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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조민호의 이렇게 살면 어때(18) “척~하다가 인생 다 간다~”

마당의 봄꽃들은 들불처럼 한 순간에 확~ 하고 폈다가 갑자기 폭~ 하고 사라졌다. 다음 차례의 꽃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휴대폰 앱에 의하면 ‘90%의 확률로 봄맞이꽃’이다. [사진 조민호]

마당의 봄꽃들은 들불처럼 한 순간에 확~ 하고 폈다가 갑자기 폭~ 하고 사라졌다. 다음 차례의 꽃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휴대폰 앱에 의하면 ‘90%의 확률로 봄맞이꽃’이다. [사진 조민호]

 
산보 길. 포월침두에 다니러 온 친구나 후배들을 뒤에 척~ 거느리고 툭, 툭 한 마디씩 던진다. 평생 ‘잘난 척’, ‘있는 척’, ‘쿨한 척’하고 살더니 다 뒤로 하고 시골에 척~ 하니 내려와서 이제는 ‘아는 척’이었다.

 
“이건 사과나무야. 가지가 높지 않고 옆으로 펼쳐진 건 수확할 때 따기 쉽도록 가지치기해서 그런 거지. 쩌~기 쭉쭉 뻗은 건 가죽나무. 봄에 가죽나무 순 데쳐 먹으면 두릅 같은 건 맛 없어서 못 먹어~ 오, 저기 무덤 앞에 꽃 잔디 예쁘게 피었네. 그 옆엔 복수초.” 아는 척이 제법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목사님, 이 나무 뭐예요? 저 나물 먹는 거예요? 이 꽃 이름은요?” 아랫집 목사님 졸졸 따라다니며 온갖 질문 던지며 귀찮게 굴던 놈이.
 
딱 거기까지였다. 어느 봄날 아침, 도시 촌놈들에게 아는 척하고 있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논산 훈련소에서 나눠주던 건빵 봉지 속의 별사탕-정력감퇴 제가 섞여 있다는 음모론으로 군필자들에게 유명한-같이 생긴 꽃이 마당 가득 피었다. 이 꽃은 뭐지? 목사님한테 물어 알아둘 새도 없이 한 후배 놈이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서는 “이 꽃은 봄맞이꽃일 확률이 90%라는데요” 한다. 이건 뭐지? 한 달 내내 목사님, 김 사장님 따라다니며 묻고 또 물어 알아낸 꽃과 나무 이름을 사진 한 방 찍기만 하면 한 방에 알려주는 휴대폰 앱이 있다는 거다.
 
꽃 이름 모를 때가 더 좋아 
 
꽃 이름을 알려줘서 유용한 앱이 아니라, 꽃 이름을 애써 기억하지 않아도 되니 좋은 앱이다. [사진 다음]

꽃 이름을 알려줘서 유용한 앱이 아니라, 꽃 이름을 애써 기억하지 않아도 되니 좋은 앱이다. [사진 다음]

 
작전을 바꿨다. 

이 꽃 저 꽃, 이 나무 저 나무 이름을 묻는 후배에게 “이름을 알고 나면 왠지 그 대상과 멀어지는 거 같아. 이름을 모를 땐 그저 제 차례를 지키며 지천으로 피는 그 작은 꽃들이 매일매일 예쁘고, 신비롭기까지 했는데 정작 이름을 알고 난 순간부터, 자~ 다음은 뭐지? 하며 다른 꽃들로, 다른 나무들로 관심과 호기심을 옮기기 바쁘거든. 꽃이나 나무 이름을 아는 것도 좋지만 꼭 이름을 알아야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냐. 그냥 딱~ 바라 보는 거야. 땅이 쑥~ 올려놓은 그 여린 존재들의 아름다움에 그냥 푹~ 빠지는 거야. 팍~ 느끼는 거야. 이름 같은 거 몰라도 돼. 오히려 이름을 아는 게 방해가 된다니까. 가끔 보면 말이야 이름은 아는데 감동은 없고 말이야. 그러면 안되는 거거든. 자~ 너희들은 그러지 말라고~ 시골에 왔으면 알려고 하지 말고 느끼란 말이야~ 오케이?”
 
그 희한한 휴대폰 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작전을 바꿔야 했지만, 사실 이름을 모를 때가 더 좋았다. 이꽃이 개불알꽃인지, 며느리뒷간에서하는시어머니욕꽃인지 기억을 짜내고 있을 때 꽃향기는 저 멀리 달아났고, 봄은 짧아 꽃도 짧았다. 그러니 괜한 아는 척, 시골생활에 무척 적응한 척~하지 말고 보이는 대로 “보고, 뜯고, 맛 보고, 즐기고~” 할 일이다.
 
조민호 포월침두 주인 minozo@naver.com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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