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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세상을 만드신 당신께

세상을 만드신 당신께
-박경리(1926~2008) 
  
당신께서는 언제나
바늘구멍만큼 열어주셨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았겠습니까
  
이제는 안 되겠다
싶었을 때도
당신이 열어주실  
틈새를 믿었습니다
달콤하게 어리광부리는 마음으로
  
어쩌면 나는  
늘 행복했는지
행복했을 것입니다
목마르지 않게
천수(天水)를 주시던 당신
삶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란 말은 참 진부해 보이지만 그 솟아날 구멍으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현실이다. “이제는 안 되겠다” 생각할 때도 바늘구멍만 한 틈새를 주시는 분. 그 틈새조차 없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목마를 때 하늘에서 내리는 천수를 주시고 깊이깊이 지하수도 예비해 주신 당신, “삶은 아름다웠다”고 과거형으로 말하는 박경리 선생님의 말씀에 심보르스카의 “충분하다”는 현재형의 선언이 겹친다. 삶은 아름다웠고 당신이 주신 충만함으로 늘 충분하다고. 
 
<김승희·시인·서강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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