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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취향] "여행은, 속도가 전부는 아니다"

올드 바이크 마니아 노태목씨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 빈티지 모터사이클 페스티벌 '휠 다이브' 창립자다.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바이크 여행을 즐긴다. [사진 노태목]

올드 바이크 마니아 노태목씨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 빈티지 모터사이클 페스티벌 '휠 다이브' 창립자다.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바이크 여행을 즐긴다. [사진 노태목]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의 펍 ‘와이키키’를 운영하는 노태목(37)씨는 이륜차, 그것도 지금은 생산이 중단된 ‘올드 바이크’에 매료된 남자다. 1960년대 산 이탈리아제 스쿠터 베스파를 타고 시내를 누빈다. 한적한 교외로 향할 때는 84년도 생산 엔진을 장착한 할리 데이비슨에 오른다. 그는 국내의 척박한 올드 바이크 문화를 아쉬워하다 아예 2013년 빈티지 모터사이클 페스티벌 ‘휠 다이브’를 창립했다. 올드 바이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한 자리에 집결해 저마다의 개성대로 꾸민 바이크를 구경하고, 함께 라이딩도 즐긴다. 그가 오래된 바이크의 매력에 빠진 이유, 그리고 두 바퀴로 떠나는 여행 이야기를 들어봤다.  
올드 바이크를 좋아하는 이유가 뭔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토바이’ ‘바이크’를 탄다고 하면 폭주족으로 오해하는 것 같아 아쉽다. 아니면 가죽 옷을 쫙 빼입고 자동차보다 비싼 바이크를 타는 마초맨을 떠올리든가. 올드 바이크는 하나의 문화다. 아날로그적이고 레트로한 매력을 즐기는 것이다. 음원 파일로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듣는 이 시대에 굳이 LP를 찾아서 듣는 것과 같은 행위다. 올드 바이크는 편리함과 속도보다는 개성이 중시되는 바이크다. 내 손으로 계속 고쳐 타야 하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일본만 해도 올드 바이크, 바이크 커스텀(개성대로 개조한 바이크)이 하나의 문화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해마다 올드 바이크 페스티벌 ‘핫 로드 커스텀쇼’가 열리는데 무려 1992년에 시작됐다. 나는 2009·2011·2015년 3번 참석해서 바이크 커스텀 전문가의 ‘작품’을 원 없이 구경했고 올드 바이크와 관련한 패션·스트리트아트 등을 접했다. 우리나라에도 올드 바이크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2013년 ‘휠 다이브’ 행사를 만들었다. 60~80년대, 혹은 그 이전에 출시된 빈티지한 바이크를 타는 사람이나 혹은 빈티지 바이크에 관심 있는 사람이 참석한다. 2016년 4회 행사에는 350명 정도 모였다. 올해는 9월 23~24일 경기도 용인 양지파인리조트에서 열린다. 
서울 시내를 누빌 때 노태목씨의 발이 돼 주는 60년대식 베스파 스쿠터. 노태목씨가 스쿠터를 부르는 애칭은 '할매'.

서울 시내를 누빌 때 노태목씨의 발이 돼 주는 60년대식 베스파 스쿠터. 노태목씨가 스쿠터를 부르는 애칭은 '할매'.

여행도 바이크를 타고 떠나는지.
당연하다. 바이크는 자동차보다 자유로움이 있다. 여행과 제법 어울리는 교통수단이다. 전자 제어 장치까지 딸린 요즘 바이크는 ‘속도’나 ‘편리함’ 만큼은 최고일 것이다. 하지만 올드 바이크는 속도를 내지 않고 천천히 유유자적 주변 풍경을 보면서 달리는 여행과 알맞다. 한적한 교외를 달리면서 바이크 특유의 진동감, 배기음 소리를 즐긴다. 내비게이션도 보지 않는다. 아니 볼 수도 없다. 바이크를 운전해야 하니까. 대신 목적지만 정해 두고 이정표를 따라서 달린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바이크로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없다. 서울에서는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도 접근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더 장점 같다. 직선화된 도로를 가지 못하니 골목으로, 국도로 빙 돌아가다 보면 다양한 길 위의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사람이 없으면 가끔 웃옷을 벗고도 달린다(웃음). 그 해방감은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 
노태목씨의 애마는 84년도 엔진을 장착한 할리데이비슨이다. 직접 고치고 매만진 커스텀 바이크다. [사진 노태목]

노태목씨의 애마는 84년도 엔진을 장착한 할리데이비슨이다. 직접 고치고 매만진 커스텀 바이크다. [사진 노태목]

바이크 여행지로 추천할 만한 곳이 있다면.
주말에 경기도 양평 만남의광장 휴게소에 가면 깜짝 놀랄 거다. 우리나라에 바이크 타는 사람은 죄다 집결한 것 같은 광경을 볼 수 있다. 경기도 양평, 가평 유명산 등이 바이커에게 인기있는 라이딩 코스다. 서울 교외에만 머물지 말고 조금 멀리 떠나보라고도 권하고 싶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바이크만 타고 간 적이 있었는데 편도 8시간 걸리더라. 이정표만 보고 달리다가 우연히 경북 청도에서 경남 밀양으로 이어지는 25번 국도를 달렸다. 청도 용각산, 운문산을 벗하며 달리는데 끝없이 산세가 이어지는 게 우리나라에 이런 도로가 있나 싶을 정도로 좋더라. 바다 풍경을 즐기고 싶을 때 찾아가는 도로는 단연 삼척 새천년해안도로다. 강원도 고성에서 삼척까지 잇는 해안도로인데 바다를 코 옆에 두고 달릴 수 있어 매력 있다. 2016년 여름 새천년해안도로를 달릴 때 파도가 도로까지 치고 들어오는 데 그 덕에 바다를 가로지르는 기분마저 들었다. 
삼척 새천년해안도로. 동해 바다와 바투 붙은 도로로 해안 절경을 보며 달릴 수 있는 길이다. [사진 노태목]

삼척 새천년해안도로. 동해 바다와 바투 붙은 도로로 해안 절경을 보며 달릴 수 있는 길이다. [사진 노태목]

궂은 날씨에도 매력적인 해안도로 라이딩. [사진 노태목]

궂은 날씨에도 매력적인 해안도로 라이딩. [사진 노태목]

바이크 여행에 꼭 챙겨가는 물건이 있다면.
짐은 간소화한다. 훌훌 떠나는 여행에 거추장스러운 짐은 필요 없다. 가끔 텐트를 싣고 다닌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텐트를 펴 놓고 몇 시간 쉬어 간다. 대신 오토바이 공구는 꼭 챙긴다. 많은 이들이 올드 바이크의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올드 바이크는 고장이 잘 난다’는 생각 때문인데, 바이크의 잔 고장은 간단한 공구로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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