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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앞둔 양승태 '작심발언'…"이념 갈등이 재판 독립 위협"

지난 8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는 양승태 대법원장 [중앙포토]

지난 8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는 양승태 대법원장 [중앙포토]

 
양승태 대법원장은 13일 “최근 이념적 마찰이나 이해관계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 건전한 비판을 넘어선 과도한 비난이 빈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다. 오는 25일 퇴임하는 양 대법원장은 법원의 판단에 대한 외부의 비난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양 대법원장은 “(과도한 비난은)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돼야 할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상으로 재판 독립에도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권 독립의 최우선적 가치는 정치권력이나 외부 세력 소송당사자 등으로부터 어떠한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력도 배제한 중립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내실 있게 보장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치권과 검찰이 법원의 재판 결과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출소를 하루 앞둔 지난달 22일 “그분이 진실을 말했음에도 기소도 잘못됐고, 재판도 잘못됐다. 사법개혁이 얼마만큼 필요한지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 전 총리의 뇌물죄를 인정해 징역 2년형과 추징금 8억8000만원을 확정했다.
 
지난 8일엔 서울중앙지검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국민 사이에 법과 원칙 외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도를 넘어서는 비난과 억측 섞인 입장을 공식 표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향후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는 저의가 포함된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고 공식 대응했다.

 
양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에서 사법행정권 남용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논란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오로지 재판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바람직한 사법행정의 모습을 구현하는 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며 “최근 법원 내부에서의 논의 역시 성숙한 형태로 진행돼 사법의 독립을 굳건히 확립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더욱 두텁게 보장하는 계기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법관회의는 지난 6~7월 열린 1,2차 회의에서 양 대법원장에게 사법행정권 남용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당시 사법행정 담당자들을 업무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법원 내부 통신망 ‘코트넷’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익명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양 대법원장은 ”갈등과 대립이 첨예한 시기일수록 법과 양심에 따른 공정한 재판의 의미는 더욱 무겁고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가치 역시 더욱 소중하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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