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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년범죄 흉악해지자 처벌 연령 낮췄다

 일본의 미성년 흉악범들에 대한 처벌 강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끔찍한 범죄가 잇따르면서 처벌 수위를 높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형사 미성년자 기준은 만 16세였다.소년법을 개정해 그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계기가 된 건 1997년 발생한 일명 ‘사카키바라 (酒鬼薔薇 )사건’이었다.
 
 
 
1997년 5월 일본 효고(兵庫)현 고베(神戸)시 한 중학교 정문 앞에서 초등학교 6학년생의 머리가 잘린 채 발견됐다. 시신은 심하게 훼손돼있었고 입 안에서는 범인이 쓴 쪽지도 함께 발견됐다. “자, 게임이 시작됐다. 나는 살인이 너무 즐거워. 경찰들, 나를 한 번 잡아봐”라는 내용이었다. 사건 자체도 끔찍했지만, 범인을 잡고 보니 더욱 경악스러웠다. 범인은 경우 만 14살에 불과한 앳된 얼굴의 남자 중학생이었던 것.
 
범행 뒤 시신을 가방에 넣고 동네를 돌아다니고, 시신을 “나의 작품”이라고 말하는 등 소년에게서 죄책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사건 2~3개월 전에도 초등학생을 망치로 때리거나 칼로 찌르는 등의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대상으로 수차례 범죄를 저지른 사실도 확인됐다. ‘사카키바라’는 소년이 자신의 범죄를 자랑하며 신문사 등에 보냈던 편지에서 썼던 이름이다.
1997년 사카키바라 사건의 범인은 14세 소년으로 밝혀졌다. 당시 소년이 경찰서와 지역언론사 등에 범행을 자랑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사진=위키피디아]

1997년 사카키바라 사건의 범인은 14세 소년으로 밝혀졌다. 당시 소년이 경찰서와 지역언론사 등에 범행을 자랑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사진=위키피디아]

사카키바라 사건 이후 소년의 모습을 추적한 일본 주간지

사카키바라 사건 이후 소년의 모습을 추적한 일본 주간지

당시 이 사건은 소년 범죄가 성인 범죄 이상으로 흉악, 잔인함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법에 의해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본 내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필요 이상으로 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비난과 피해자 측의 심정도 살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당시 소년은 만 14세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소년법은 16세 이하의 미성년자를 형사처벌할 수 없었다. 소년은 의료소년원에서 정신과 치료만 받은 뒤, 2005년 완전히 풀려났다.
 
2003년 나가사키현( 長崎)현 나가사키( 長崎市 )시에서 발생한 남아유괴살인사건 역시 일본을 패닉으로 몰아넣었던 사건이다. 당시 만 12세였던 소년은 오락실에서 혼자 게임을 하고 있던 4세 남자아이를 “엄마, 아빠 만나러 가자”고 꾀어낸 뒤, 건물 옥상에서 밀어 살해했다. 아동을 발가벗긴 채로 발로 차고 성기를 칼로 찌르는 등 소년의 범행은 잔인했다.
 
소년은 범행 후에도 태연하게 학교를 다니는가 하면, 성적도 교내 상위권일 정도로 평소 모범생이었다는 점에서 일본 국민들은 경악했다. 하지만 역시 12살이었기 때문에 어떤 형사 처벌도 받지 않았고, 아동 자립지원센터로 보내졌다.
 
2004년 나가사키에선 초등학교 동급생 살인사건도 발생했다. 초등학교 6학년생이 같은 반 친구를 커터칼로 살해했다. 소년은 “전날 밤 드라마에서 본 것을 참고해 죽였다”고 말해, 당시 모든 방송국이 한동안 살인을 다룬 드라마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소년에 대한 처벌 역시 관대했다. 당시 가정법원은 최장 2년간 국립 아동자립지원시설에 보낼 것을 판결했다. 반면 피해자 가족과 학교관계자들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의 증상을 보이는 등 심한 충격을 받았다.
 
 
커터칼로 동급생을 살인한 사건이 발생한 나가사키의 한 초등학교.

커터칼로 동급생을 살인한 사건이 발생한 나가사키의 한 초등학교.

 
이들 사건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는 소년범죄의 처벌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소년법이 범죄를 억지하는 효과가 전혀 없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결국 2000년 일본 국회는 소년원에 보낼 수 있는 형사처벌 가능연령을 만 16세에서 만14세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07년에는 소년원에 송치대상 연령을 만 14세에서 ‘대체로 만 12세’로 낮추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일본 법무성은 ‘대체로 만 12세’의 폭을 12개월로 보고 있기 때문에, 현행 소년법으로는 만 11세도 중대한 범죄의 경우 소년원으로 보내질 수 있다.
 
일본의 소년법 제도는 한국과 비슷한 체계다. 20세 미만을 소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만 12세~만 14세는 형사책임은 지지 않지만 중대한 경우 소년원으로 보내지고, 만14세~만19세에 대해선 가정법원에서 금고이상의 죄에 대해 형사처분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검찰로 사건을 보내 형사사건으로 다룰 수 있다. 다만 만 18세 미만의 경우, 나이가 어리다는 점을 감안해 사형은 무기징역으로, 무기징역은 20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감형된다.
 
소년범죄가 날로 흉악해지고 저연령화됨에 따라 양형기준도 강화되는 추세다. 2014년 18세 미만 소년에 대해 무기징역을 감형해 유기징역형을 내릴 경우, 상한을 15년에서 20년으로 높였다. 또 일반 징역형의 경우도 5~10년을 10~15년으로 상향 조정했다.
 
 
 
 
키치죠지 여성 살인사건 역시 소년범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 당시 18세였던 소년은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키치죠지 여성 살인사건 역시 소년범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 당시 18세였던 소년은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실제 소년범에게 사형이 내려진 경우도 있다. 2010년 미야기( 宮城)현 이시마키(石巻 )시
 
에서 3명을 살해한 소년(범행 당시 만 18세)에게 일본의 최고법원(대법원)은 2016년 사형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1심에서 재판관이 소년에게 사형을 결정한 첫 사례였는데, 나이 때문에 극형을 꺼려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갱생의 가능성이 없다”는 게 당시 판결의 주요한 이유였다. 2013년엔 귀가 중이던 여성을 살해한 소년 2명(당시 각각 17세, 18세)에 대해선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형이 내려졌다.
 
 
일본에선 일반 성인범죄의 경우 용의자 단계에서부터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는 것과 달리 소년범죄에 대해서는 신원을 보호하도록 하는 ‘보도제한’ 규정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알 권리 관점에서 소년사건에 대해서도 보도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소년범죄의 경우 아직 나이가 어린만큼 향후 사회로 복귀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아직은 우세한 편이다.
 
 
이와 함께, 투표권을 부여하는 연령 기준을 만 20세에서 만 18세로 낮춘 만큼, 소년법의
소년 연령 역시 현행 만 20세에서 만 18세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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