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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속도전’ 한다고 절차 무시한 부동산 대책

김기환경제부 기자

김기환경제부 기자

정부 정책을 추진할 땐 절차가 있다. 우리는 그걸 법으로 규정해 놓는다. 대출·청약·재건축에 걸쳐 19개 규제를 동시 적용해 ‘규제 종합세트’로 불리는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현행 주택법 63조 5항은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해제할 때 시장·도지사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강도 규제를 갑자기 적용할 때 받을 충격을 고려해서다.
 
하지만 정부는 ‘9·5 부동산 추가대책’에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구시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서 이런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국토부는 지난 1일 대구시에 “수성구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대한 의견을 4일까지 회신해 달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대구시가 회신을 한 4일 오후 5시쯤엔 이미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결정하고 보도자료까지 배포(4일 오후 4시)한 뒤였다.
 
국토부 측은 “결정 전 대구시 담당 국장으로부터 반대 의견 전화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앞서 8·2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과 경기도 과천, 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때는 해당 지자체에 “회신 없으면 동의로 간주한다”는 공문을 보내놓고 당일 중 회신해 달라고 다그쳐 물의를 빚었다. 정부 결론이 나 있고 절차는 요식행위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형평성 논란도 불거졌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지역구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가 투기과열지구에서 빠진 것이 대표적이다. 일산서구는 9·5 추가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가까스로 피한 ‘집중 모니터링 지역’ 중 지난달 주택가격 상승률이 1.15%로 가장 높은 곳이다. 함께 모니터링 지역으로 묶인 일산동구(0.56%), 안양시 동안구(0.54%)·만안구(0.57%)의 2배 이상이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분당구(2.1%)·수성구(1.41%)에 이어 무려 전국 시·군·구 3위에 해당한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정량적 요건’을 갖췄는데도 빠지니 뒷말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도 대책 발표 후 다소 안정됐다는 이유로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하지 않은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정부 의지 때문에 다른 건 묻히는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특히나 고강도 규제로 인한 부작용이 예상될수록 대책은 ‘속도전’보다 절차 공정성을 중시해야 한다. 그래야 문재인 정부가 앞세운 ‘공평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에 부합한 부동산 대책이 될 수 있다.
 
김기환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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