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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혁 시 '별', 구병모 단편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 후보로

 <미당문학상 후보작>  
 
 김상혁 - '별' 등 13편 
 
 별  

 
 흔들리는 밤길을 걸으며 아무 별 하나를 쳐다본다. 그러나 그저 희미한 별, 빛나는 별 같은 생각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나와 별 사이의 거리를 살아 있는 것들로 채우고
 나의 생각이 별까지의 거리를 한 번에 뛰어넘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아내를 지나 양을 지나 염소를 지나… 별을 향하여 최대한 사지를 쭉 뻗은 채 최선을 다하는 생명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별은 너무나 멀다. 자꾸만 그저 희미한 별, 빛나는 별을 향하여 생각이 간다. 내가 아는 살아 있는 것이라곤 나의 아내, 어느 책에서 본 양, 어디서 읽은 염소 그리고 다시 양…
 깊은 잠에 빠질 것 같다. 나와 별까지의 거리, 깜깜한 밤길이 나를 집으로 돌려세운다. 집까지의 가로등이 생명을 줄 세우는 별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현관문이 잠든 가족을 깨우며 쾅, 하고 닫힐 때

어둠을 뚫고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마중 나올 때, 그것을 안아 들었을 때, 나의 두 발이 공중으로 조금 떠오를 때, 별을 빛나게 하는 생명에 대해 빼먹은 생각이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김상혁
 1979년 서울 출생. 2009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내가 읽은 김상혁 - 김행숙 예심위원 
 하루 중 가장 후줄근해져서 밤길을 걷던 내가 올려다본 별 하나는 “그저 희미한 별”이었다. 생각을 바꿔보라, 그런 말은 참 쉬운데, “빛나는 별 같은 생각”이 구차한 삶의 구덩이에서 나를 구원할 수 있을까. 생각이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시인 김상혁이 특별히 잘 하는 것이 ‘생각’이다. 그는 생각 속에서 시적인 순간을 맞이한다. 어떤 생각이냐 하면, ‘내가 잘 아는 것들’을 더 깊이 파고들고, 더 미묘하게 느끼고, 문득 다른 쪽에서 바라보는 자의 생각이다. 그리하여 ‘내가 잘 아는 것’이 ‘내가 잘 모르는 것’이 되는 문을 열어젖히는 것이다. 가령, 내 아내의 뒷모습에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500년 전 어느 여인의 슬픔과 기쁨의 척추를 보는 것.  
 김상혁의 새로움은, 기발함과 엉뚱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는 것이 내가 모르는 것이 되어 생생해지기까지, 전혀 낯모르는 것이 잘 아는 얼굴로 섬뜩하게 되돌아오기까지, 생각하고 생각하는 힘으로부터 자라난다. 나는 “생각이 별까지의 거리를 한 번에 뛰어넘을 수 없도록” 나의 생각을 온힘을 다해 촛불처럼 붙들고서, 오늘밤에도 “별을 향하여 최대한 사지를 쭉 뻗은 채 최선을 다하는 생명들을 떠올린다”. 살아있으므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투쟁하는 것들.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하며 끔찍한 것들.  
 김상혁은 최근에 두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그의 시는 그의 시를 밀고 가서 새로운 소로를 만들었다. 기꺼이 그 매혹적인 길을 따라가서 돌아 나오는 길을 잃고 싶다.    
 
 ◆김행숙
 1970년 서울 출생. 시인. 199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사춘기』 『이별의 능력』 『타인의 의미』 『에코의 초상』. 현재 강남대 국문과 교수.
 
 
 
 <황순원문학상 후보작>
 
 구병모 -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릿터 2017년 6·7월호) 
 
 "그러나 이완은 가족이란 함께 있어야 옳은 것이며, 월급만 부치는 원거리의 기러기로 살고 싶지 않다고 이미 확고하게 얘기했던 바 있었으므로 여기 선뜻 동의할지는 알 수 없었다. 고작 이 정도의 의견 불일치로 이혼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엔, 결혼이 이튿날 리본과 풍선의 잔해를 청소할 일만 남아 허무해지는 아이들 파티가 아닌 칼날 같은 계약과 무거운 책임이라는 점과, 갈라섰을 때 양쪽의 리스크 또한 크다는 점을 어필할 예정이었다. 길어야 4년만 참으면 된다고, 그때 가서 함께 생활하지 못했던 딸아이와의 서먹함은 부부가 공동으로 감당할 몫이라고 정주는 말해 줄 참이었다. 그 어떤 불편도 부작용도, 정주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원하는 사람과 함께 있지 못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정주는 문득 러시아워에 어깨를 부딪치거나 서로 발을 밟고 밟히는 사이였던, 다시 스쳐 갈 일 없으며 형상이 떠오르지 않는 수천수만의 얼굴들이 그리워졌다. 누구도 정주를 알지 못하며 정주 또한 그들을 모르는 세계에서의 불안과,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나 실상은 아는 것이 없는 세계에서의 안식 가운데 선택을 요하는 문제에 불과했다. 환멸과 친밀은 언제라도 뒤집을 수 있는 값싼 동전의 양면이었고, 이쪽의 패를 까거나 내장을 꺼내 보이지 않은 채 타인에게서 절대적 믿음과 존경과 호감을 얻어 낼 방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구병모
 1976년 서울 출생. 경희대 국문과. 장편 『위저드 베이커리』로 창비청소년문학상,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로 오늘의작가상, 황순원신진문학상 수상. 소설집 『고의는 아니지만』『빨간 구두당』, 장편 『아가미』『방주로 오세요』『피그말리온 아이들』『파과』. 
 
 #내가 읽은 구병모 - 박인성 예심위원 

 구병모의 소설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는 강력한 주제의식으로 무장한 최근 여성주의 소설들의 선봉에 선 텍스트이다. 보복성 발령에 의해 산골 마을의 분교로 전근하게 된 남편과 함께 귀농하게 된 주인공 정주는 임신 중기의 여성이다. 불쑥 찾아오는 마을 노인들의 구세대적 감수성과 오지랖도 정주에게는 폭력이었지만, 더 심각한 것은 지역사회 회합이라는 명분으로 집을 비우고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남편 이완의 부재와 무관심이다. 손쉽게 지역 사회 내부의 감수성에 동화되어 가는 이완과 달리, 정주는 그 누구와의 정서적인 교감이나 유대 없이 아이를 낳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조만간 아이를 낳고 돌봐야 하는 입장의 여성을 오히려 누구도 돌보지 않는 이 역설적인 상황은 한국 사회에서의 여성에 대한 폭력적 현실이 얼마나 자연화된 것인지를 선명하게 환기시켜준다.  
 혹자는 정주에 대한 가학적 현실이 그저 소설적 작위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역으로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처한 상황 자체가 작위적이며 허구적인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젊은 여성에게 있어 ‘도그빌’(Dogville)처럼 구성된 산골 마을은 그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실제 마을이라기보다는 노령화되어 인구 절벽에 처해 있으며 겨우 확보한 젊은 노동력을 여러 곳에 끌어다 쓸 수밖에 없는 현재의 한국이라는 닫힌 사회의 알레고리로 읽힌다. 그리고 알레고리는 선명하고 강한 주제를 만나 비로소 현실에 육박해 들어온다. 언제나 여성 자체가 탁월한 소설적 텍스트라는 사실을 복잡한 문학적 성취가 아니라 직관적인 동시대적 목소리로 들려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구병모만이 아니라, 2017년의 여성주의 소설들은 문학장에 머무르지 않고 이미 동시대의 공론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그것은 문학성의 성취보다도 중요한 일이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외침을 들려주기 위한 방식이다. 
  
 ◆박인성
 서강대학교 국문과 박사. 문학평론가.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계간지 '자음과모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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