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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

윤호진 사회2부 기자

윤호진 사회2부 기자

1993년 2월 12일 영국 리버풀시 외곽의 기찻길에서 어린 소년의 시신이 발견됐다.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아이는 이틀 전 쇼핑센터에서 엄마 손을 잠시 놓친 뒤 감쪽같이 사라진 생후 35개월의 제임스 벌가였다. 수일 뒤 경찰에 체포된 범인은 만 10세의 두 소년이었다.
 
10세 소년들이 만 3세도 되지 않은 아이를 납치해 살인한 이 사건으로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법원은 ‘살인 유죄’를 선고하면서 보호감호처분 10년을 명령했다. 처벌 수위가 낮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의회가 그 뒤로 소년범죄 형량을 높이거나 처벌 기준 연령을 바꾸지는 않았다. 대신 이듬해에 제정된 공공질서법에 영상물 등급제 관련 규정을 넣어 청소년들이 폭력적인 영화나 게임을 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두 소년 중 한 명의 부모가 빌린 비디오 목록(200편)에 폭력적 영화가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학교 밖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선도 대책도 만들었다. 처벌 강화보다 환경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영국 사회가 내린 결론이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으로 한국도 24년 전 영국과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미성년자 처벌 연령을 낮추고 형량을 높여야 할지를 놓고서다. 이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만 13세)은 소년법에 따라 형사처벌 대신 범죄기록이 남지 않는 보호처분(1호는 훈방, 10호는 최대 2년간 소년원 송치)을 받게 된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세 미만의 소년범에게 사형이나 무기형을 선고할 때 형량 완화(20년 유기징역)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았다. 같은 당 이석현 의원은 소년범 상한형을 없애 만 12세 초등학생도 사형을 선고받도록 하는 이른바 ‘소년범죄 근절 3종 세트’를 내놨다.
 
요즘 한국 영화에는 폭력과 잔혹함이 넘쳐난다. 청소년들이 하는 온라인게임의 상황도 비슷하다. 소년범 보호관찰제의 허술함과 학교 밖 청소년 대응 부실에 대해 숱하게 언론이 지적했지만 현실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청소년 전문 판사’로 유명한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판사는 “아이들의 인성에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가족 해체, 사회공동체 해체로 아픔과 슬픔에 대한 공감 능력이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는 "처벌이 능사가 아니지만”이라고 말을 시작하면서도 결국 처벌 얘기만 하는 사람이 많다.
 
윤호진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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