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차이나 인사이트] 시진핑, 천민얼 얻으려 왕치산 내주고 쑨정차이 잘랐나

중국에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난여름 차기 총리로 주목받던 쑨정차이 전 충칭시 당서기가 실각해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이젠 부패척결의 선봉장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은퇴할 예정이며, 시진핑 국가주석의 후계자로 천민얼 신임 충칭시 당서기가 내정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다음달 18일 개막하는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중국 정가가 요동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19차 당대회는 대선과 같다. 지도부 교체가 이뤄진다. 다른 건 1인자 시진핑과 2인자 리커창 총리의 유임은 확실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긴장도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중국을 집단적으로 이끄는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시와 리를 제외한 5명이 바뀌게 되는데 여기에 시의 뒤를 이을 후보자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인가.
 
두 달 전만 해도 후춘화 광둥성 당서기와 쑨정차이 둘 중 하나가 될 거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2007년 17차 당대회 때 시진핑과 리커창이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입성해 후계자 수업을 받은 뒤 2012년 18차 당대회를 통해 나란히 서열 1, 2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된 것과 같은 이치다.
 
한데 지난 7월 쑨정차이가 돌연 낙마하며 중국 정가에 파란이 일기 시작했다. 쑨은 왜 몰락했나. 중국 당국은 그 사유를 ‘보왕 해악’ 청산에 철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보왕’은 전 충칭시 당서기 보시라이와 공안국장 왕리쥔을 말한다. ‘해악’은 이 두 사람이 비정상적인 사적 관계로 엮여 ‘창홍타흑(唱紅打黑: 공산당 찬양 및 흑사회 척결)’의 미명 아래 무고한 시민을 때려잡으며 사리사욕을 챙기는 등 당규와 국법을 짓밟은 행태를 가리킨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후 충칭을 맡게 된 쑨정차이의 임무는 따라서 ‘보왕 해악’ 제거가 첫 번째였다. 문제는 이 일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다. 쑨이 충칭에 부임할 때 공안국장으로 함께 온 허팅과 잘못된 연을 맺은 결과다. 허는 쑨보다 한 살 많고 산둥성 룽청이라는 고향이 같은 점을 내세워 기회 있을 때마다 쑨과의 특수관계를 과시하며 비리를 저지르다 지난 6월 경질됐다. 한 달 뒤엔 쑨이 낙마했다. ‘보왕’의 전철을 ‘쑨허’가 답습한 꼴이다. 여기까지가 중국 관방의 해석이다.
 
그러나 판을 확대해 보면 19차 당대회를 앞둔 권력투쟁의 내음이 짙게 난다. 쑨정차이를 대신해 새로 충칭시 당서기가 된 인물이 시진핑이 아끼는 천민얼이란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올해 57세인 천은 시진핑이 저장성 당서기로 있을 때 선전부장으로 저장일보에 발표한 ‘지강신어(之江新語)’ 칼럼 232편의 초고를 4년간 집필했다.
 
시진핑의 천민얼 챙기기는 치밀하다. 2014년 봄 양회(兩會: 전인대·정협회의) 때 천이 당서기로 있는 구이저우성 대표단 심의에 시가 특별 참가해 천의 주가를 띄웠다. 또 올해 4월 구이저우성에서 열린 당대회에 시가 구이저우 대표로 나와 당선됐다. 이는 시가 천을 민다는 걸 노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이전까지 시의 선거구는 상하이였다. 시가 자신의 후계자로 천을 내정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시진핑으로선 어떻게 천민얼을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입시켜 차기 대권을 노리게 해야 하나. 답은 후춘화와 쑨정차이 두 사람 중 하나를 밀어내야 한다로 귀결된다. 약한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후보다는 쑨이 쉽다. 리틀 후진타오로 불리는 후춘화는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의 대표주자로 공청단 출신 리커창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다. 반면 쑨은 원자바오 전 총리가 발탁한 인물로 배경이 약하다.
 
하늘이 도왔나 아니면 계획적이었나. 마침 쑨이 비리 혐의로 낙마했다. 쑨 실각 후 천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는 건 의미가 크다. 정치국 위원 25명엔 중요 지방 제후 6명이 포함된다. 베이징과 톈진·상하이·충칭·광둥·신장 등 여섯 곳인데 이들 지역의 수장을 맡아야 정치국원이 될 수 있다. 천은 구이저우에서 충칭으로 이동하며 바로 그런 자격을 획득한 것이다.
 
그러나 금에도 100% 순금은 없듯이 싸움에 일방적 승리는 없다. 시진핑의 완승으로 끝나는 중국 정가가 아니란 이야기다. 천민얼을 얻는 대신 시는 왕치산이란 보검(寶劍)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948년생인 왕은 당내 불문율인 칠상팔하(七上八下: 67세는 유임, 68세는 은퇴) 원칙에 따라 19차 당대회에서 물러나야 하지만 워낙 탁월한 업무능력으로 인해 유임 가능성이 많이 제기됐다.
 
69세인 왕이 다시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경우 2022년에 69세가 되는 시진핑 또한 퇴진하지 않아도 돼 왕의 거취는 시의 임기 연장 문제와 연결되며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나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여름 베이다이허 회의를 거치며 쑨정차이를 내치는 대신 왕치산 또한 은퇴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왕과 쑨의 동반 퇴진과 관련해 당 원로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이로써 후춘화와 천밀얼이 시진핑 집권 2기의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입해 1인자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구도가 펼쳐지게 된다.
 
일각에선 천의 우세를 점친다. 그러나 진검 승부는 이제부터다.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천을 민 건 시진핑 혼자였다. 반면 후춘화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 후진타오, 원자바오 등의 강력한 후원을 받았다. 특히 한 파벌에서 10년 이상 집권한 경우는 최근 없었다. 시의 뒤를 시의 인맥이 잇기 어려운 것이다.
 
또 후춘화가 현재 공산당 몸집 줄이기와 같은 당무에 관여하고 있는 점도 유리한 요인이다. 당의 나라인 중국에선 당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후가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당무를 관장하는 서기처 서기가 될 것이라고 전한다. 이게 맞으면 중국의 차세대 리더는 후춘화다. 시진핑 또한 황태자 시절 서기처 서기로 당무를 익혔다.
 
이제 시진핑 2기 지도부를 전망하면 시진핑과 리커창이 총서기와 총리를 계속 맡고,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왕양 부총리, 정협 주석은 한정 상하이 당서기, 중앙서기처 서기는 후춘화, 감찰위원회와 기율위원회 서기는 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 천민얼은 부총리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 인맥인 시자쥔(習家軍: 시진핑·리잔수·천민얼) 3명과 공청단 출신(리커창·왕양·후춘화) 3명이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장쩌민 계열이자 지방 대표인 한정이 캐스팅보트를 쥐는 형국이다.
 
시진핑의 총서기 3연임은 없을 듯하다. 그렇다고 시진핑 시대가 앞으로 5년 뒤 꼭 끝난다고 말하기엔 이르다. 당 주석(主席)직을 신설하고 그 자리에 앉거나, 또 군 개혁을 핑계 삼아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계속 유지할 경우 시진핑 천하는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유상철 논설위원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