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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울 땐 인공지능, 유통은 블록체인 … ‘푸드테크’ 뜬다

“가장 성장성이 높은 분야는 농업·식품 관련 첨단 기술이다. 갈수록 좋은 음식을 먹으려는 인간의 욕구는 점점 더 커질 거다.”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세계적 투자자 프랭크 미한 스파크랩 공동 대표는 이렇게 강조했다. 이 인터뷰 기사가 보도된 14일 밤, 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정부의 잇따른 대책 발표에도 소비자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미한 대표의 말처럼 첨단 정보통신(IT) 기술이 식품 안전을 책임질 수 있을까. 식품 안전과 관련한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업은 농축산물 생산을 효율적이고도 예측할 수 있게 바꾼다.
 
농장 곳곳에 부착되는 센서는 농작물이나 가축이 자라는 환경뿐 아니라 농작물·가축의 상태도 실시간 점검한다. 가축이 갑자기 물이나 사료를 덜 먹거나, 움직임이 느려지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일 때 농장주의 스마트폰으로 이를 알려줄 수 있다.
 
송준익 연암대 축산계열 교수는 “닭의 진드기도 사실은 축사 공기가 나빠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센서로 축사 공기 질을 실시간 체크해 환기한다면 진드기도 훨씬 덜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수집된 빅데이터는 날씨 등 농장 외부 환경 정보와 결합해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분석된다. 김상호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 연구관은 “한 농장에서 사료를 안 먹고 축 늘어진 가축이 몇 마리 나타난다고 해서 이것이 특정 전염병 때문이라고 바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AI 플랫폼을 구축한 인근의 농장에서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플랫폼이 먼저 ‘전염병이 의심된다’는 신호를 농장주들에게 보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축산물 유통 과정에선 최근 금융 시장서 각광받는 블록체인 기술이 떠오르고 있다. 공공 거래 장부라고도 불리는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의 컴퓨터에 거래 내역을 남겨 가장 안전한 보안 기술로 꼽힌다. 이 기술을 농축산물 이력 추적에 활용하자는 것이 식품 업계의 새 화두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이더리움’이라는 가상 화폐를 만든 가빈 우드가 최근 이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스위스에서 지난달 식품 품질 확인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트업 앰브로서스와 손을 잡은 것이다. 가빈 우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먹는지 모른다”며 “식품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모든 과정을 기록해 신뢰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우리 사업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내가 먹을 식품에 유해 물질이 들어있는지 여부를 진단하는 휴대용 기기도 조만간 출시된다. 국내 스타트업 파이퀀트가 양산 작업 중인 멜라민 스캐너 ‘파이’다. 모든 분자는 빛을 반사시키는 고유의 파장을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제품이다. 한때 중국산 분유에서 검출됐던 멜라민을 빛 파장으로 가려낼 수 있다. 피도연 파이퀀트 대표는 “우선은 아기 건강을 걱정하는 엄마들을 타겟으로 멜라민 파장을 잡아내는 장치를 개발했다”며 “파장 분석 작업을 거치면 다른 유해 물질을 진단하는 기능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생산·유통 현장에 이런 첨단 기술이 도입되려면 기술적 개선과 함께 경제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호 연구관은 “대규모 기업농보다 중소 농가의 비중이 높은 우리 환경에선 계란 한알에 1원을 더 남기려 고심하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 지원이 없이 자발적으로 스마트 축산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농가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송준익 교수는 “기술적 청사진은 이미 완벽하지만, IoT와 AI 기술이 완벽하게 적용된 플랫폼은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며 “앞선 국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스마트폰만 들여다봐도 생산 관리부터 이력 추적이 모두 해결되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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