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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외교안보라인, 8·15 메시지 고심

7월 6일 독일 쾨르버 재단 연설에서 ‘베를린 구상’을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감이 넘쳤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쏘아올린 지 이틀 뒤였지만 대화에 무게를 실은 기존 연설문을 거의 고치지 않았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베를린 구상은 본궤도에 오르지도 못하고 ‘8월 위기설’만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외교안보 라인은 차선책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①요원해진 연내 북핵 로드맵=정부는 국정과제에 ‘연내 북핵 로드맵 마련’을 명시했다. 당초 주요 계기마다 ‘통 큰’ 대북 제안으로 올해 안에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계획이었다. 구체적인 계기를 ▶6·15 남북 공동선언 기념일 ▶8·15 광복절 경축사 ▶대통령 취임 100일 대국민 기자회견 등으로 잡았다. 당장 이번 주 광복절, 취임 100일(17일) 등이 몰린 ‘수퍼 위크’지만 대북 메시지 발신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외교소식통은 “지금 상황을 감안하면 광복절 연설에서도 북한을 향해 긴장 완화를 촉구하는 정도밖에는 언급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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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북한의 전략 도발이라는 시급한 불을 끄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외교안보 라인이 베를린 구상을 가장 앞에 두고 지나치게 의식해 스스로를 옥죄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②모호해진 ‘한반도 주도권’=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부각시킨 ‘한반도 주도권 확인’도 모호해지고 있다. 한국이 운전대를 잡고 한반도 문제를 주도한다는 취지였으나 김정은이 두 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하면서 문 대통령의 운전자론을 무색케 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지난 7일 “북핵 해결 주체는 미국 중심의 국제사회”라고 말할 정도로 입장이 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며 한반도 문제를 논의한 데 대해 청와대는 “두 정상의 통화가 최고조의 긴장 상태를 해소하고 문제 해결의 새로운 국면으로 이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도 사실상 이런 ‘기대 표명’ 외에 한국의 역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방한 중인 조셉 던퍼드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14일 접견할 예정이지만, 과연 의미 있는 메시지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통미봉남이 통하거나 미·중이 강대국 논리로 북핵 문제를 합의해 버리면서 한국이 도외시되는 ”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비핵화 대화를 위한 여건 조성 방안 등 대북정책 전반을 조율하기 위한 고위급 전략협의체’의 발족은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③신뢰 못 받는 아마추어식 메시지 관리=청와대의 정교하지 못한 메시지 관리도 문제다. 지난달 28일 북한의 두 번째 화성-14형 발사 이후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에 쏜 것이 ICBM으로 밝혀지면 레드라인이라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세상에 레드라인을 스스로 먼저 긋는 정부가 어디 있느냐”는 뒷말이 나왔다. 레드라인을 상대방이 넘어설 경우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고려 없이 언급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 직후 청와대가 시 주석이 북한을 ‘혈맹’으로 칭했다고 밝힌 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 외교가 소식통은 “시 주석은 ‘이른바 선혈로 응고된 관계’라고 했는데 청와대가 브리핑을 잘못 해놓고서도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중국 쪽에서 나온다”고 귀띔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언제까지 뭘 하겠다는 시간에 집착하면 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다. 제한된 레버리지를 섣불리 쓰지 말고, 중장기적인 접근까지 감안해 북한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해 휴가를 취소했다. 휴가 중인 강경화 외교장관도 예정보다 이른 14일 외교부로 복귀한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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