 다소 누그러졌다.
 
어떤 일을 하나.
하늬형 농가에서 벼농사와 들깨·시금치·아욱 등 비닐하우스 농사를 돕고 월급(미공개)을 받는다. 정부의 ‘청년농업인 지원사업’을 통해 월 80만원 지원받는다. 다른 농가의 모내기·잡초제거·추수 알바를 한다.
 
수입은.
돈 생각 안 하고 왔는데, 먹고 살만하다. 도시에 비해 지출이 적다. 나와 비슷하게 벌면서 적금을 하는 친구도 있다.
 
계속 농사를 지을 것인가.
전업농으로 빨리 자리잡고 싶다. 50년 후에도 여기에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
 
보람을 느끼나.
여기서는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 도시와 다르다. 여기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고 싶다. 대전에서 대학을 다니는 여자친구를 열심히 설득하고 있다.
 
농촌이 좋아 농사를 짓는다는 주씨와 이씨. 이들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사회가 농업의 가치에 대한 공감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승식 기자

농촌이 좋아 농사를 짓는다는 주씨와 이씨. 이들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사회가 농업의 가치에 대한 공감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승식 기자

위원들은 주하늬씨에게 질문을 던졌다. 주씨는 벼농사·하우스농사를 짓고 한우 30마리를 키운다.아들(6)·딸(3)이 있다. 
 
원래 농사를 지으려 했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어려서부터 농부를 꿈꿨다. 풀무학교를 졸업하고 경북대 농대에 진학했다. 농대에서조차 ‘농사 짓겠다’고 하면 신기하게 보더라. 농업을 배우러 농대에 온 애들이 거의 없었다.청년세대와 농업의 거리감이 크다는 걸 절감했다.
 
농사가 좋은가.
끈기 있게 농촌을 지켜낸 결과물, 즉 시골 풍경과 지속가능한 마을 공동체를 애들에게 물러주고 싶다. 큰 욕심 없이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면서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삶이 좋다.
 
홍동마을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농업이 없으면 농촌도 없다. 5~10년 후 마을 어르신 절반이 농사일을 못 하게 된다. 농사 지을 사람이 없는데 마을의 다른 장점이 유지될 수 있을까. 여력이 있는 농가가 마을의 미래를 위해서 귀농 청년을 적극 고용해줬으면 좋겠다. 토박이와 귀농인의 ‘멘토-멘티’ 관계가 청년들을 불러들일 수 있다고 본다. 농촌이 좋은 직장이자 ‘삶터’가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농업의 길은.
'농부도 페라리를 탈 수 있다’는 말이 너무 싫다. 드론 띄우는 농부가 멋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그게 본질이 아니다. 국산·유기농 농산물의 가치는 인정하면서 농업을 ‘남의 일’로 여기는 게 아쉽다. 농업이 지탱해야 지역 공동체도 발전할 수 있다.
 
정리=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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