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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금융회사 윽박지르는 시대는 지났다”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관반민(半官半民). 흔히 금융감독원의 성격을 설명할 때 쓰는 말이다. 정부 부처가 아니고 민간인으로 구성된 특수법인이지만 금융감독이란 공적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1999년 초대 이헌재 원장부터 지난 6일 이임한 10대 진웅섭 원장까지 역대 원장은 모두 관료 출신으로 채워져 왔다.
 
이런 금감원에 최흥식 신임 금감원장이 11일 취임했다. 첫 민간 출신 금감원장이다. 그는 하나금융지주 사장(2012~2014년)을 지내, 첫 피감기관 출신 원장이기도 하다.
 
최 신임 원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건 ‘금융소비자 보호’였다.
 
그는 직원에게 “금융감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금융소비자 보호”라며 “초심으로 돌아가 금융감독의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자”고 말했다. 이를 위해 원장 직속 자문기구로 가칭 ‘금융소비자 보호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민단체·학계·언론계 전문가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주요 감독제도의 적정성을 심의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감독의 전문성, 시장과의 소통도 강조했다. 최 원장은 “감독 당국의 권위와 위엄은 금융회사를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에서 비롯된다”며 “금융회사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그들과 눈을 맞추고 소통·교감하라”고 말했다.
 
이어 임직원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사명을 다 하는 ‘무명의 영웅들’이 돼달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또 기업 공시 항목에 저출산 대응 노력과 환경보호, 노사관계와 같은 사회적 책임(CSR) 관련 활동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CSR과 관련한 보고서를 발간하지만 이를 의무화하겠다는 의미다. 기업들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최 원장이 관에 몸담은 적 없는 순수 민간 출신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기대와 우려가 모두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 출신 금감원장 탄생으로 관치금융 청산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정부부처인 금융위원회의 하부 집행기관에 머물지 않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게 될 거란 뜻이다. 전 교수는 “최 원장은 시장 현실을 잘 알고 정치권에 진 빚도 없다는 점에서 ‘민간 중심의 금융감독 기구’라는 평소 지론을 잘 펼쳐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2000년 금융연구원 부원장 시절에 ‘금융감독제도의 개선방안’ 논문에 공동연구진으로 참여한 적 있다. 이 논문에서는 금융감독위원회를 금융감독원의 내부 의결기구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이날 기자들과 만난 최 원장은 금융감독 체제 개편과 관련한 질문에 “개인적인 의견은 있지만 공적 임무를 하면서는 법제도 하에서 충실히 역할을 맡겠다”며 말을 아꼈다.
 
최 원장은 과거 하나금융 재직 시절 금감원 검사를 직접 겪은 경험이 있다.
 
2013~2014년 금감원은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에 고강도 검사를 실시했는데 당시 최 원장이 지주 사장이었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감독기관과 금융회사는 일종의 갑을관계인데 최 원장은 을의 입장을 겪어봤다”며 “갑과 을의 ‘힘의 균형’을 지키는 쪽으로 검사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감원 노동조합은 이날 취임식에 앞서 성명을 내고 “민간 출신 금감원장은 특정 금융회사에 포획 당할 위험도 있다”며 “최 원장은 금융감독정책 집행기구로서의 금감원의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참여연대도 지난 7일 발표한 성명에서 “피감기관 근무 경력은 금융업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장점보다는 금융감독기구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최 원장은 “우리 말에 참외밭에서 신발 끈 매지 말라고 했다”며 “(하나금융그룹과 관련해) 철두철미하게 지키겠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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