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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한반도 위기속 기사회생하는 아베,최장 총리 노리나

 ‘북조선에 의한 탄도미사일 발사 사안에 관한 정부의 초동대책에 대하여’
 북한이 일본 상공을 향해 미사일을 쏘아 올린 지난달 29일 ‘총리관저 대책실’이 정리ㆍ배포한 A4용지 2장 분량 보고서의 제목이다. 총리관저는 북한의 도발 때마다 이와 유사한 문건을 배포해왔는데, 여기엔 일본 정부의 긴박한 대응이 분 단위로 담겨있다. 5시 58분(한국은 5시57분으로 발표) 발사된 미사일이 6시12분 태평양에 낙하하기 전에 아베 신조 총리의 긴급 지시가 6시1분과 6시7분 이미 두 차례 내려졌다. 6시2분부터 위기 경보 시스템인 J얼럿이 발동돼 ‘미사일 발사~미사일 발사~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으니 튼튼한 건물이나 지하로 피난하라’는 메시지를 일본 국민에게 전달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달 29일 새벽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태평양을 향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폭거"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달 29일 새벽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태평양을 향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폭거"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이날 아베 신조 총리는 오전 6시23분 집무실인 총리 관저에 나타나 1분 뒤인 24분부터 기자회견을 했다. 
평소엔 관저에서 자동차로 10분 이상 걸리는 시부야의 사저에서 출퇴근하지만 그 날은 미사일 발사를 미리 예견했다는 듯 관저에 붙어있는 숙소(총리 공저)에서 밤을 보냈다. 관저와는 지하통로로 연결돼 비상시 1분이면 출근할 수 있다. 8월 중 아베 총리가 공저에서 잠을 잔 건 단 이틀(25일과 28일)뿐이었는데, 기가 막히게도 모두 북한이 미사일을 쏘기 전날 밤이었다. 그래서 ‘아베 총리가 북한의 낌새를 알아채고 발 빠른 대응을 연출하기 위해 일부러 공저에서 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긍정도 부인도 않고 있지만 어쨌든 아베 총리의 발 빠른 대응은 시시각각 일본 국민에게 각인되고 있다.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때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총리관저 대책실이 배포한 ‘북조선의 핵실험에 대하여’란 문서엔 ‘12시38분 관계부처에 대한 총리 지시, 13시9분 기자회견, 13시34분 국가안전보장회의, 13시51분 2번째 총리 지시’등 아베 총리의 대응이 담겨있다. 
 
지난 7월만 해도 지지율이 20%대까지 곤두박질치며 그로기 상태에 몰렸던 아베 총리가 북한의 잇따른 도발을 계기로 기사회생하는 모습이다. 마이니치 신문의 지난 2~3일 조사에선 지난달보다 4%포인트 오른 39%, 8월 25∼27일 니혼게이자이 조사에선 46%였다. 한때 70%를 넘었던 전성기때 지지율엔 명함도 못 내밀지만 사학재단에 대한 특혜의혹과 도쿄도 의회 선거 참패로 휘청대던 지난 7월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29일 북 미사일 발사 후 엿새동안 4번이나 통화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29일 북 미사일 발사 후 엿새동안 4번이나 통화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핵ㆍ미사일 도발의 단계를 높여가면서 그동안 아베를 코너에 몰았던 특혜 스캔들 관련 뉴스는 일본 언론들의 주요 지면에서 사라져 버렸다. 대신 강력한 대북 제재를 최일선에서 독려하는 아베의 안보 리더십이 부각되고,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이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했던 3일 문재인 대통령 보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를 하며 사실상 국제사회의 대북 외교전을 리드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좋아했던 골프까지 끊었다. ‘골프광’으로 불리는 아베는 지난 2012년 재집권이후 8월이면 야마나시현의 별장에서 4~5차례 골프 라운딩을 하며 휴가를 보냈다. 2013년 휴가때는 호우피해로 5명이 사망ㆍ실종된 상황에서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골프를 쳤던 아베였지만 이번 휴가때는 긴박한 북한 문제를 의식한 듯 단 한번도 골프채를 잡지 않았다. 그래서 “아베총리는 북한 핵ㆍ미사일 도발로 조성된 이번 위기 국면을 오히려 승부처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 자신은 부인하지만 일본 정치권에선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3연임 도전을 앞두고 있는 아베 총리는 장기 집권을 위해 언제 중의원을 해산해야하는 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려 '아베 1강' 체제를 복원한 뒤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시점을 택해 중의원을 해산하고 새로 선거를 치러 장기 집권을 도모할 것이란 예상이다.  
그런데 지지율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고민하던 아베에게 이번 북한 안보위기가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엔 “아베가 전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과 회담하고, 핵ㆍ미사일 문제와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일괄타결을 시도할 것”이란 '전격 방북설'이 돌더니 이번엔 북한 핵과 미사일이 아베에게 새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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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의 총리 재임기간은 꼭 1년간이었던 2006~2007년 1차 아베 내각을 합쳐 5일까지 2081일이다. 아베 보다 재임기간이 긴 역대 일본 총리는 사토 에이사쿠(2798일)와 요시다 시게루(2616일)단 두명 뿐이다. 앞으로 700일 정도면 일본 최장 총리 등극이 가능한 아베 총리는 이번 위기를 정치인생 최대의 승부처로 볼 수도 있다. 
 
상황은 아베 총리에게 불리하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일본 방위성이 북한 미사일 방어를 명분으로 역대 최고액의 방위 예산을 편성하고, 한반도 유사시 한국 체류 일본인의 대피 방안을 일본 정부가 수시로 언론에 공개하는 등 아베 내각의 안보 마케팅은 연일 고조되고 있다. 과거 같으면 진보층의 반발에 부딪혔을 아베식의 군사ㆍ안보 팽창 전략이 북한 핵ㆍ미사일 위기때문에 저항감없이 일본 국민들 사이에 전파되고 있다. '북한 위기에 아베 총리가 속으로는 웃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서승욱·김상진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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