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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고 욕먹을라” … 기부금에 깐깐해진 재계

대기업의 기부금 지출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금융감독원 공시자료를 토대로 2014년 이후 기부금 지출이 비교 가능한 시가총액 상위 20개사(공기업 제외)의 기부금 액수를 집계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20개사는 올해 상반기 기부금으로 2755억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서는 41.2%,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서는 12.2% 줄어든 액수다.
 
최순실 사태에 연루돼 홍역을 치른 삼성·현대차·SK·포스코 그룹의 계열사 대부분이 기부금을 줄였다. 특히 국내 사회공헌 최대 ‘큰손’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의 기부금은 올해 상반기 1160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39.4%,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19% 감소했다. 이들 20개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이런 기부금 감소는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는 우선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영향이 크다.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기부금으로 곤욕을 치르자 기부금 액수를 전반적으로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도 이를 거들었다. 법 위반 여부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아직도 모호하다 보니 기부에 몸을 사리게 됐다는 해석이다.
 
A사 관계자는 “기업의 기부 활동을 나쁘게 보는 인식이 팽배하다 보니 좋은 일을 하고도 욕만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탄’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향하고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은 총 운영비 2조8000억원 가운데 후원금 3000억원이 모자란 상황이다. 자발적으로 나서는 기업이 없다 보니 결국 한국전력 등 전력 공기업들이 8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런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기업의 후원을 당부한 이후 나왔다. 민간의 부담을 공기업에 전가했다는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사회공헌 활동도 위축됐다. 최근 충북 지역 수해에 대기업의 기부가 저조한 것이 한 예다. B사 임원은 “정상적인 기부·출연도 뇌물처럼 오해받을 수 있어 예산을 집행하기가 까다롭다”며 “하반기에는 기부금이 늘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1년 전체 기부금액은 최근 2~3년 새 가장 적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주요 기업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투명성 강화를 약속하면서 기부금 집행 기준과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삼성·SK그룹은 10억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 및 사회공헌기금에 대해 이사회 의결을 거치기로 했다. 현대차·LG·SK그룹도 비슷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기업들의 이른바 ‘자체 검열’이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판결에서 법원이 ‘묵시적 청탁’을 유죄 근거로 판단하면서 정부의 각종 사업,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 대해 후원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됐다. ‘정책 협조’와 ‘정경유착’을 가르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후원을 했다가 최악의 경우 나중에 ‘묵시적 청탁’이라는 죄목으로 법적 책임까지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기업 후원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 정립과 공익행위에 대한 과세 기준 등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컨대 기업들의 각종 스포츠 종목 협찬은 ‘자발적’으로 포장됐지만 ‘반강제적’인 성격이 짙다. 현물 후원을 하더라도 기업들은 부가가치세를 부담한다. 장학재단에 회사 주식 180억원어치를 기부했다가 140억원의 증여세 폭탄을 맞은 수원교차로 창업자 황필상씨의 소송 사례도 있다.
 
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정치경제학 교수는 “정부 스스로 각종 이벤트나 정책 사업에 기업을 끌어들일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기업도 불필요한 오해를 부르고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이런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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