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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문재인 케어’ 하늘서 뚝 떨어지지 않았다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수차례 한국의 건강보험을 칭찬했다. 한국의 모든 국민이 건보에 가입한 점을 부러워했다. 한국 인구보다 약간 적은 사람(주로 저소득층)이 건보(민영보험)에 들지 못해 사각지대에 빠져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오바마 케어’가 나온 배경이다.
 
한국은 태어나자마자 건보에 강제 가입한다. 미국은 아니다. 개인의 선택이다. 1912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전 국민 건보’를 추진한 이후 수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약 100년 만에 그걸 해냈으니 ‘오바마 케어’라고 이름 붙일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백혈병에 걸린 청소년의 손을 잡고 위로하는 모습은 큰 감동을 줬다. 중증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그들의 꿈을 얘기한 대통령은 없었다. 일부 언론은 ‘문재인 케어’라고 이름 붙였다.
 
한국 건강보험의 역사는 40년으로 짧지만 압축성장했다. 77년 이를 도입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일등 공신이다. 그다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366개로 쪼개진 건보를 2000년 통합해 효율과 형평성을 높였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비급여 진료의 전면 급여화, 재난적 의료비 경감이다. 전자는 2013년 12월 이전 정부에서 도입한 선별 급여가, 후자는 그해 8월 시작한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이 뿌리다. 종전 것을 대폭 확대해 문재인 케어가 나왔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는 뜻이다.
 
돈은 어떤가. 2003년 건보재정 대책 이후 10년 넘게 아껴 온 21조원이 이번에 알뜰한 종잣돈이 됐다. 최근 발표한 기초생활보장수급자 89만 명 확대 대책도 전 정부가 한 묶음 급여를 4개의 맞춤형 개별 급여로 개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렇게 보면 문재인 케어는 오바마 케어보다 과거 자산에 신세를 많이 졌다.
 
10여 년 전부터 선거마다 복지 확대 경쟁이 격화하면서 복지는 보수·진보와 무관해졌다. 김대중·노무현 복지를 보수정권이 이어받았고 현 정부가 살을 찌우고 있다. 문 대통령은 9일 건보 개혁을 발표하면서 “지난겨울 촛불을 높이 들었던 국민의 마음속에는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나와 가족의 삶을 든든하게 지켜 주는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촛불과 함께 과거 정권의 공을 함께 언급했다면 더욱 빛났을 것이다.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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