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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디지털 사업 모델 발굴 못 하면 한국은 2류 전락”

“우리는 지금 세계시장과 생산 자동화라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노동자가 거의 없는 경제로 향한 길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
 
최근 확산하는 사회적 불안을 묘사한 글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글은 22년 전인 1995년 출간된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과학·기술의 변화가 경제 체제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예측해 온 세계적 경제·사회 이론가 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The End of Work)』이다.
 
11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22년 전만 해도 ‘설마 그렇게 되겠느냐’는 반응이 대다수였는데 지금은 ‘그 책의 내용대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앞으로 40년간의 대고용(Great Employment) 시기를 거쳐 인간은 새로운 노동의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프킨은 경기도가 20일 성남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여는 미래 비전 포럼인 ‘빅포럼’에서 영상 강연을 할 예정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디지털 혁명이 얼마나 빨리 세상을 바꾸고 있는지를 거듭 강조했다. 특히 그가 마지막으로 낸 저서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강조했던 대로 “공유경제의 확산이 기존의 산업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유경제는 당신 예상대로 확산하고 있나.
“모든 산업에 이미 공유경제가 스며들었다. 전 세계 젊은이들은 유명한 교수의 강의를 온라인에서 무료로 듣고 학점을 따며, 위키피디아 같은 무료 사이트에서 지식을 배운다. 이런 공유경제는 온라인에 국한한 게 아니다. 사람들은 이제 태양광·풍력 에너지 같은 신재생 에너지를 공유한다. 자동차를 사기보다 나눠 타고 있다.”
 
공유경제의 확산은 기존 대기업들에 큰 위협이다.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대기업은 변해야 한다. 기존의 사업 모델을 버리라는 게 아니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새 사업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겠다. 독일의 트럭 회사 다임러는 수송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구축했다. 400만 대의 트럭에 센서를 부착해 날씨와 도로 교통 상황, 실시간 창고 사용 여부와 같은 데이터를 수집한다.”
 
한국의 대기업이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나.
“하나는 분명하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20년 안에 한국은 이류 국가가 된다. 한국의 대기업은 이런 기조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관건은 사회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느냐다. 디지털 기술 자체를 팔아서 생산성을 높이는 게 아니다. 생산성 향상은 인프라에서 오는 거다. 한국의 디지털 인프라는 유럽이나 중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 
 
“지금은 3차 산업혁명 진행 중 … 4차 산업혁명 표현은 잘못” 
 
한국 근로자들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나.
“향후 40년간 전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단 한 번의 대고용(Great Employment)이 일어날 거다. 두 세대에 걸쳐 온 세계에 스마트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국의 모든 빌딩과 집은 스마트 빌딩으로 바뀌어야 한다. 모든 빌딩은 자체 데이터센터를 갖추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장치를 확보하며, 빌딩의 모든 요소는 IoT로 연결돼야 한다. 이런 인프라 구축 작업은 로봇이 맡을 수 없다. 아직은 로봇이 창문을 바꿔 달 수 없다. 그뿐이 아니다. 화석·원자력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 농장을 스마트화하는 것, 5G 광선 케이블을 매설하는 것 같은 작업 역시 사람이 필요하다. 향후 40년간 이런 일에 수백, 수천만, 수억 명의 노동자가 필요하다.”
 
그럼 대고용 이후엔 어떤 일이 일어나나.
“새로운 형태의 고용이 창출될 거다. 자동화 시장이 완성되면 소수의 관리자만 필요해진다. 빅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알고리즘을 관리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 외의 고용은 비영리적 분야에서만 이뤄진다. 이 분야야말로 인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교육과 의료, 어린이와 노인을 돌보는 일, 문화 같은 영역이다. 로봇이 어린이집에서 두 살짜리 아이를 돌볼 수 있을까. 통계를 보면 이미 비영리 부문의 고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시대의 인간은 더 행복하게 일할까.
“경제학자인 존 케인스는 무려 1931년 출간된 그의 책에서 ‘기술 실업(Technology Displacement)’이라는 용어로 이런 미래를 정확히 예측했다. 그는 ‘두려워하지 말라’고 썼다. 만약 당신이 2060년에 당신의 증손주에게 ‘증조할아버지는 매일 트럭을 운전해 20㎞를 오갔단다’라거나 ‘증조할머니는 물건을 비닐백이나 종이상자에 넣는 일을 했단다’라고 말하면 그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믿을 수 없어요. 왜 그런 일을 했어요?’라고 되물을 것이다. 그 시대가 유토피아가 될 거란 얘기는 아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과정이다. 인간의 여정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더 창의적인 일을 위해 진보할 것이다.”
 
그 시대를 이끄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지금의 38세 이하, 밀레니엄 세대다. 이들은 디지털 재주가 있다. 그리고 개방적이고 자신의 것을 공유하며 협동하는 법을 알고 있다. 나는 이들과 기성세대가 서로 멘토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는 경험과 지혜가 있다.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있다. 40년간 일어날 인프라 구축 기간에 협력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우리의 교육제도는 여전히 1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19세기 방식이다. 이 시기 교육은 기계를 다루는 훈련에 집중돼 있었다. 학교는 일종의 공장이었다. 어디서나 ‘아는 것이 힘(Knowledge is power)’이라고 적혀 있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지식이 앞서야 한다는 뜻이다. 교실 책상은 선생님을 향해 있고, 지식을 듣고 외우고 반복했다. ‘왜’냐는 질문은 수업을 방해하는 것이고, 서로 아는 것을 나누면 부정행위였다. 다음 단계의 수업은 달라져야 한다. 이미 많은 학생이 지식은 과목별로 나뉜 게 아니라 융합된 것이란 걸, 생각은 나눌수록 더 커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이들은 전 세계와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자신이 배운 지식을 이웃에 적용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최근의 변화를 ‘4차 산업혁명’으로 묘사하는데.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은 잘못됐다. 최근 3차 산업혁명이 폭발적인 속도로 진행된 건 맞지만 여전히 3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이 단어를 처음 소개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우리 모두를 혼란스럽게 했다. 한국 정부나 기업에 어떤 표현을 쓰라고 강제할 순 없다. 하지만 3분의 시간을 줄 테니 4차 산업혁명이 뭔지 설명해 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누구도 답할 수 없을 거다.”
 
◆제러미 리프킨(72)
과학·기술의 발전이 사회와 경제, 일자리 시장을 어떻게 바꾸는지 예측해 온 경제·사회 이론가. 『노동의 종말』(1995), 『소유의 종말』(2000년), 『공감의 시대』(2010년), 『제3차 산업혁명』(2011년), 『한계비용 제로 사회 』(2014년) 등의 저서로 유명하다. 수십년 전부터 공유경제의 글로벌 확산으로 자본주의가 위협을 받을 것이며, 자동화 기술이 일자리 시장을 크게 바꿔놓을 거라 전망했다. 유럽연합(EU)의 ‘스마트 유럽’, 중국의 ‘인터넷 플러스’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스마트 인프라 구축 관련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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