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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아빠 되고 싶으세요? 살부터 빼세요

지난 2008년 결혼한 손모(49)·김모(36·여)씨 부부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를 결혼 전에 받았다. 남편 손씨의 나이가 많아 난임이 걱정돼서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와 임신을 낙관했다고 한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의학적으로 1년간 피임하지 않았는데도 임신하지 못하면 난임으로 진단한다. 부부는 인공수정·시험관 아기 등의 난임 시술을 꾸준히 시도했다.
 
이러는 사이 손씨의 정자 상태가 점점 나빠졌다. 노화와 사회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 음주·흡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정자 운동력이 떨어지고 모양이 변형됐다. 결국 손씨는 ‘무력기형정자증’ 진단을 받았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할 때도 정자를 뽑아 난자 세포질에 직접 주입하는 추가 시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부부는 끝까지 임신을 포기하지 않았다. 세 차례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은 끝에 2013년 딸 쌍둥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자전거 오래 타기, 꽉 끼는 바지 피해야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3층의 시험관아기 연구실에서 한 연구원이난임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컴퓨터로 정액을 분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3층의 시험관아기 연구실에서 한 연구원이난임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컴퓨터로 정액을 분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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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임신이 늦어지면서 난임을 걱정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과거에 난임은 주로 여성만의 문제로 여겨졌다. 여성은 만 35세가 되면 임신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반면에 남성의 임신 능력은 완만하게 하향 곡선을 그린다. 나이에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다. 이런 이유로 남성 난임 문제는 주목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남성 난임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여성 난임 환자는 2015년 16만5003명에서 2016년 15만7207명으로 약 8000명 줄었지만 남성은 5만2902명에서 6만1903명으로 약 9000명 늘었다. 2012~2016년 남성 난임 환자는 연평균 4000명가량 증가했다.
 
난임 남성의 연령도 올라간다. 2015년 이전에는 30대 초반(30~34세) 환자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에는 30대 후반(35~40세)이 추월했다. 40대 환자는 사상 처음 1만 명을 넘어섰다. 40대 남성 난임 환자는 2012년 6939명에서 지난해 1만2709명으로 5년 사이 두 배가량 늘었다.
 
구승엽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임신 능력이 남녀 모두 저하되지만 남성은 불규칙한 식습관과 흡연·음주 등 임신 능력을 떨어뜨리는 환경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며 “임신하려는 남성은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이 임신 전 남성 61명(평균 연령 36.6세)의 정액을 검사했더니 이 중 45.9%(28명)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정자 수가 정상보다 적고 운동 능력이 떨어진 상태였다(한국모자보건학회지, 2016년).
 
남성 난임을 해결하려면 체중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한 살 연하의 부인과 3년 전 결혼한 양모(34·서울 중랑구)씨는 결혼 후 체중이 95㎏까지 불었다. 체질량지수(BMI,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9로 올라가 고도비만에 가까워졌다. 임신이 어려워 병원을 찾았다. 정액검사 결과 총 정자수가 약 780만 개로 정상 수준(3900만 개)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정자를 만드는 남성호르몬도 다소 줄어든 상태였다. 조정기 한양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지방세포가 분비하는 아로마타제라는 효소는 남성호르몬을 여성호르몬으로 바꿔 임신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체중을 15㎏ 줄인 후 정자가 두 배가량 증가해 자연임신을 기대하고 있다.
 
생활습관도 고쳐야 한다. 금연·금주는 기본이다. 담배의 니코틴과 화학물질, 술의 알코올은 정자의 DNA를 손상시키고 호르몬 분비를 방해한다. 양대열 강동성심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고환을 구성하는 단백질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하체를 심하게 압박하는 활동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양 교수는 “자전거 타기, 오래 앉아 있기, 꽉 조이는 바지를 입는 것을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고환·부고환은 정자를 생산하고 운반한다. 여기에 탈이 나면 난임으로 직결된다. 고환 정맥이 늘어나면서 혈액이 고이면 정계정맥류가 생긴다. 이 질환이 있으면 정자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부고환·정관에 염증이 생겨도 문제다. 염증이 있으면 정자가 있어도 제대로 이동하지 못한다.
 
10월부터 남성 난임 검사 건보 적용돼
 
38세 직장인 김모(서울 중구)씨는 4년 전 결혼 직후 임신을 시도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김씨는 평소 고환에 덩어리가 만져졌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설마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뒤늦게 병원을 찾아 고환 초음파검사를 받았다. 정계정맥류라는 낯선 질환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치료가 어렵지 않은 질환이었다. 이상 부위를 자르고 연결하는 수술을 받고 해결했다. 정자가 종전보다 훨씬 늘어 임신을 시도하고 있다. 조정기 교수는 “고환에 뭔가 만져지는 게 있으면 정계정맥류를 의심해야 한다”며 “수술을 받으면 정액의 질이 좋아지고 임신율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도 혈관과 조직 손상을 유발해 정자의 힘과 운동성을 떨어뜨린다. 최진호 제일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정자가 형성되고 배출되기까지 약 3개월이 걸린다. 수정일 전에 미리 몸 관리를 시작하면 임신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고혈압·탈모 치료제나 항진균제는 정자 형성을 방해할 수 있어 의사와 상담하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난임이 계속되면 먼저 남성이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그 이유는 ▶남성은 생식기관이 외부에 노출돼 있고 ▶주기에 따라 호르몬 분비가 변하지 않으며 ▶임신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최진호 교수는 “남성이 문제가 있는 줄 모르고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면 실패 확률이 더 높기 때문에 남성부터 먼저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남성 난임 검사법으로 컴퓨터정액검사(CASA)와 정자 형태, 호르몬, 고환 조직, 고환 초음파검사가 있다. 대부분 비급여라 비용이 비싸다. 기본 검사에 속하는 CASA의 경우 1회 검사 비용이 10만원 정도다. 10월부터 난임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30%만 환자가 부담하게 된다.
 
태아 기형 예방하는 엽산 … 부부가 함께 먹는 게 좋아
남성도 건강한 임신·출산을 하려면 영양 섭취에 신경 써야 한다. 엽산이 부족하면 태아의 기형 확률이 커진다. 엽산은 현미 등 곡류와 김·미역 등 해조류에 많다. 임신을 시도하기 3개월 전부터 부부가 함께 먹는 게 좋다.
 
아연은 정자를 보호하고 영양을 공급한다. 붉은 살코기와 굴·조개 등 해산물에 풍부하다. 이런 걸 충분히 먹으면 정자 수가 늘고 운동력이 좋아진다.
 
항산화제인 비타민C·E는 정자 세포의 손상을 막는다. 비타민C는 야채·과일, 비타민E는 참기름 같은 식물성 기름에 많다.
 
정액을 만드는 데 쓰이는 오메가3는 참치·고등어 등 생선에 풍부하다.
 
이민영·박정렬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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