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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정담] 先영화 後공약…문재인의 ‘영화정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용산의 한 영화관에서 5·18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한 뒤 배우들을 소개하고 있다.  문 대통령 왼쪽은 영화 속 실제 주인공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씨, 오른쪽은 김사복을 연기한 배우 송강호와 유해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용산의 한 영화관에서 5·18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한 뒤 배우들을 소개하고 있다. 문 대통령 왼쪽은 영화 속 실제 주인공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씨, 오른쪽은 김사복을 연기한 배우 송강호와 유해진. [연합뉴스]

 대중이 향유하는 스크린 속에는 종종 삶과 직결된 세상만사가 펼쳐진다. 영화는 문화적 생산물이자 정치적 의미가 태동하는 장이기도 하다. 2005년 이후 한국 영화계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을 구분하는 척도인 ‘1000만 영화’의 상당수가 권력, 혹은 사회 부조리를 다루고 있다. 1000만이란 숫자는 전체 유권자 약 4000만명의 25%에 달하는 만큼, 영화는 정치인의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 활용하기에 좋다. 문재인 대통령은 좌우 진영을 가리지 않고 눈물로 감성을 숨기지 않는 유별난 ‘영화 사랑’ 행보를 보이며 결정적인 순간마다 영화로 메시지를 던져왔다. 
 
문 대통령이 8월 23일 오전 전시지휘소를 방문해 정경두 합참의장(왼쪽)의 안내를 받고 있다. 오른쪽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사진제공=청와대]

문 대통령이 8월 23일 오전 전시지휘소를 방문해 정경두 합참의장(왼쪽)의 안내를 받고 있다. 오른쪽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사진제공=청와대]

 ◇영화→정책=정치인이 보는 영화는 단순한 감상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이 2010년 이후 독자 행보를 하며 관람한 영화는 외부에 알려진 횟수만 해도 16번이다. 이중 다수의 영화 내용이 정책이나 대통령 지침 등으로 연결됐다. 그는 지난달 13일 5ㆍ18 민주화운동을 다룬  ‘택시운전사’를 본 뒤 “아직 광주의 진실이 다 규명되지 못했고, 우리에게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열흘 뒤에는 5ㆍ18 당시의 전투기 출격 대기와 헬기 사격 의혹에 대한 특별조사를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이던 지난 2월에는 사법 피해자를 소재로 한 ‘재심’을 관람하며 “사법의 이름으로 고통을 가하는 건 청산해야 할 오랜 적폐”라는 소회를 밝혔다. 관람 직전엔 실제 피해자 가족을 만나기도 했다. 사법 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과제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왼쪽)가 지난해 12월 부산 부산진구의 한 영과관에서 원전 재난 영화인 '판도라'를 감상하기에 앞서 박정우 영화감독을 만났다. [중앙포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왼쪽)가 지난해 12월 부산 부산진구의 한 영과관에서 원전 재난 영화인 '판도라'를 감상하기에 앞서 박정우 영화감독을 만났다. [중앙포토]

 정부가 추진 중인 탈원전 정책과 최근 출범한 외교부 직속의 한일 위안부 TF 역시 영화와 관련이 없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원전 사고를 다룬 ‘판도라’를 관람하고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해 2월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귀향’을 본 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이 꼭 봤으면 한다”고 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영화 감상평은 일종의 정치적 화법”이라며 “특정 정책에 대해 직접 말하는 것보다 많은 유권자가 본 영화에 공감했다고 하는 편이 파급력이 큰 만큼, 영화는 정책과의 고리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허구가 가미된 영화 내용이 정책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 [중앙포토]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 [중앙포토]

 ◇영화 좌우 가리지 않아=17대 대선 이후 야당 의원이었던 문 대통령은 2015년 6월,  ‘연평해전’을 관람했다. 그는 관람 후 “(연평해전은) 한국이 승리한 전투”라며 “서해교전이라 불렸지만 참여정부 때 제2연평해전이라 불렸다”고 강조했다. 2014년 12월 ‘국제시장’을 본 뒤에는 “영화 관람이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논란이 생기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을 미화하고 보수 정서를 대변한 영화를 봤다는 비난에 대한 반응이다. 그는 당시 여당인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같은날 영화를 관람했다.  
 비정규직 양산 논란을 겪던 2014년, 박근혜 정부를 향해서는 영화 ‘카트’ 관람으로 우회적 공격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 영화가 비정규직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영화 '남영동 1985' 시사회에 참석했다. 이 영화는 1985년 9월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22일간 벌어진 고문사건을 다뤘다. [중앙포토]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영화 '남영동 1985' 시사회에 참석했다. 이 영화는 1985년 9월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22일간 벌어진 고문사건을 다뤘다. [중앙포토]

 2012년 대선 패배 뒤 한 동안 칩거하다 복귀했을 때도 영화와 함께였다. 2013년 2월 국회 본회의장에 나타나며 정계에 복귀한 그는 3월 제주 4ㆍ3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지슬’을 관람했다. 제주는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그의 첫 지역순회지였다. 18대 대선을 앞두고는 김근태 전 의원의 고문사건을 다룬 ‘남영동 1985’를 봤다. “보기 힘들고 고통스럽다. 나도 경찰에 붙잡혀가 두드려 맞은 적이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2012년 당시 문재인 후보는 영화 '광해'를 관람한 뒤 눈물을 흘렸다. [중앙포토]

2012년 당시 문재인 후보는 영화 '광해'를 관람한 뒤 눈물을 흘렸다. [중앙포토]

 ◇눈물ㆍ노무현=그는 영화를 보며 적어도 8번은 울었다. ‘택시운전사’ ‘귀향’ ‘국제시장’ ‘부러진 화살’ 등을 보면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감성 정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그는 노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영화를 보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2014년 1월 노무현의 인권변호사 시절을 다룬 ‘변호인’과 2012년 10월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이다. ‘광해’를 본 문 대통령은 신하가 떠나가는 가짜 광해를 향해 절 하는 장면에서 펑펑 울고 “가슴이 먹먹해 소감을 말할 기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후 “영화 곳곳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 많아 감정 수습이 안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평소 좋아하는 배우로 송강호를 꼽기도 했다.
▶어떤 영화 관람했나
택시운전사(2017년 8월 13일)
재심(2017년 2월 24일)
판도라(2016년 12월 18일)
귀향(2016년 2월 28일)
암살(2015년 7월 29일)
연평해전(2015년 6월 28일)
국제시장(2014년 12월 31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년 12월 24일)
카트(2014년 11월 11일)
변호인(2014년 1월 3일)
춤추는 숲(2013년 6월 10일)
지슬(2013년 3월 1일)
남영동 1985(2012년 11월 12일)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 10월 12일)
피에타(2012년 10월 1일)
부러진 화살(2011년 10월 9일)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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