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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앤잡-미래직업리포트]"인간은 필요없다"던 인공지능 학자, "알파고는 계산기의 연장선... 싱귤래러티 없다"

『인간은 필요없다(Humans need not apply)』
 
인공지능 학자이자 스탠포드 법정보학센터 교수인 제리 카플란은 2015년 다소 충격적인 제목의 미래서를 냈다. 인공지능 기술이 일자리 시장을 얼마나 빨리 바꿀 것인지, 이런 변화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를 전망한 책이다. 
미국서 출간된 제리카플란 교수의『인간은 필요없다(Humans need not apply)』표지 사진.

미국서 출간된 제리카플란 교수의『인간은 필요없다(Humans need not apply)』표지 사진.

 
 지난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국내 시장에서도 적잖은 주목을 받았다.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 이후 형성된 '인공지능 포비아(phobia·공포증)'가 배경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메일과 화상전화로 인터뷰한 카플란 교수는 미래를 그리 어둡게 전망하지 않았다. 그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겠지만 그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길 것"이라며 "대량 실업 사태가 올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뭘까.  
“인공지능 기술이 최근에 실생활에 적용되기 시작해서다. 하지만 너무 과장해선 곤란하다. ‘머신러닝(인공지능의 자기 학습 방법)’이란 개념은 좀 부풀려져있다. 머신러닝을 쉽게 설명하면 기계가 보고 들을 수 있게 됐다는 거다. 복잡하고 깔끔하지 않은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게 된 거다. 이건 우리 산업과 생활에 획기적인 도움을 주겠지만, 수십 년 안에 아주 평범하게 받아들여질 거다. 사람들이 AI의 잠재력과 한계를 다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도한 기대와 불안을 안고 있다.” 
 
제리 카플란 스탠포드대 법정보학센터 교수. 그는 컴퓨터 공학자로 여러 스타트업을 설립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제리 카플란 스탠포드대 법정보학센터 교수. 그는 컴퓨터 공학자로 여러 스타트업을 설립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알파고 이후 한국인들은 특히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는데.  
“솔직히 알파고가 그동안 기계들이 해 온 일보다 딱히 더 의미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컴퓨터가 처음으로 숫자를 계산해냈을 때도 사람들은 똑같이 충격을 받았다. 20년 전 컴퓨터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물리쳤을 때도 언론은 요즘 우리가 보는 것 같은 종말론적 예측을 쏟아냈다. 그렇지만 우리 삶은 매번 평소처럼 지속됐다.”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이 이처럼 발달한다면 곧 대량 실업 상태가 오지 않겠느냐”고 걱정하는데.  
“최근의 변화 역시 자동화의 다음 단계에 불과하다. 과거와 비슷한 수준이다. 노동 시장은 매우 탄력적이다. 자동화가 진척되면 우리는 쓸 돈이 많아지고, 이 돈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건 자동화 때문에 생겨난 실업자들을 재교육 등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그럼 당신의 책 『인간은 필요없다』는 왜 그렇게 과격한 제목을 달았나.
"한국어 제목이 너무 단정적인 것 같다. 영어 제목 'Humans need not apply'는 원래 중의적 표현을 노렸다. 예전에 흑인 차별이 심할 때 많은 구인 공고가 'Blacks need not apply(흑인 지원 사절)'이라는 표현을 쓰곤 했다. 인간이 앞으로 기계로 인해 직업의 기회를 많이 잃게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런 위험을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미국 백악관을 포함해 많은 기관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당신 말대로라면 왜 이런 보도와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는 걸까.  
“없어질 일자리만 따지고 노동 시장이 얼마나 탄력적인지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흔히 인용되는 옥스포드대 프레이와 오스본 교수의 논문은 수십년 안에 미국의 일자리 47%가 자동화될 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의 일자리 상당 수는 당시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지금 스카이프 통화를 하고 있지만, 25년 전엔 전화 교환원이 전화를 일일이 연결시켜줬다. 미국에서만도 100만명이 넘는 전화 교환원이 있었다. 이 직업이 사라졌지만 훨씬 더 많은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제리카플란 스탠포드대 법정보학센터 교수.

제리카플란 스탠포드대 법정보학센터 교수.

일각에선 고등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조차 인공지능이 대체할 거란 우려가 나오는데.  
“정확히 짚어야 할 게 있다. 기계는 노동자를 대체하지 않는다. 기계는 직업인이 되는 게 아니다. 특정 업무를 할 뿐이다. 단순히 얘기하면 새로운 자동화 기술로 인한 영향은 두 가지로 나뉜다. 일자리 대체 또는 생산성 향상. 당신이 맡은 모든 업무가 자동화되면 당신은 직업을 잃게 된다. 예를 들면 벽돌공을 보자. 나는 오늘 당장이라도 벽돌을 차곡차곡 쌓는 로봇을 만들 수 있다. 벽돌만 쌓는 업무를 하는 사람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변호사를 보자. 변호사처럼 과거 판례를 찾고 분석하는 인공지능은 지금도 나와있다. 하지만 변호사의 업무는 판례 찾는 게 다가 아니다. 그 일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이렇게 당신이 하는 일의 일부만 자동화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될까. 생산성이 향상된다. 당신이 변호사라면 더 이상 판례를 찾느라 밤을 샐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최근이 아니어도 계속돼 왔다. 컴퓨터가 나오기 전에 변호사는 손으로 계약서를 썼다. 그런데 지금은 컴퓨터로 뚝딱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다. 그렇다고 컴퓨터가 변호사의 모든 업무를 대신하진 않았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자신의 업무 전체가 자동화돼서 직업을 잃는 사람이 늘어날 거라는 것 아닌가.
“그건 사실이다. 그래서 인공지능과 미래 일자리 시장 얘기가 나올 때 늘 사회불평등 문제가 함께 제기되곤 한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세상은 불공평해질 거다. 새로운 기술을 쥔 사람이 자동화로 인한 이익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비관적으로만 보진 않는다. 불평등은 해결하려는 의지만 확고하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예를 들어 정부는 부유한 사람에 대한 세금을 올려 일자리가 불안한 사람들을 재교육시키고, 일자리 잃은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
 
인간은 결국 기계가 수행하지 못하는 업무에 매달려야 할텐데, 예를 들면 어떤 업무가 있을까.
“매우 많지만, 예를 들자면 표현하는 능력이 그럴 거다. 음악을 연주하거나 스포츠 경기를 하는 것 같은 일 말이다. 물론 로봇도 바이올린을 켜고 달리기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누가 그걸 보고 싶어할까. 힘든 하루가 끝나고 로봇 바텐더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털어놓으려 할까. 이런 것만 봐도 걱정할 게 없다.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많다.”
 
많은 전문가들이 인간만의 역량으로 창의성, 감수성, 소통 능력 등을 꼽는다. 그런데 창의성이나 감수성 같은 건 상당 부분 타고 나는 것 아닌가. 선천적으로 이런 역량이 부족한 사람들은 미래 사회에서 불리해지는 걸까.  
“그런 논리는 어느 사회에나 적용된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사를 짓던 농경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량은 힘이었다. 타고나길 힘센 사람을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을 거다.  
새로운 직업을 위해 훈련 받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걸 물론 잘 안다. 하지만 우리가 미래에 대해 얘기하는 이유는 사람들을 준비시키기 위해서다. 우리는 훈련을 통해서 사람들과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또 다른 걱정거리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시점, 이른바 ‘싱귤래러티(singularity·특이점)’라는 게 온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전문가로서, 언젠가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어떻게 보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공상과학영화나 소설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실현되진 않을 거다. 만약 실현된다 하더라도 가까운 미래가 아니다. 적어도 나나 당신은 평생 그런 순간을 보지 못할 거다. 기계가 언제 인간을 넘어설지에 대해 걱정하는 것보다 오히려 의도대로 설계되지 않은 기계에 대해 걱정하는 게 훨씬 유익할 거라 생각한다."
 
한국 사회의 또다른 우려는 우리 산업계가 최근의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 같은 선진국에 비해 소프트웨어 기술과 기초 과학 연구가 부족하다는 근심이 나오는데.  
“근거 없는 우려다. 최근에도 KAIST의 팀이 세계 로봇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 연구팀을 제쳤다. 한국은 오래 전부터 첨단 기술을 산업에 적용해 왔고, 교육 시스템도 훌륭한 걸로 알려져있다. 인공지능 기술에서도 한국이 선두 그룹에 속할 거라고 생각한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은 어떻게 일하고 어떤 꿈을 꾸게 될까요. 중앙일보 퓨처앤잡 페이지(http://news.joins.com/futurejob)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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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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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