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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으로] YS 칼국수, DJ 홍어, 문재인 곰탕은 ‘반찬 투정’ 논란

역대 청와대 밥상 
지난 7월 27, 28일 이틀간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의 간담회 둘째 날 ‘칵테일 타임’ 때 제공된 칵테일과 안주. 호두·아몬드·땅콩 등 견과류와 황태절임·치즈 등이 나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7월 27, 28일 이틀간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의 간담회 둘째 날 ‘칵테일 타임’ 때 제공된 칵테일과 안주. 호두·아몬드·땅콩 등 견과류와 황태절임·치즈 등이 나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칼국수, 홍어, 삼계탕, 미국산 쇠고기, 그리고 최고급 요리의 대명사 샥스핀까지…. 역대 정부 청와대 식탁에 오른 메뉴들이다.
 
청와대에서 뭘 먹느냐는 항상 세간의 관심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SNS에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열렸던 오찬의 메뉴 사진과 소회를 올렸다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반찬 투정’ 논란을 만들었던 게 대표적이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대접하는 메뉴에는 그 나름의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누구를 대접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 환경에 따라 식탁의 메뉴가 달라진다. 그래서 ‘밥상의 정치학’이란 얘기가 나온다.
 
역대 대통령들은 ‘식사 정치’를 통해 국정 운영의 메시지를 알렸다. 군사정권을 끝내고 첫 문민정부 시대를 연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칼국수 한 그릇에 개혁 의지를 녹여 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 땐 청와대에 호남의 대표 음식인 홍어가 밥상에 올라 정권 교체를 실감케 했다.
박용진 의원이 지난달 26일 청와대 오찬 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 [박용진 의원 페이스북 캡처]

박용진 의원이 지난달 26일 청와대 오찬 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 [박용진 의원 페이스북 캡처]

 
‘반찬 투정’ 논란을 낳은 지난달 26일 민주당 의원 초청 청와대 오찬의 메뉴는 무엇이었을까. 곰탕이 주 요리였고 고구마밤죽, 삼색전(녹두·애호박·버섯), 김치, 깍두기, 과일 등이 곁들여졌다. 박 의원은 식단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청와대 밥은 부실해도 성공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당·청 의지는 식탁 가득 넘쳐 났다”고 적었다. ‘부실해도’란 표현이 화근이 됐다. ‘댓글 폭탄’에 혼쭐이 난 박 의원은 해당 단어를 ‘소박해도’로 바꿨다. 최창렬(교양학부) 용인대 교수는 “청와대 메뉴 하나에는 그 정권이 지향하는 가치와 정신이 녹아들 수밖에 없다”며 “편안한 공감을 원하는 문 대통령 콘셉트에 맞춰 소박한 음식의 상징인 곰탕을 대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간담회 첫날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열린 ‘호프 미팅’에서 문 대통령이 건배를 제안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간담회 첫날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열린 ‘호프 미팅’에서 문 대통령이 건배를 제안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27, 28일 이틀에 걸쳐 진행한 기업인 미팅에 등장했던 식단에도 의미가 담겼다. 황태절임 메뉴는 추운 겨울 얼었다 녹았다를 거듭하며 만들어지는 황태처럼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고 상생의 길로 나아가자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지난 5월 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초청한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는 비빔밥이 주된 메뉴였다. ‘화합’을 바라는 뜻에서였다.
 
문 대통령 이전에는 어떤 밥상 정치학이 작동했을까. 역대 정부 청와대의 밥상을 들여다봤다.
 
◆박근혜 중국 요리로 당·청 호흡 강조=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7월 15일 청와대에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를 초대해 오찬을 함께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여당 도움이 절실하다”며 당·청 간 호흡을 강조했고, 김 전 대표는 “우리는 ‘풍우동주(風雨同舟, 비바람 속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라고 화답했다. 이날 오찬 메뉴는 평소 청와대에서 대접하는 중식 코스 요리였다.
 
하지만 2016년 8월 11일 친박계인 이정현(당시 새누리당 대표) 지도부와의 청와대 오찬 회동은 달랐다. 송로버섯, 바닷가재, 훈제연어, 캐비아 샐러드 등 고급 코스 요리가 테이블에 올랐다. 특히 상어 보호 차원에서 퇴출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샥스핀을 올려 설왕설래가 있었다.
 
◆이명박, 부시 방한 땐 미국산 쇠고기=이명박 정부에서도 대통령이 먹는 음식은 그때마다 메시지가 선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2008년 4월 11일 전군 주요 지휘관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삼계탕을 함께 먹었다. 당시는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닭고기 소비가 줄고 있을 때였다. 이 전 대통령은 “AI 때문에 닭고기와 계란을 먹지 않는다고 해 나부터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주일이 지난 4월 25일 청와대는 구내식당의 모든 점심 메뉴를 삼계탕으로 통일했다. “닭고기 소비 장려 대책들이 나오는데 청와대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당시 김백준 총무비서관의 아이디어였다.
 
광우병 파동으로 위기를 겪었던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8월 6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는 한우 갈비구이와 미국산 쇠고기를 만찬 메뉴로 올렸다. 퇴임 후인 2014년 말에도 측근 인사들과 미국산 쇠고기로 송년 만찬을 했다.
 
◆‘밥상 토론’ 노무현=탈권위에 앞장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격식 깨기 행보는 식사 자리에서도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6월 1일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방미·방일을 수행한 기업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이 초청된 곳은 청와대가 아니라 서울 효자동의 한 삼계탕 음식점이었다. 재계 총수와의 간담회 자리는 으레 청와대에서 의전을 갖춘 채 이뤄진다는 통념을 깬, 당시로서는 꽤 파격적인 자리였다.
 
노 전 대통령은 ‘밥상머리 토론’도 좋아했다. “주요 현안과 관계된 장관이나 교수들을 관저로 불러 함께 식사를 하며 밥상 토론을 벌였다”는 게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 유인태 전 의원의 증언이다.
 
◆DJ, 유독 ‘흑산도 홍어’ 좋아해=첫 호남 출신 대통령인 김대중 정부의 청와대에서는 홍어·톳나물 등 대표적인 호남 음식이 등장했다. 식단이 정권 교체를 대변했다. 전남 신안 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유독 ‘흑산도 홍어’를 좋아했다. 1993년 정계 은퇴 선언 후 영국에 머물 때 홍어가 공수됐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DJ는 미식가이자 대식가이기도 했다. 97년 야당 총재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과 청와대 영수회담 때 점심으로 칼국수를 먹고 당사로 돌아와서는 근처 복집에서 식사를 한 번 더 했다는 일화는 오랫동안 회자됐다.
 
◆YS 때 청와대 식사비 5분의 1로 줄어=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인 93년 2월 27일 첫 국무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은 “우리가 먼저 달라지고 깨끗해져야 한다. 대통령인 나 자신부터 솔선해야 한다”며 재산을 공개했다. 국민들의 열광 속에 YS의 폭발적인 이벤트는 계속됐다. 국무회의 직후 국무위원들과의 오찬에서 YS는 “청와대에서 점심을 하자고 해 대단한 줄 알고 오셨겠지만 메뉴는 칼국수”라고 말하고는 젓가락을 들었다. 이후 칼국수는 김영삼 정부의 청렴과 개혁 의지를 나타내는 상징물이 됐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식사비가 5분의 1 이하로 줄었던 것으로 안다”며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칼국수를 통해 국민과 눈높이를 같이 하는 동시에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드러낸 YS다운 식사 정치”라고 평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콩나물국밥과 아욱국을 즐겨 먹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육식을 좋아해 쇠고기 갈비가 자주 테이블에 올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비름나물 비빔밥을, 이승만 전 대통령은 현미떡국을 즐겨 먹었다.
 
[S BOX] 청와대 셰프 임지호 “기업인 미팅 식단 첫날은 과거 존중, 다음날은 현재 존중”
셰프 임지호(63·사진)씨는 지난 7월 27,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미팅 때 다양한 음식을 선보였던 주인공이다. 임씨에게서 청와대 행사 메뉴를 준비하는 과정의 뒷얘기를 들어 봤다. 임씨는 “모성을 상징하는 미역과 간 해독에 좋은 조갯살, 기력 상승에 좋은 낙지를 섞은 간장비빔밥(첫날 메뉴)은 ‘과거의 존중’이란 메시지를 담았고, 가장 일상적으로 서민이 찾는 콩나물을 활용한 둘째 날 메뉴 콩나물비빔밥은 ‘현재의 존중’이란 의미를 담아 봤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에서 요리해 본 적은 있었나.
“처음이다.”
 
긴장되지 않았나.
“전혀. 항상 하던 대로 했을 뿐이다. 요리는 생명을 살리는 행위라는 게 내 요리 철학이다. 청와대라고 특별히 다를 게 없다.”
 
메뉴는 직접 결정했나.
“누구의 주문도 없었다. 혼자서 결정했다.”
 
여러 명의 입맛을 동시에 만족시키기가 어려웠을 텐데.
“간은 최대한 중심에 맞췄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 했다. 특히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의 음식은 표준을 맞추면 된다.”
 
요리는 언제 시작했나.
“열두 살 때다. 매운탕집에 취직해 일을 배우기 시작했고, 이후 전국을 돌아다니며 팔도 요리를 맛보고 배웠다.”
 
제일 자신 있는 요리는.
“그런 건 없다. 음식은 계속 변해 간다.”
 
임씨는 강화도에서 개펄 장어와 황태 요리를 주로 하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청와대 음식을 만든 셰프로 언론을 탄 이후 식당 손님이 늘었다고 한다.
 
김형구 기자 ki 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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