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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작의 장엄한 마무리, '혹성탈출:종의 전쟁'

[매거진M] 한 마리의 유인원이 완전히 뒤바꿔 놓은 인류 문명사. 그 거대한 서사의 세 번째 이야기 ‘혹성탈출:종의 전쟁’(원제 War For The Planet Of The Apes, 8월 15일 개봉, 맷 리브스 감독, 이하 ‘종의 전쟁’)이 돌아왔다. 발달한 지능을 갖게 된 유인원이 인간과 충돌하는 ‘혹성탈출:진화의 시작’(2011,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 이하 ‘진화의 시작’)에 이어 ‘혹성탈출:반격의 서막’(2014, 맷 리브스 감독, 이하 ‘반격의 서막’)에선 바이러스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인간이 유인원을 상대로 생존을 위한 대결을 벌였다.
 
그리고 이제 유인원과 인간의 거스를 수 없는 최후의 전쟁이 벌어진다. 끝내 승자만이 지구에 남게 되는 상황. 과연 살아남는 건 누구일까. 한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새로운 신화를 만나 보자.
'혹성탈출:종의 전쟁'

'혹성탈출:종의 전쟁'


20년 전 과학자 윌 로드만(제임스 프랭코)은 치매에 걸린 아버지(존 리스고)의 뇌 기능을 향상하는 유전자 치료제 ALZ-112를 개발한다. 침팬지에게 임상 시험을 하던 도중 부작용이 발견되고, 기형적으로 지각 능력이 뛰어난 시저가 탄생한다. 설상가상 5년 뒤, 샌프란시스코의 젠시스 제약사 실험실에서도 잘못된 과학 실험으로 유인원들이 발달된 지능을 갖게 되고, 인간과 대립한다.
 
자신의 비범함과 정체성을 고민하던 시저는 유인원들을 데리고 숲으로 들어간다(‘진화의 시작’). 젠시스 제약사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일명 유인원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로 인해 인류는 멸망 직전에 처한다.
 
안전한 숲속에서 리더 시저가 이끄는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던 유인원들은 어느 날 가까스로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과 마주친다. 유인원과 인간은 살얼음을 밟듯 위태로운 상황에서 공존을 모색하지만 인간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유인원 코바(토비 켑벨)에 의해 되돌릴 수 없는 잔혹한 싸움이 벌어진다(‘반격의 서막’).
 
그리고 마침내 시미안 플루로 인해 유인원들은 나날이 진화하고, 인간들은 점차 지능을 잃고 퇴화한다. 진화한 유인원이 언젠가 인간을 지배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특수 부대 대령(우디 해럴슨)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유인원들을 몰살하려 한다.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저는 가족과 동료를 잃은 후 종의 운명을 결정할,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시작한다.
 
 
유인원vs인간
급속한 진화를 보이는 유인원들이 또다시 분열과 분노로 가득한 인간들과 마주한다. 유인원 바이러스로 언어 능력을 잃는 등 퇴화하는 인간이 유인원에 품는 증오심과 반감은 상상 초월. 대령이 이끄는 수백 명의 군인은 유인원을 전멸시키기 위해 추격을 시작한다.
 
‘반격의 서막’의 인간은 유인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공존을 모색했지만 ‘종의 전쟁’의 인간은 유인원에게 그 어떤 자비와 관용도 베풀지 않는다. 대령은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남은 인류를 지키고 유인원이 더는 증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폭력도 정당화된다고 믿는 무자비한 전사다.
'혹성탈출:종의 전쟁'

'혹성탈출:종의 전쟁'

 
그렇다면 대령은 악인인가. 대령 역의 우디 해럴슨은 “모든 전쟁이 그렇듯 어느 편에 서 있는가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고 지적한다. 이어 “인류 문명의 파괴를 지켜보는 일부 관객에겐 희망의 상징처럼 보일 수도 있다. 나는 대령이 악인이 아닌, 꼭 필요한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느꼈다”고 말한다.
 
더 이상 평화가 존재하지 않는 유인원과 인간 사이에 마침내 전면전이 벌어진다. 이때 시저는 인생 최악의 상실을 겪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받는다. 그의 굳건했던 정신은 긴 어둠의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시험대에 오른 리더의 자격
시저의 일대기를 간략하게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의 손에 키워진 후 유인원의 우두머리로 순수한 영웅이 된 시저. 똑똑하고 자애로운 리더였던 시저는 시험을 겪으면서 성장하고, 결국 더욱 위대한 영웅으로 거듭난다.’ 이번 영화는 강한 리더십을 보여 주기 위한 시저의 여정이자 도덕적 딜레마와 마주하는 리더의 자격에 대한 이야기다.
 
퍼포먼스 캡처로 시저를 연기한 앤디 서키스는 시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1편은 언어의 시작이었고, 시저가 유인원의 진화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했다. 2편에서는 언어가 좀 더 복잡해지고 지능적인 표현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시저가 좀 더 인간에 가깝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시저는 자신과 타인에 대해 조금 더 복잡한 감정을 드러낸다. 시저의 캐릭터 표현에도 변화가 있다. 예전보다 자세가 훨씬 꼿꼿하고 손을 많이 사용한다. 인간에 가까워졌다.”
‘혹성탈출:종의 전쟁’

‘혹성탈출:종의 전쟁’

 
이에 대해 맷 리브스 감독은 “인간과 유인원의 대결만큼이나 시저의 내면적 딜레마를 파헤치는 과정이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한다. “시저는 부분적으로 유인원이고, 또 부분적으로 인간이라는 점에서 항상 특별했다. 하지만 이 말은 그 어느 쪽에서도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저는 자신이 인간 사회와 유인원 사회를 잇는 교량이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불가능해졌다.”
 
전쟁의 공포가 자신의 가족에게까지 닥쳐오자 시저는 인간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도 싸움을 시작한다. 전편 ‘반격의 서막’에서 시저는 그동안 지켜 온 신념을 어기고 가장 믿었던 친구 코바를 죽였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시저는 코바가 느낀 인간에 대한 증오를 처음으로 이해하게 된다. 인간에 대한 공감과 연민이 다 사라져 버린 시저는 이제 개인적인 복수심과 전쟁을 앞둔 종족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저울질해야만 한다.
 
하지만 시저는 리더다. 고통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끼지만 투지와 동료애, 희망찬 미래로 유인원들을 모아야 한다. 또한 혼란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도록 동족을 이끌어야만 한다. 유인원에겐 시저의 리더십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퍼포먼스 캡처, 새로움을 경험하라
인간보다 유인원이 더 많이 나오는 영화의 특성상 ‘혹성탈출’ 시리즈의 특수효과 기술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마치 영화 속의 유인원들만큼이나 진화했다고 할까. 특히 모션캡처에서 진일보한 퍼포먼스 캡처 기술(인간 배우를 통하여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움직임과 제스처, 감정을 미세하게 기록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의 진보는 놀라울 정도. ‘혹성탈출’ 시리즈의 특수효과를 담당하는 웨타 디지털은 스토리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되건 배우들의 연기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기술을 완성했다.
 
‘혹성탈출:종의 전쟁’

‘혹성탈출:종의 전쟁’

또한 퍼포먼스 캡처는 지금까지 사운드 스테이지(촬영과 녹음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계된 스튜디오)를 벗어난 환경에서 시도된 적이 없었다. 웨타 디지털은 영화 사상 최초로 대규모 설원에서 퍼포먼스 캡처 작업을 하며 기술적 한계를 다시 한 번 뛰어 넘었다. 물에 젖은 동물의 털을 디지털로 작업하기도 힘든데 하물며 눈 묻은 털이라니. 특히 벤쿠버의 얼어붙을 듯한 추위 속에서 강행된 설원 촬영은 웨타 디지털에게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실내 작업에서도 민감하게 진행해야 하는 촬영을 눈 속에서 해야 했기 때문이다. 댄 레먼 시각효과 감독은 “퍼포먼스 캡처 기술을 어디에서든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모든 환경과 상호 작용하면서도 배우의 미세한 연기까지 잡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전한다.
 
이에 대해 앤디 서키스는 “단순히 캐릭터 대신 서 있다가 나중에 특수 작업으로 마법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캐릭터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되는’ 것이다. 나는 퍼포먼스 캡처 수트를 입고 연기하는 것이나 메이크업을 하고 의상을 입고 하는 연기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차이가 전혀 없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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