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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너 또 ~했구나” 소설 쓰는 당신은 폭군

기자
신성진 사진 신성진
주말에 고등학생 아들이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아빠는 늦게 일어난 자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 또 어제 늦게까지 애니메이션 봤지! 도대체 고등학생이 뭐하는 짓이야! 공부하기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난린데, 너는 왜 맨날 그러냐?” 아빠의 표현에는 소통에 부적절한 다양한 표현들이 들어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실이 아니라 지어낸 스토리를 가지고 아이를 비난한 것이다. 아들이 아침 늦게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어젯밤에 무엇을 했는지 아빠는 보지 못했다. 실은 늦게까지 오랜만에 공부 좀 하고 잤는데도 말이다.
 
소통을 방해하는 습관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다. 구체적인 사실에 판단과 감정을 더해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우리의 오랜 습관이다. 아침 식사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엄마는 어제 늦게까지 드라마를 본 것이고, 늦게 들어온 아빠는 어디서 술 마시면서 친구들과 놀고 온 것이다.
 
이런 오해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소통에 방해물이 된다. 첫째,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아침 준비를 안 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젯밤 드라마를 본 것은 아니고, 늦게까지 술 마신 것은 사실이지만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고 온 것은 아니다. 색안경을 끼고 자기를 보는 사람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운 일이다. 일단 그렇게 마음을 다치고 나면 소통은 쉽지 않은 일이 된다.
 
둘째, 사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이유가 다 다르다. 술에 취해 늦게 들어온 남편이 늘 같은 이유로 술을 마시는 건 아니다. 어떤 날은 친구의 상을 치르고 위로주를 마신 것이고 어떤 날은 승진에서 탈락해 마신 것이다. 아들이 학교 성적이 떨어졌을 때 “학교 성적이 떨어졌구나. 공부 안하고 놀았구나!”라고 말하면 아들은 사실이더라도 기분이 나쁘다.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아내에게 “왜, 또 학원 더 보내게?”라고 말하면 안 된다.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부족하지만 아껴서 잘 써왔는데, 특별히 돈 쓸 데가 생긴거야?”라고 말해야 한다.
 
판단을 잠깐 멈추고 사실을 말하자. 사실 자체가 이미 많은 판단을 안고 있다. 성적이 떨어졌다는 사실은 이미 무언가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다.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돈을 써야 할 곳이 생겼다는 상황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더 나가지 말고 그 사실을 말하고 대화하고 소통하자. 내 맘대로 쓰는 스토리는 주인공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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