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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 다음 수순, ICBM 실거리 발사 나설 가능성

6차 핵실험 후 바뀌는 한반도 안보 지형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모든 관심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정세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에 쏠리고 있다. 이에 중앙SUNDAY는 외교안보 전문가 다섯 명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한반도 안보 지형의 변화 가능성을 점쳐 봤다. 이들의 분석을 토대로 미국의 대북 군사적 옵션 실행 가능성, 추가 도발과 제재 등 북·미의 대응 전략, 향후 대화와 협상 국면으로의 전환 가능성 등을 3대 관전 포인트로 설정했다.
 
이들은 군사적 옵션의 경우 미국이 실행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거리 발사 등 추가 도발에 조만간 나설 것이며, 이에 대응해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 수위 또한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머지않은 시점에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완료를 주장하면서 본격적인 협상 국면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美 “전쟁 얼마나 재앙적인지 분명히 이해”
미국이 실제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그 목표는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이른바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럴 경우 북한의 반격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 국민은 물론 한국에 거주하는 10만 명 이상의 미국 시민권자 등이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핵전쟁을 포함한 전면전으로의 확산과 중국의 참전 우려도 미국의 군사적 옵션 실행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선제타격이나 예방전쟁(preventive war)은 핵전쟁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시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특히 예방전쟁은 전면전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도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고 중국·러시아의 대응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한계가 있다”며 “여기에 한국의 강력한 반발도 예상되기 때문에 더욱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대리도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군사적 옵션 실행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는 “지금 미국의 초점은 군사적 옵션이 아니라 외교·경제적 옵션”이라며 “미국은 전쟁을 추구하고 있지 않다. 전쟁이 나면 그 결과가 얼마나 재앙적일지 우리는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난달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네 발을 괌 주변 해상에 발사하겠다고 위협한 북한이 괌 타격 계획을 실행에 옮기거나 그렇게 비춰지는 도발을 할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성락(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서울대 객원교수는 “괌 방향으로 ICBM을 시험 발사할 경우 미국은 분명히 요격에 나설 것이며, 이후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영우(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도 “현재로선 대북 군사적 옵션은 현실성이 없다”면서도 “북한이 괌 포위 사격이나 미 본토 인접 해역으로 ICBM 실거리 사격을 감행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더 이상 수모를 견딜 수 없을 테고 국내 정치적으로도 궁지에 몰리면서 군사적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경제 봉쇄 수준의 전면적 제재 필요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북한의 추가 핵·미사일 도발과 이에 맞서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이 반복될 것이라고 점쳤다. 구체적으로 9일 정권수립일을 계기로 한 추가 도발은 없었지만 북한이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 등을 계기로 삼는 등 언제든지 ICBM 실거리 발사를 비롯한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냉정하게 봤을 때 북한은 지금 핵·미사일 개발 완성에 역점을 두고 당분간 여러 도발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뒤 (미국과) 협상을 해나가겠다는 의도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신 전 대사는 “다음 수순은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ICBM을 고각(90도에 근접)이 아닌 정상 각도(30~45도)로 시험발사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공격에 대비해 2차 반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탄두와 미사일 생산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소장도 “6차 핵실험을 통해 핵 개발은 기술적으로 사실상 완성된 상태”라며 “북핵 게임의 성격을 완전히 전환하기 위해 ICBM 실거리 사격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제사회는 현재 유엔 및 개별 국가 차원의 초강력 추가 제재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제재 회의론도 적잖게 흘러나오고 있다. 천 이사장은 “북한의 핵포기 결단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경제 봉쇄 수준의 전면적인 제재가 필요한데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는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북한과 정상적 거래를 하는 제3국의 기업과 개인도 제재) 단행과 강도 높은 대중국 무역보복이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전술핵 재배치 카드에 대해서는 대부분 효용성이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위 교수는 “전술핵 재배치 효과는 현재 한·미가 합의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며 “오히려 한반도 비핵화 명분만 퇴색되고 중국·러시아의 거센 반발도 예상되기 때문에 미국은 부정적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확장억제’는 미국의 동맹국이 적대국의 핵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핵우산과 미사일 방어 체계, 재래식무기 등을 동원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천 이사장도 “지상에 배치된 전술핵보다 미국 원자력잠수함이나 전략폭격기에 실린 전술핵이 김정은에게 더 큰 공포심을 줄 것”이라며 “전술핵 재배치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 때보다 훨씬 더 지역주민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남남갈등을 조장하기 쉽다”고 말했다.
 
반면 신 전 대사는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주장하고 나왔을 때 전술핵 재배치를 ‘확장억제’ 강화의 한 방법으로 추진할 수 있다”며 “일본에서도 ‘포스트 아베’ 주자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방위상이 미국 핵무기 반입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한·일이 함께 요구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형 전술핵 배치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다른 의견을 냈다.
 
김정은 ‘안보 대 안보 교환’ 시도할 것
전문가들은 핵·미사일 개발 완성을 목전에 둔 북한이 멀지 않은 시점에 북·미 간 협상 국면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하지만 협상의 양상은 김정일 시대와는 판이하게 다를 것으로 예상했다. 김정일 시대에 ‘안보(비핵화) 대 경제(에너지 및 경제 지원) 교환’을 모색했다면 김정은 시대엔 ‘안보 대 안보(평화체제 전환) 교환’을 시도할 것이란 분석이다.
 
박인휘 이화여대(국제학부) 교수는 “결국 평화체제 전환 논의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북한의 비핵화와 맞먹을 수 있는 안보 차원의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미·일 3국 간에 긴밀한 사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화체제 논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또는 축소 ▶주한미군 철수 ▶대북제재 해제 등은 물론 한·미 동맹 재조정 등 휘발성이 강한 이슈를 포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섣부른 북·미 협상 재개보다는 강력한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천 이사장은 “대화 재개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협상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우리가 원하는 결과(비핵화)를 얻어내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한·미 공조를 강화하면서 미국이 우리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미 협상과는 별도로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미·중 간의 전략적 협상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 두 나라의 협상 결과에 따라 한반도 안보 지형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예를 들면 미국이 한반도 영구 분단을 전제로 중국에 보다 단호한 북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고, 한국 주도의 통일을 추진한 뒤 주한미군 철수를 제안하는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위 교수는 “어느 시점에 가면 미·중 또는 미·러 간에 한반도 안보 구도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 정도의 ‘큰 거래’가 이뤄질 수도 있다”며 “이로 인해 직접적인 이해 당사국인 한국의 사활적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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