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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전직’과 만나지 말라는 유착 근절대책

이태윤 사회1부 기자

이태윤 사회1부 기자

“실제 비리 사례가 구체적으로 적발됐다는 건 아니고요. 공공기관 비리의 상당 부분이 퇴직자들과 연결된 것 같아서요. 교육청 차원에서 퇴직 공무원의 유착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겁니다.”
 
서울시교육청이 11일 ‘퇴직 공직자 관련 비리 근절대책’을 내놓은 뒤 담당자에게 대책의 취지를 취재해 봤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정책 같아 취지와 기대효과를 물었다. 하지만 담당자 답변에서 그다지 설득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현직 공무원은 퇴직 후 2년 미만의 ‘전직’을 직무와 관련해 사적으로 만나지 못하게 한다는 게 이번 대책의 주 내용이다. 교사도 포함된다. 물론 퇴직자 만남을 무조건 금지한 건 아니다. 만날 일이 있을 때 원칙적으로 ‘퇴직 공무원 접촉 신고서’를 미리 제출하고, 이것이 곤란하면 만남 후 이틀 이내에 신고하라는 것이다. 대책엔 ‘퇴직 공무원의 부정한 청탁을 받으면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9월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주 내용이기도 하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시행한 청렴도 조사에서 17개 시·도교육청 중 꼴찌를 했다. 꼴찌를 해서가 아니어도 부패는 줄여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비리를 줄여 나가겠다는 의지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이 대책의 적용을 받을 당사자들이 ‘당장은 불편하겠지만 꼭 필요하다. 노력하면 지킬 수 있겠다’ 싶어야 효과가 나지 않을까.
 
되레 일선 교사들 사이에선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 “사생활 침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조사 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것도 신고하나” “공산주의 사회도 아니고 허락을 맡고 사람을 만나야 하나” “대면접촉뿐 아니라 전화나 문자까지 금해야 하는 것 아니냐” 같은 비아냥도 쏟아졌다.
 
이런 반발을 예상했는지 교육청은 “퇴직 공직자에게 욕먹을 각오로 대책을 만들었다. 우리도 나가면 퇴직자지만 비리 근절을 위해선 전례 없는 방안까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을 듣다 보니 ‘전직’은 물론이고 언젠가 그만둘 ‘현직’마저 예비범죄자로 의심하는 듯한 인식이 읽힌다. 현직 국장이 선배 퇴직 공무원의 경험담을 들으며 노하우를 배우는 일도 불편해진다. 선제적 대응, 혁신적 대책 다 좋지만 구성원들이 충심으로 따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이태윤 사회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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