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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카메라 선수에 달아 ‘1인칭 시점’ 중계화면 전송

포스텍 첨단 기술, 스포츠산업 지형 바꾼다
포스텍 스포츠융합과학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김영석 교수는 “스포츠에 열광하는 과학 두뇌들의 열정이 연구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포스텍 스포츠융합과학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김영석 교수는 “스포츠에 열광하는 과학 두뇌들의 열정이 연구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막바지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24일, 경북 포항시 지곡동 포스텍(포항공대) 테니스장에 13명의 공학도들이 모였다. 포스텍 미래IT융합연구원 산하 스포츠융합과학연구센터에서 개발 중인 와이파이(Wi-Fi) 기반 초소형 모바일 웨어러블 카메라의 TV 지상파 중계방송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였다.
 
헤드셋 카메라 장비를 착용한 포스텍 테니스 동호회 한세교(화공과 3)씨가 서비스를 넣기 위해 하늘 위로 공을 토스하자 연구원들은 “우와∼”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창공을 향해 공이 솟구치고, 선수가 라켓을 휘두르고, 공이 상대 코트를 향해 빠르게 날아가는 장면이 실제 선수가 직접 바라보는 ‘1인칭 시점’으로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두 선수가 스트로크를 주고받는 장면도 같은 시점으로 재현됐다. 한씨는 “카메라(헤드착용 카메라 37g)가 워낙 가벼워 경기 중 불편함이나 이물감을 전혀 못 느꼈다. 기존 테니스 중계에서 보지 못한 장면이 나와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 장비는 지난 7월 농구와 축구 경기를 대상으로 실시한 테스트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농구장에서 심판은 헤드셋, 선수는 가슴에 부착하는 체스트형 카메라를 착용했다. 골밑 레이업슛과 몸싸움 등 기존 중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앵글이 펼쳐졌다. 축구에서는 가슴에 카메라를 부착한 골키퍼가 페널티킥을 막는 장면이 골키퍼의 시점에서 생생하게 전개됐다.
 
 
박진감 넘치는 실감형 콘텐트 구현
초소형 카메라를 착용한 실험자가 토스를 하자 공이 창공 위로 솟구치는 영상(작은 사진)이 재현됐다. [사진 김영석교수팀]

초소형 카메라를 착용한 실험자가 토스를 하자 공이 창공 위로 솟구치는 영상(작은 사진)이 재현됐다. [사진 김영석교수팀]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김영석(47) 교수(창의IT융합공학과, 스포츠융합과학연구센터장)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실감형 스포츠 방송 콘텐트를 실시간으로 지상파 중계에 내보낼 수 있고, 안정화 단계에 이르면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전 세계 스포츠 팬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진감 있고 몰입감 높은 실감형 스포츠 방송 콘텐트 구현이 가능하고, 이러한 한국형 첨단 기술로 글로벌 스포츠산업 현장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고에 적용된 ‘딥 러닝(Deep Learn ing)’ 기술도 스포츠 현장에서 구현된다. 컴퓨터가 수백 시간의 영상 데이터를 학습한 뒤 주요 경기 장면을 자동 인식하는 ‘스포츠 이벤트 촬영 영상 자동 하이라이트 편집 기술’을 김 교수 연구팀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결정적인 슈팅이나 반칙 등 주요 장면을 선수 및 심판의 시점에서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 준다. 첨단 센서를 부착한 개인(선수)의 운동량과 위치·속도·가속도 등을 데이터화(化) 하고 이를 영상과 함께 보여 주는 스포츠 코칭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공학 기반, 융합, 산학 협력’이 키워드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인 사물인터넷·인공지능·빅데이터 등이 스포츠 영역에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국내에서는 공학 분야 최고 두뇌들이 모인 포스텍이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김영석 교수 팀이 있다. 서울대에서 스포츠과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2015년 부임해 ‘스포츠 ICT 융복합연구’ 교과목을 처음으로 개설하고, 스포츠융합과학연구센터를 설립했다. 김 교수는 “국내 공과대학에서 첨단 IT와 과학기술 기반의 스포츠산업 연구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포스텍이 유일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총 15명으로 구성된 우리 연구진은 지난 여름·겨울방학을 모두 반납하고 매일 새벽까지 연구에 몰두해 왔다. 그 동안의 소중한 땀방울들이 모여 하나씩 결실을 맺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내 스포츠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학 기반, 융합 연구, 산학협력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스포츠를 산업으로 이해하고, 융합연구와 산학협력을 통해 첨단 IT와 과학기술이 스포츠에 스며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연구개발 중인 스포츠 중계용 초소형 모바일 카메라를 예로 들었다. “시중 카메라를 스포츠 현장에서 쓰려면 착용에 따른 이물감, 발열 문제, 배터리 러닝 타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를 차근차근 풀어 나가려면 첨단 공학의 섬세한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김 교수는 다양한 공학 전공의 학생들과 연구개발을 진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한 학생이 장문의 메일을 보내 왔다. 축구 동아리 활동을 꾸준히 해 온 이 학생은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자나깨나 축구 생각만 하고 산다고 했다. 축구와 관련된 연구만 하게 해 주면 뭐든지 다 하겠다고 했다. 요즘은 이처럼 스포츠에 열광하는 공학도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김 교수 팀은 2015년 5월 KBS와 ‘첨단 ICT 융복합기술과 접목한 스포츠 중계방송 기술개발’ 업무협약을 맺었고, 올해 4월에는 대한축구협회와도 ‘차세대 축구산업 인프라 확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각종 선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국가대표부터 생활체육팀까지 경기력을 극대화시킨다는 플랜이다. 이는 독일 축구 대표팀이 IT 전문기업 SAP의 도움을 받아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일궈 낸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최근 화두가 된 ‘스포츠계 적폐 청산’에도 첨단 IT와 과학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객관화된 선수 평가 시스템을 사용하면 선수 선발과 입시과정이 투명해질 수 있고, 영상기반 인공지능·딥러닝 기술을 통해 경기 중 패턴에 맞지 않는 이상한 장면을 잡아내면 판정 비리나 승부조작 등을 예방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김 교수는 “하루하루 남들이 가지 않은 덤불 숲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다. 스포츠산업기술 연구개발 분야가 국내에는 관련 학회조차 없는 생소한 영역이지만, 해외에서는 융복합 산업으로 성장잠재력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스텍에서 머지않아 한국 스포츠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첨단기술 기반의 연구 결과물을 보여 드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포항=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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