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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북핵 대비해 방사능 방재 시스템 쇄신해야”

서균렬 서울대 핵원자력공학과 교수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아리랑티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70904

서균렬 서울대 핵원자력공학과 교수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아리랑티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70904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서쪽으로 약 80㎞ 떨어진 중국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조선족자치현의 시간당 방사능 평균 농도가 평소 104.9nGy(nanogray·나노그레이)에서 7일 최고 112.5nGy까지 치솟았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의 인터뷰가 이날 온라인으로 나간 뒤 관심이 높아 새로운 내용의 질문·답변까지 반영해 지면으로 정리했다. 서 교수는 “방사능이 지하수로 흘러들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가 최신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이전 5차례 핵실험 때보다 훨씬 넓은 지역에서 더 많은 산사태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방사능 수치 상승이 바람, 비, 우주선(宇宙線) 등의 영향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서균렬 교수는 “이번 6차 핵실험 같은 폭발력이면 화강암 덩어리인 만탑산 할아버지도 못 견딘다. 서울 상공에서 터졌다고 치면 서울은 구글 지도에서 사라지고 없다”고 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위력은 역대 최고다.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때 1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 위력)에 비해 우리 국방부는 최소 5배로, 50kt으로 추정했지만 미국 정보 당국은 140kt으로 최종 판단했다. 러시아는 1Mt(메가톤·1Mt은 TNT 100만t) 이상으로 발표했다. 5차 핵실험 때까지만 해도 함북 풍계리 만탑산은 화강암 지형이라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가 공개한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전(사진 왼쪽)과 이후 모습. 핵실험 이후 만탑산 인근 지역에 산사태(붉은색 원)가 발생한 모습이 확연하다. 서 교수는 “북핵 위기에 대비해 월성 1, 2호기 폐쇄 결정은 이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가 공개한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전(사진 왼쪽)과 이후 모습. 핵실험 이후 만탑산 인근 지역에 산사태(붉은색 원)가 발생한 모습이 확연하다. 서 교수는 “북핵 위기에 대비해 월성 1, 2호기 폐쇄 결정은 이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핵실험 직후인 3일 오전 11시46분(현지시간)부터 북·중 접경 지역 방사능 환경 긴급대응계획을 가동해 ‘2급 대응상황’에 들어갔으며, 중국 동북 지방에서 단위 시간당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있다. 1970년대 미국이 네바다 사막에 수직갱도를 파고 핵실험을 했을 때도 방사능 누출로 주민들이 피해를 봤다. 함경도 거주 북한 주민들이 이번 핵실험으로 상당한 방사능 피해를 봤을 것으로 서 교수는 추정했다. 그러나 중국 쪽 대기에서 측정한 방사능은 인체 허용 기준의 1000만 분의 1 정도여서 아직은 실제 피해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미 군 당국이 이번 핵실험에서 유출된 방사능의 핵종을 포집하고 있지만 바람의 방향에 따라 그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고도 했다. 서 교수는 지하수 피해를 더 심각하게 봤다. 남북은 지하수가 연결돼 있는데 북한의 지하수가 오염되면 남한까지 확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탑산 핵실험장 갱도가 붕괴된 근거를 무엇으로 보나.
“접경 지역의 25층 건물이 30초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보였다는 점이다. 또 규모 4.1의 2차 P파가 나왔다. 보통은 핵실험을 하면 P파가 한 번 생성됐다가 사라진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폭탄(16kt) 15개가 서울 500m 상공에서 터졌다고 생각해 보자. 그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방사능 방재 전문가인 서 교수는 외교 및 군사 차원의 대책과 함께 국민 생존을 위한 방사능 방재 시스템을 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핵무기를 실제 터트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정부 차원의 국민 생존을 위한 준비를 해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수많은 핵무기와 핵물질을 관리하면서 실수로 터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 교수는 핵무기가 폭발했을 때 탁자 밑으로라도 숨어야 직접 피해를 보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가능하면 지하철이나 아파트단지 내의 지하주차장으로 피신해야 핵폭발 때 나오는 섬광·폭풍·방사능 및 낙진으로부터 방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매달 실시하는 민방위훈련 때 이 같은 연습도 필요하다.
 
핵이 폭발한 다음에는 늦지 않나.
“지금은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가 있으니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상황 파악을 위한 비상용품으로는 최신 라디오가 아닌 트랜지스터라디오가 필요하다. 핵폭발 때 나오는 전자기파(EMP)에 반도체 칩 등이 파괴돼 통신을 비롯한 TV나 컴퓨터가 모두 마비돼서다. 정부 차원에서는 북한의 핵 공격 이후 어디가 안전한지를 구분할 수 있는 방사능계측기를 지역마다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 교수는 국민의 생명 유지를 위해 지하시설에 화장실 등 위생시설과 식수 및 생존식품, 의약품 등을 구비해 놓는 것이 우선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하공간에 상하수도, 위생시설을 갖추고 3주 이상 버틸 수 있는 비상용품을 비치해야 한다”며 “스위스·오스트리아·이스라엘 등 선진국처럼 전 국민이 3주 정도 지낼 수 있는 지하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그동안 북한 핵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북한의 실질적인 핵 위협이 가중되고 우방국의 도움이 약화될 경우 핵무장을 통한 대북 핵억제력을 갖추는 데는 6개월이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만약 우리가 핵무기 개발을 독자적으로 한다면 완성에 얼마나 걸리겠나.
“북한이 지난 일요일 실험한 핵무기 위력이 히로시마 15배 정도 수준이다. 그 정도 수준을 목표로 삼는다면 6개월이면 된다. 우선 플루토늄 추출을 위한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이 필요한데, 2개를 다할 수도 있고 하나만 할 수도 있다. 두세 달 정도면 가능하다. 국가 사업으로 전력 질주한다면 첫 번째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시점이 5개월 후, 한 번의 실험이면 된다. 그래서 6개월이 걸린다는 거다.”
 
왜 핵실험 한 번이면 되나.
“북한은 우리가 갖고 있는 수퍼시뮬레이션이라고 불리는 시스템이 없다. 일련의 (폭파) 과정들을 영화 장면이 바뀌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재생할 줄 알아야 하는데 북한은 그런 모사장치를 갖고 있지 않다. 이를 위한 수퍼컴퓨터도 북한엔 없다. 우리의 경우 일기예보에 사용하는 수퍼컴퓨터를 기상청으로부터 빌리면 핵 개발에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개발 과정 맨 마지막에 한 번 정도 실험을 하면 핵무기 개발이 완료된다.”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Pu-239)은 중수로인 월성 1~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추출할 수 있다. 현재 월성 1호기에 사용했던 사용후 핵연료는 창고에 건식 보관 중인데 곧바로 플루토늄 생산에 사용할 수 있다. 또 국내 연구소가 축적한 농축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고농축우라늄(U-235)도 생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국가적 위기 시 핵무장을 위해서는 실제 행동은 하지 않더라도 사전 검토는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이런 차원에서라도 월성 1, 2호기의 폐쇄를 지금 결정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2017년 9월 3일 낮 12시29분 시계는 멈췄다. 한반도 안보게임의 룰이 바뀌었다”며 “정부가 북한 핵무기의 위험성에 관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방사능 방재 시스템 등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김수정 외교안보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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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