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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징비록…큰 비용 치르고 왜 본전도 못 건졌을까

『징비록(懲毖錄)』. 서애 유성룡 선생의 저서다.
 
 ‘징비’는 ‘내 지난날을 반성하고 훗날에 근심이 없도록 한다’는 뜻이다. 그에 걸맞게 서애 선생은 후세에 도움이 되고자 임진왜란이 어떻게 일어났고, 전쟁 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객관적인 사실을 덤덤하게 적어 내려갔다.
 
지난 7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의 배치가 사실상 완료됐다. 2014년 사드 체계 배치가 처음 언급된 뒤 3년 만의 일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는 ”사드 체계가 배치되기까지 미국ㆍ중국 등 대외적으로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큰 비용을 치렀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하면 한국은 치른 비용에 비해 본전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사드 체계 배치 경과를 연대기적으로 복기하면서 중간중간 아쉬운 장면들을 짚어본다. 징비록을 썼던 서애 선생의 심정으로 당시 다른 방향으로 접근했다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을 상황들을 가려 본다.
 
◇2014년
▶6월 3일.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 한미연합사령관,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포럼 조찬 강연서 “사드, 한국에 전개 요청했다” 발언=한반도에서 사드 체계가 처음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장면이었다. 그해 3월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하면서 한ㆍ미는 이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했던 때였다. 그 대안으로 사드 체계가 제시됐다. 당시 미군의 전구 사령관(대장급)들이 서로 자신들의 지휘하에 사드 체계를 두려고 다툼까지 벌였다고 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사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미 2014년에 박근혜 정부에게 사드 체계 구매를 제안했으나 당시 정부는 ‘사드가 워낙 고가의 무기체계인 데다, 신뢰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고,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이 제안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3월 10일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 “사드에 대한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도 없었다”=이른바 ‘3No’의 시작이다. 이는 당시 민 전 대변인이 사드 요청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언급한 “노리퀘스트(requestㆍ요청), 노컨설테이션(consultationㆍ협의), 노디시즌(decisionㆍ결정)”의 준말이다,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한국이 먼저 얘기를 꺼낼 경우 1개 포대에 1조 5000억원이나 하는 사드 체계 배치 비용을 한국이 떠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교안보 당국자는 “미국과 중국 사이 줄다리기 외교를 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입장”이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나몰라’라 하는 태도보다는 ‘지금은 없지만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이 이어질 경우 검토할 수 있다’는 원칙을 밝혔더라면 이후 상황이 잘 풀렸을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는 ‘3No’라고 밝혔지만 실제론 계속 군불을 땠다. 국방부는 “미국이 요청하면 사드 배치를 협의하겠다”고 운을 띄웠고, 사드 체계를 생산하는 록히드 마틴이 “한ㆍ미가 사드 배치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루 만에 이를 부인했다.
 
◇2016년
▶1월 6일 북한, 4차 핵실험 
 
▶2월 7일 북한, 장거리로켓(미사일) 대포동 발사
 
▶2월 7일 한ㆍ미, 북한 대포동 직후 사드 배치 공식 협의 결정 발표=새해부터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잇따라 감행하자 박근헤 정부는 ‘3No’를 버렸다. 북한이 대포동를 발사한 날 바로 오후에 공식 협의를 발표할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갔다. 또다른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는 “사실상 1월 6일(4차 핵실험)부터 사드 배치에 대한 협의를 미국 측과 비공식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3월 4일 한ㆍ미, 사드 배치 협의를 위한 공동실무단 구성 약정서(TOR) 체결 

지난해 6월 29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왼쪽)가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29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왼쪽)가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6월 2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중국을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사드 배치 계획 적절하게 다뤄줄 것“ 요구(①)=사드 체계 배치의 공식 발표 직전 한국이 공식적으로 중국의 이해를 구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중국은 배치 반대 의사를 강력한 목소리로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사드 체계 배치 이후 중국이 한국에 취할 조치에 대해 분명히 경고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동북아연구실장은 ”이 때 황 전 총리가 시 주석에게 ‘며칠 후 사드 체계 배치가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언질만 주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황 전 총리는 후에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사드 체계 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중국 측에 알렸다”고 해명했다.
 
▶7월 8일 한ㆍ미, 사드 배치 결정 발표
류제승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 지난 2016년 7월 13일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에 사드 체계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하러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류제승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 지난 2016년 7월 13일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에 사드 체계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하러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7월 13일 국방부, 사드 체계 배치 부지로 경북 성주 성산포대 발표(②)=박병광 실장은 “발표 시점이 안 좋았다”며 “최악의 시간을 골랐다”고 말했다. 전날인 7월 12일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필리핀이 제소했던 남중국해 분쟁에 관해 만장일치로 필리핀의 승소를 결정했다. 중국 외교의 대참패로 여겨진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사드 발표가 나오면서 중국이 연일 펀치를 맞은 셈이었다.
 
신원식 전 함참차장은 “중국은 전략적 이익 때문에 사드 체계 배치를 어떠한 형태라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우리가 먼저 이해를 구하거나 설명을 충분히 했더라도 결과는 똑같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병광 실장은 “중국은 황 전 총리 방중에 이어 한국이 계속 뒤통수를 쳤다고 반발했다”며 “발표를 늦췄더라면 최소 뒤통수 얘기는 안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7월 19일 황교안 전 총리,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괴담’을 “중대범죄”로 규정하고 단호히 대처”(③)=사드 체계 배치가 공식화하자 각종 괴담이 쏟아졌다. 대표적인 게 ‘X밴드 괴담’이었다. 사드 체계의 X밴드 레이더가 내뿜는 전자파가 인체와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준다는 얘기였다. 국방부는 당시 입장자료를 내면서 괴담을 진화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사드 배치를 놓고 국내 여론 분열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때”라면서 “정치권에서 당시 정부가 미ㆍ중 사이에서 ‘미국 편향’이라고 비판하면서 사드 배치 문제를 정치쟁점화했다“고 말했다. 박재적 교수는 ”사드 배치는 국익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되야 하는데 국내 정치로 옮겨가면서 국내 갈등만 키워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6년 9월 5일 중국 항저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6년 9월 5일 중국 항저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월 5일 중국 항저우에서 한ㆍ중 정상회담=박근혜 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사드 체계 배치를 놓고 담판을 벌일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사드 체계 배치를 미루고 중국으로부터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을 받아내는 등 다양한 거래가 예상됐다. 그러나 양국의 입장만 또다시 확인하고 끝났다.

 
▶9월 30일 국방부, 사드 기지 부지를 성주골프장로 옮겨(④)=사드 기지 부지를 성산포대로 발표한 뒤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성주골프장으로 바꿨다. 당시 국방부는 “성주포대는 사드 체계를 모두 배치하기에 좁다”고 설명했다. 신원식 전 차장은 “처음부터 성주포대가 좁은 걸 몰랐다면 국방부의 책임”이라며 “기지 부지를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변경하면서 가뜩이나 정부에 대한 불신만을 더 키웠다”고 말했다.
 

▶11월 4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육군협회 강연에서 “사드, 8∼10개월 내 전개”
 
◇2017년
지난 3월 6일 미군 C-17 수송기가 미 본토에서 사드 체계의 일부 장비를 오산기지로 수송했다.  [사진 주한미군]

지난 3월 6일 미군 C-17 수송기가 미 본토에서 사드 체계의 일부 장비를 오산기지로 수송했다. [사진 주한미군]

▶3월 6일 미군 C-17 수송기로 오산기지에 사드 체계 수송=사드 체계의 레이더와 미사일 발사대 2기가 도착했다. 권명국 전 방공포병사령관은 “미군은 사드 체계를 해외에 배치할 때 선발대 형식으로 일부 전력만 먼저 보낸다”고 설명했다. 한국 땅에 사드의 일부라도 존재한다는 건 사드 체계 배치가 ‘기정사실’로 되면서 사실상 돌이키기 힘든 지점을 통과했다는 의미다.
 

▶4월 26일 주한미군, 성주골프장에 사드 체계 레이더와 발사대 2기 등 일부 장비 반입=사드 체계의 배치가 예정보다 빨라졌다. 한ㆍ미는 19대 대통령 선거로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 가급적 빨리 배치 절차를 서두르려고 했다. 당시 유력 야당 후보인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체계 배치에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반입 과정에서 미군 일부 장병이 반대 시위대를 향해 웃거나 카메라로 촬영했다. 후에 토머스 밴덜 미8군사령관이 이에 대해 사과했다.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
 
▶5월 30일 문 대통령, 사드 발사대 4기 국내 반입 경위 진상조사 지시=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4기 국내 반입이 보고를 받지 못한 점에 대해 “매우 충격적이다”며 청와대민정수석실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청와대는 김관진 전 안보실장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을 불러 조사했다.조사 결과 위승호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육군 정책연구관으로 전보조치하는 데 그쳤다.
 
▶7월 28일 정부, 사드 기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 결정(⑤)=지난해 말부터 성주골프장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평가가 진행 중이었고, 당시 거의 막바지 단계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과정을 비판하며 민주ㆍ절차적 정당성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1년이 넘게 걸리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익명을 요구하는 정부 당국자는 “정부의 속내는 시간을 벌면서 북한을 설득한 뒤 사드 체계 자체가 필요가 없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접근이었다”며 “하지만 중국은 문재인 정부 후 출구전략을 모색하다 이런 추세를 보고 갑자기 다시 강경해졌다”고 말했다.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대해서 ‘중국의 우려는 이해한다, 그러나 전 정권에서 한 한ㆍ미 관계의 약속이니 어쩔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박근혜 정부보다 중국과 더 잘 지내겠다’는 뜻을 전달했으면 어땠을까”라고 되물었다.
 
▶7월 28일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7월 29일 문 대통령, 미국 측과 사드 잔여 발사대 임시 배치 협의 지시=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을 발사하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사드 기지의 일반 환경영향평가 결정 발표 후 반나절만에 다시 잔여 발사대 임시배치로 정부 방침이 180도로 바뀌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체계 잔여 발사대 4기 추가배치가 시작된 7일 오전 관련 장비를 실은 미군 차량이 사드기지로 이동하기 위해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을 지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체계 잔여 발사대 4기 추가배치가 시작된 7일 오전 관련 장비를 실은 미군 차량이 사드기지로 이동하기 위해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을 지나고 있다. 우상조 기자

▶9월 7일 사드 체계 미사일 발사대 4기와 지원 장비 반입, 1개 포대 배치 완료=문재인 정부 들어서 사드 체계 배치는 한ㆍ미 관계의 시금석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오후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드에 대한 질문을 먼저 꺼낼 정도였다. 이에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사드 임시 배치를 최대한 신속하게 완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은 사드 배치 과정에서 미국과의 신뢰관계에 금이 간 적이 있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1개 포대 배치 완료로 한ㆍ미간 대북 정책에서 실질적 간극은 없어졌다. 그러나 사드 배치 지연을 계기로 미국이 한국의 의도에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한국을 압박하면 할수록 하나라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이철재ㆍ박유미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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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