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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기춘 전 비서실장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 넘겨 … 항소기각 위기

지난달 27일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항소이유서를 법정 기한 내에 제출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항소장을 제출했더라도 항소이유서를 기한 안에 제출하지 않으면 법원은 항소를 기각해야 한다.  

 
1심 선고 이후 김 전 실장 측은 바로 다음 날인 7월28일, 특검팀은 8월1일 각각 1심의 선고 형량이 부당하다는 이유 등으로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여서 김 전 실장 측이 항소이유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하면 항소심 재판부는 특검팀의 항소이유가 타당한지만 살피게 된다. 이 경우 1심 재판부가 법률 적용에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거나 하는 예외적 사유가 있으면 재판부가 직권으로 1심 선고를 파기하는 경우가 있지만 원칙적으로 항소심에서 감형이 불가능하게 된다.    
지난달 27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마치고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달 27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마치고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우상조 기자

논란은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이 ‘최순실 특검법’에 존재하는 특별 규정을 간과한 데서 시작됐다. 형사소송법상 항소이유서는 항소심 재판부가 소송기록을 넘겨받았다는 사실을 피고인에게 알리는 통지(소송기록접수통지)가 도달한 날 이후 20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최순실 특검법’(10조 2항)은 재판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이 기간을 7일로 단축시켰다. 실제로 ‘스폰서 검사’사건을 수사했던 민경식 특검팀은 2011년 공판과정에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정모 검사에 대한 항소이유서를 소송기록접수통지 후 18일만에 접수했다가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항소기각 결정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의 소송기록접수통지는 김 전 실장 본인에게는 지난 21일, 사선 변호사가 선임되기 전까지 잠시 선임됐던 국선변호인 정재완 변호사에게는 지난 22일에 도달됐다. 그리고 김 전 실장은 지난 23일 국선변호인 선임을 취소하고 사선 변호인을 선임했다.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의 시작 지점을 21일로 봐야 할 것인지 22일로 봐야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법리적인 논란이 있다. 21일로 본다면 28일 자정까지가 기한이고, 22일로 본다면 29일 자정을 지나면 효력이 없는 항소이유서가 된다. 중앙일보 확인 결과 이모 변호사 등의 항소이유서가 서울중앙지법 당직실에 접수된 것은 30일 오전 3시였다. 어느 시점을 시작점으로 보더라도 제출 기한을 넘긴 것이 된다. 이 변호사는 “특검법의 특별 규정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김 전 비서실장과 같이 선고된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 피고인인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1년6개월 실형), 조윤선 전 정무수석(징역1년, 집행유예2년), 김소영 전 문화체육비서관(징역1년6개월, 집행유예 2년) ,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징역 2년),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징역 1년6개월),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징역 1년6개월) 등은 모두 법정 기한인 7일을 지켜 항소이유서를 냈다.  
 
이 변호사는 “중간에 국선변호인에서 사선변호인으로 바뀐 경우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을 새로 선임된 사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가 도달된 시점부터 계산해야 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이 국선변호인 선임을 취소하고 사선 변호인을 선임한 23일을 기준으로 30일 자정까지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 관계자는 “기간 계산의 시작점을 소송기록접수통지가 피고인에게 도달할 시점으로 할 것인지 국선변호인에게 도달한 시점으로 할 것인지는 논란이 되지만 후에 선임된 사선 변호인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는 없다"며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에게 도달한 시점 모두를 기준으로 기한을 넘겼다면 항소이유서 제출은 위법한 것이다"고 말했다.    
 
남은 논란은 문제의 특검법 규정을 강제력이 없고 권고적 효력만 있는 훈시 규정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다. 그동안 법원은 그동안 1심과 항소심의 기간을 각각 공소제기일로부터 3개월과 2개월로 제한한 특검법 10조 1항을 권고적 효력만 있는“훈시규정”이라고 해석해 왔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10조 1항과 마찬가지로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 역시 훈시 규정으로 해석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법원의 다른 판사는 “이미 같은 이유로 항소기각을 결정한 판례가 분명한 만큼 훈시 규정으로 해석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 중견 변호사는 “특검법의 조항이 피고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지나치게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을 시도해 보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임장혁ㆍ문현경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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