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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일·교육·편의시설 갖추니…시골마을 홍동은 집 모자랄 판

충남 홍성군 홍동면 갓골어린이집 어린이들이 점심을 먹다 중앙일보 카메라를 보고 환하게 인사하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아이를 보기 어려운 다른 농촌과 달리 79명 정원이 모두 찼다. 최승식 기자

충남 홍성군 홍동면 갓골어린이집 어린이들이 점심을 먹다 중앙일보 카메라를 보고 환하게 인사하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아이를 보기 어려운 다른 농촌과 달리 79명 정원이 모두 찼다. 최승식 기자

중앙일보 리셋코리아 복지분과 위원들이 저출산·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인한 지방의 소멸을 막기 위한 대안 찾기에 나섰다. 귀농·귀촌 1번지로 알려진 충남 홍성군 홍동마을을 찾아 가능성을 탐색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자체 85곳이 소멸 위험에 처해 있다. 5일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9일에는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분과장)·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조상미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방문했다. 기사는 조 교수와 송 분과장이 작성했다. 
 
◇5일(조영태 교수)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딸에게 농업고교 진학을 권고한다. 보습학원을 끊었다. 여러 이유로 농업 인구가 급감하고 있어 희소한 곳에 투자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서다. 홍동마을에서 '농고 권유'의 정당성을 찾을 수 있을까.  
5일 오전 9시 40분 서울 용산역을 출발한 새마을호 기차가 두어 시간 만에 충남 홍성역에 도착했다. 홍동마을에 들어서자 면사무소 앞 사거리의 교통 신호등이 작동하는 게 눈길을 끌었다. 적잖은 차량이 오갔다. 면 단위 도로에는 신호등이 없거나 황색등이 깜박이는 게 일반적이다. 
갓골어린이집 현관 벽면 신발장에 어린이 신발 70여 켤레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최승식 기자

갓골어린이집 현관 벽면 신발장에 어린이 신발 70여 켤레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최승식 기자

먼저 갓골어린이집을 찾았다. 현관의 8단 신발장에 알록달록한 신발이 빼곡하다. 정원 79명이 꽉 찼다. 30~40대 젊은 부모가 많다는 뜻이다. 2층 7세반 교실에 들어서자 점심을 먹던 아이들이 돌림노래처럼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중앙일보 취재진의 카메라를 발견하고는 “찍어달라”며 조른다. 요즈음 웬만한 중소도시마저 어린이집 정원을 채우기가 쉽지 않은 마당에 놀라운 모습이었다. 박은주 원장은 “아이들이 모내기를 경험하며 흙을 묻히고 스스로 배운다. 애들이 커서 '농사 짓겠다'고 말한다”며 “서너 명의 아이를 둔 다자녀 가정이 많다”고 말했다.    
5일 오후 홍동초등학교 방과후학교에서 학생들이 클래식기타 수업을 듣고 있다. 혁신학교로 지정된 홍동초는 전교생이 122명이고 한 학년마다 학급이 하나씩 있다. 폐교 걱정과는 거리가 멀다. 최승식 기자

5일 오후 홍동초등학교 방과후학교에서 학생들이 클래식기타 수업을 듣고 있다. 혁신학교로 지정된 홍동초는 전교생이 122명이고 한 학년마다 학급이 하나씩 있다. 폐교 걱정과는 거리가 멀다. 최승식 기자

초등학교·중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22명, 중학교 101명이다. 이날 오후 방과후 활동을 하는 초등학교 교실을 찾았다. 3~6학년 학생들이 악보를 보면서 기타 연습에 열중이다. 폐교를 걱정하는 다른 지역 시골 초등학교와 딴판이다.  
홍동마을 인구는 3500여명. 면 단위 인구로는 적지 않은 편이다. 10년 전에 비해 줄었지만 2010년 이후 조금씩 늘고 있다. 주민의 30%가 귀농·귀촌인이다. 토박이가 유턴하거나 외지에서 이주한다. 아이를 키우려 오거나 농사를 배우려는 젊은 층이 많다. 은퇴자 위주의 귀농과 차이가 있다. 
지난해 304명이 전입했고 2015~2016년 12명이 태어났다. 전출자(307명)를 상쇄한다. 젊은협업농장'이라는 협동조합이 농업 교육과 실습을 통해 귀농인 정착을 돕는다. 주정모 홍동마을 주민자치위원장은 "귀농·귀촌하려는 사람이 많지만 집이 없어서 못 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방소멸을 막으려면 인구를 끌어당기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홍동마을은 화학비료 대신 오리·우렁이·메기를 이용한 유기농법을 고집한다. 1958년 문을 연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고교과정 대안학교)가 중심에 있다. 한 학년(25~30명)의 60%가 외지 학생이다. 졸업생 두 세 명이 남아 농사를 짓는다. 이곳 주민들은 100% 계약 재배를 한다.  
홍동마을 그림 지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홍동마을 그림 지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홍동마을에는 도서관·은행·유기농 음식점·카페·만화방·서점·목공소에다 동네의원,발달장애 청소년 교육시설까지 각종 편의시설이 있다. 3박자(일·교육·생활환경)가 맞아떨어진다. 
협동조합 형태로 세워진 홍동마을 밝맑도서관 내부. 최승식 기자

협동조합 형태로 세워진 홍동마을 밝맑도서관 내부. 최승식 기자

홍동마을은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을 끌어들여 지방소멸을 막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나는 다른 대안으로 ‘농업 특목고’ 도입을 제안한다. 대학 가는 방편이 아니라 수익성 있는 농산업 인력과 농부를 양성하는 학교다. 
다만 홍동마을을 선택한 사람들이 유기농이나 경쟁 없는 교육 등을 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들에게는 장점이지만 모두에게 장점일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경쟁 위주의 도시 생활의 대안적인 삶만으로는 지방소멸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홍동 마을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홍동 마을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9일(송인한·오건호·조상미 위원)
나(송인한)는 두 위원에게 의료생협 우리동네의원을 먼저 가자고 제안했다. 주민 400여명이 출자하고 전문의(가정의학)·간호사·물리치료사가 있다. 이기양 홍동마을 친목회장은 "병원 한 번 가려면 버스 타야 하고 힘들었는데 2년 전 의원이 생기면서 많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2년 전 문을 연 의료생협 '우리동네의원'. 홍동면 보건지소에서 공보의로 근무했던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마을에 정착하고 주민들의 출자를 받아 의원을 세웠다. 마을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 최승식 기자

2년 전 문을 연 의료생협 '우리동네의원'. 홍동면 보건지소에서 공보의로 근무했던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마을에 정착하고 주민들의 출자를 받아 의원을 세웠다. 마을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 최승식 기자

파출소에 들렀다. 경찰관은 "하루에 교통사고 1건이 들어올까말까 한다. 자살하는 사람이 없고 취객의 주먹다짐도 없다. 마을이 평화롭다"고 말했다. 
마침 이날 홍동중학교에서 '면민 체육대회 및 화합한마당'이 열렸다. 1000여명이 참여했다. 운동장 뒤편에선 청년들이 배구에 열중이다. 식당 주인과 농민, 의료생협 의사 등이 서로 이름을 불렀다. 아이들도 자전거를 타거나 축구를 하면서 운동장을 오갔다. 아동ㆍ청년ㆍ노인, 토착민과 귀농·귀촌인들이 함께 어울렸다. 
머물게 하는 교육(풀무학교), 머물 수 있는 삶의 터(홍동마을)라는 모델을 체계화하면 지방소멸을 해결할 수 있어 보였다. 여기에다 안전이 더해지면 저출산 해결책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조상미 교수는 "의원 설립 등 마을에 필요한 작업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농업의 가치를 꾸준히 지켜온 점이 인상적이다. 지역 특성에 맞춰 기존 주민과 새로운 주민이 함께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건호 위원장도 "토착 주민과 귀농·귀촌 이주민의 유기적인 관계망이 형성되면 지방소멸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걸 돕는 사회적 지원 프로그램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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