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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모래의 역설

김성탁 런던특파원

김성탁 런던특파원

지구의 천연자원 가운데 물 다음으로 많이 소비되는 것이 모래다. 건설에 쓰이는 콘크리트와 벽돌, 유리 등이 모두 모래를 주원료로 쓴다. 휴가철이면 해변 모래사장을 찾는 이들이 있지만, 도시의 현대인들은 사실상 일상을 ‘모래성’에서 보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세계 각국에서 지어지는 빌딩과 아파트, 다리 등이 모두 모래를 품고 있어서다.
 
전 세계적으로 모래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인구 증가는 물론이고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으로 수요가 폭등한 탓이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전 세계의 모래 사용량은 적도를 따라 높이와 넓이가 각각 27m인 벽을 쌓을 수 있을 정도였다. 전 세계 육지의 10분의 1이 사막이지만 이곳의 모래는 풍화를 거치면서 모서리가 둥글게 변할 정도로 너무 부드러워 건설 자재로 쓸 수 없다. 모래 위에 세워진 두바이가 지금은 호주에서 모래를 수입하는 지경이다.
 
전 세계는 모래 채취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강의 모래는 이미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그래서 세척하면 건설에 쓸 수 있는 바닷모래 채취가 한창이다. 이 와중에 아프리카에선 무분별한 모래 채취로 현지인들이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리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케냐에서는 우기에 비가 모래를 통과하며 정화된 뒤 지하에 저장돼 있어 외딴 지역 주민들이 건기에 구덩이를 파고 물을 구해 왔다. 하지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모래를 퍼다 건물을 짓는 바람에 물을 구하지 못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도에서는 폭력조직인 ‘모래 마피아’가 운영하는 암시장이 생겨났다. 자메이카나 아프리카에서는 불법 모래 채취를 위해 감독관 등을 살해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두바이 도시 건설에 사용된 모래가 페르시아만에서 준설되면서 인근 해역의 조류 흐름이 바뀌고 바다 밑 생태계가 달라졌다는 조사도 있다. 바다에서 시행되는 채취 작업으로 산호초가 모래 먼지로 뒤덮이고 물고기가 질식사하거나 바다 거북이 생존의 터전을 잃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모래난을 놓고 마찰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거제 앞바다에서 수많은 어선이 모여 서해와 남해에서 바닷모래 채취를 금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바다 자원을 고갈시켜 어민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이유였다. 반대로 건설업계는 강모래가 부족해 채취를 중단하면 골재 부족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한다. 관련 부처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해수부 업무보고에서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국토부와 해수부 간 협의를 강화하라”고 지시했을 정도다. 흔하던 모래는 역설적으로 갈수록 비싼 상품이 돼 가고 있다. 수억 년의 자연활동을 통해 생겨난 모래는 재생 불가능한 자원을 대책 없이 소비하는 인류의 모래성이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성탁 런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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