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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약 빨아들이는 링거 줄 … 재질따라 ‘약효 들쭉날쭉’

‘링거 줄’로 통하는 ‘수액 줄’ 재질에 따라 환자 몸에 들어가는 약물 양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PVC·폴리우레탄 재질에선 일부 약물이 줄에 달라붙어 약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황성주·변효진 연세대 교수팀은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국제 약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Pharmaceutics)’ 최근호에 발표했다고 13일 밝혔다. 의료 현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황 교수 연구팀은 네 가지 약물을 PVC·폴리우레탄·폴리올레핀 등 세 가지 재질의 수액 줄에 각각 주입해 차이점을 비교했다. 연구에 사용된 약물은 혈관 확장제인 나이트로글리세린, 면역 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린A·타크로리무스, 진정제인 디아제팜 등이다.
 
그 결과 특히 병원에서 많이 쓰는 PVC와 폴리우레탄 줄이 약물을 많이 빨아들였다. 타크로리무스를 4시간 동안 수액 줄(펌프 방식)로 주입했더니 PVC 재질에선 약물의 16.5%(오차 ±2%)가 중간에서 사라졌다. 이 소재에선 타크로리무스 약물의 6분의 1 정도가 환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셈이다. 폴리우레탄은 10.8%(오차 ±2%), 폴리올레핀은 1.1%(오차 ±1.2%)의 차이가 났다. 
 
황성주 연세대 약대 교수는 “물에 잘 녹지 않는 난용성 약물이 수액 줄에 달라붙을 가능성이 크게 나왔다”면서 “약은 정량 주입이 필수적인데 흡착 문제로 정해진 양보다 환자에게 덜 들어가면 환자 건강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연세대 황성주ㆍ변효진 교수팀이 수액줄에 따른 약물 흡착 정도를 실험하는 장면. 4가지 약물을 3가지 수액줄에 각각 주입해서 얼마나 달라붙는지 확인했다. [자료 학술지 'JOVE']

연세대 황성주ㆍ변효진 교수팀이 수액줄에 따른 약물 흡착 정도를 실험하는 장면. 4가지 약물을 3가지 수액줄에 각각 주입해서 얼마나 달라붙는지 확인했다. [자료 학술지 'JOVE']

 
임상시험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확인됐다. 변 교수가 나이트로글리세린을 세 가지 재질의 수액 줄을 통해 일반인에게 주입했더니 혈중 약물 농도가 각각 다르게 나왔다. 평균 혈중 농도는 폴리올레핀-PVC-폴리우레탄 순으로 높았다. 폴리우레탄 줄을 이용한 경우 약효가 제일 약했다는 의미다. 
 
이런 결과는 4년 전 성균관대·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실시한 실험 결과와도 일치한다. 독일 등에서도 비슷한 논문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무관심 등으로 관련 논의는 활발하지 않다.
 
병원에선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엇갈린다. 약물 흡착 문제를 알고 거기에 맞는 수액 줄을 사용하는 의사 수는 소수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약물마다 써야 하는 수액 줄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 권고사항을 지키려 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다수 의료진은 ‘약물 흡착’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종양내과 전문의는 “PVC 수액 줄 등에 약물 흡착이 나타나는 걸 알지만 문제가 될 만큼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윤숙 서울대병원 약제부장도 “환자에게 약을 썼을 때 눈에 띌 만큼의 약효 감소가 감지된 적이 없다”고 했다.
 
수액줄 재질에 따라 약물이 달라붙으면서 실제 약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새로 제기됐다. [중앙포토]

수액줄 재질에 따라 약물이 달라붙으면서 실제 약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새로 제기됐다. [중앙포토]

약물 흡착 자체를 모르는 의료진도 상당수다. 사용설명서에 수액 줄 관련 사항을 알려주는 약품이 많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변효진 연세대 의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의료진 대부분은 약물 흡착이 되는지 몰랐거나 최근에야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약물 흡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 지 5년이 지났지만 정부는 이달에야 비로소 흡착 정도를 분석하는 한국산업규격(KS)을 확정할 예정이다. 신준수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장은 “약물 흡착 분석법은 우리가 외국보다 앞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관련 연구가 많지 않고 국제적 표준도 없다. 향후 규제 여부는 외국 동향, 국내 연구 등을 보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자 안전 등을 위해선 의료진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황성주 교수는 “약품설명서에 어떤 수액 줄을 써야 하는지, 수액 줄에 따라 약물은 얼마나 투입하면 되는지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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